찬 바람이 몹시 불던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겨울 날이었다.
겨울이 어울리는 너는 새 하얗고 매혹적이었고 그런 너에게 끌려 용기내어 다가갔다.
그리고 너는 나를 따뜻한 봄처럼 반겨주었다.
행복했다.
처음 손을 잡던 순간 나른거리던 설레임
함께 있을 때도 내일 너를 볼 생각을 떠올리며 웃음 지었다.
그렇게 정말 좋아하는 너와 처음 입맞춤을 하게 되었다.
누구는 "이산화탄소 거리"라고 한다. 서로의 숨이 맞닿아 서로가 느껴지는 거리.
그 거리에 들어선 순간, 항상 벚꽃일줄 알았던 우리의 봄에도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잘못 느낀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믿고 싶었다.
하지만 몇 번의 거리를 더 거닐게 된 후에 내가 잘못 느낀 것이 아닌걸 깨달았다.
그렇게 시작된 비는 그칠줄 모르고 결국 나를 축축히 적셨다.
비를 피해보려고, 막아보려고 너 몰래 많은 노력을 했다.
하지만 너는 나의 노력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어느 날, 내가 너의 입맞춤을 나도 모르게 피하려고 한다는 것을 느낀 순간
우리의 봄이 끝나간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이제는 봄이란 말이 무채색으로 느껴지는 여름이 다가오는 어느날 밤,
문득 너를 생각하며 너와 함께 했던 그 거리를 그 순간을 떠올린다.
오히려 가까워졌기에 멀어졌던 우리,
나를 피하게 만들었던 그 향기도 언젠가는 젊은 시절의 아름다운 사랑의 향수로 무뎌지겠지.
그리고 우리가 향수가 되는 순간 그 향기도 아름답게 느껴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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