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의 최악의 연애

싸늘한 곰딸기2018.05.17 03:00조회 수 7359추천 수 36댓글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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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귄지 150일때쯤

남들은 권태기가 곧 올거라고 나에게 여러 조언을 해주지만, 나는 그저 내 애인이 한없이 사랑스러웠다.

연락도 잘되고, 매일 아침 잘잤냐는 카톡과, 그사람이 내 생일에 작게나마 챙겨준 손수건. 손수 적은 편지. 나날이 행복의 연속이었다.

누구보다 생각이 깊었고 내 감정을 공감해줬으며 내가 겪는 아픔마저 자신이 덜어주고 싶다고 할 정도였으니까.

그날 밤도 여느때와 다름없었다.
밤이 꼬박 깊어짐도 모르고 서로 카톡으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아마 부산대 앞에서 같이 본 고양이 얘기를 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게 고양이는 어떤 행동이 귀엽냐는둥, 한번쯤 입양하고 싶다는둥 얘기를 나눈 찰나에, 전혀 아무 감정없이 화제를 돌리러 이렇게 물어봤다.

"오늘 저녁은 누구랑 뭐 먹었어?"

그 후로 메세지의 1이 사라지지 않았다.

짐작컨데 자는가보다 싶어서 나도 잠자리에 들었다. 그래 밤이 늦었으니까.

그러나 1은 다음날이 되어도,
그 다음날이 되어도
그 다음날 역시 사라지지 않았다.

몇번이고 전화와 문자를 했지만 받지 않았다.

작은 갈등도 없었던 우리였기에,
나는 그 사람에게 무슨 큰 일이 생긴 것 같아 틈이나면 전화를 했다.

3일째 되던 점심이었다.

내 폰의 배터리가 바닥이 나 친구에게 부탁하여 친구의 폰으로 그사람에게 어김없이 전화를 하려고 했다.

전화 건너편에서 들려오던 익숙한 음성은 아직도 내 기억한편에 생생히 낙인처럼 남아있다.


"지금 거신 핸드폰 번호는 없는 번호이므로..."


누가 뒤에서 머리를 쎄게 친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다급히 친구의 카톡으로 그 사람의 아이디를 등록하였다.

프로필사진이 열림과 동시에 내눈에 처음보던 사진 하나가 보였다.


낯선 이성과 다정하고 밝게 웃고있는 그 사람의 모습이었다.


이제야 하나 둘 알기 시작했다.


며칠전부터 프로필과 배경사진을 모두 내린 것이, 프로필이 노출되지 않는 차단을 할 시 내가 차단을 당한지 눈치 못채게 하기 위함이었고

나를 차단하자마자 프로필 사진을 바꾼 것과

핸드폰 번호마저 바꾼 것

활동도 안하는 sns 친구와 팔로잉 마저 차단한것

그 사람과의 이별은 나에게 그사람보다 한두발자국 더 늦게 나에게 날아왔던 것이다.

바보처럼 아무것도, 정말 단 하나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하룻밤만에 영문도 모르고 내 제일 큰 버팀목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


그 후로 지금까지 술이 없으면 잠을 자지 못한다.

독한 담배로 머리를 몽롱하게하면 그 기억을 지워줄까봐 한갑을 앉은 자리에서 다 피우고, 속에있는 모든 것을 게워내기도 했다.

눈물은 더이상 나오지 않았다.
난 그날 처음 알았다. 사람이 절망적으로 슬플땐 눈물마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내 모든 것을 하룻밤만에 모조리 잃어버린 기억이었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술로 감기지 않는 눈을 감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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