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일 금정회관 학식에 비빔밥이 나왔다.
본디 반찬의 다채로움을 즐기려 정식을 주로 먹는데 정식 메뉴조합이 뒷집 누렁이도 '누르렁~(돼지국밥에 떡볶이를 걸렀더니 새우까스가 나오네)' 하며 거를 타선이라 비빔밥을 선택했다.
사실 나는 비빔밥을 굉장히 좋아한다. 또한 아무리 거지같은 식당이라도 항상 평타는 치기에 애매할 때는 무조건 비빔밥을 먹는 편이다. 허나 오늘 나의 선택은 실패했다. 비빔밥이 실패하기가 쉽지 않은데 그 어려운 것을 해내었다. 이유는
빌어먹을 미역줄기 때문이다.
꼬카인마냥 자꾸 향이 맴도는데, 꼬카인은 은근 중독성이 있어서 한 번씩 생각이 나지만 미역줄기 냄새는 생각 안하고 싶은데 떠올라서 zl랄맞다.
1. 가뜩이나 찐밥이라 비빔밥에 필수적인 고슬고슬밥 구현이 불가능한데 미역줄기의 진액(?) 때문에 비빌수록 찐득해져서 밥알들이 그야말로 농밀하게 몸을 섞어버린다.
덕분에 밥알들이 죄다 마사지오일에 목욕한 거마냥 번들번들, 미끌미끌 해지게 되는데 썩 보기에 좋지도 않다.
숟가락으로 한술 뜰 때부터 그 끈적함이 눈에 보이기 때문에 식감이 예상되었고, 이는 빗나가지 않았다
2. 다른 야채들의 맛이나 향이 다 묵살당한다. 당근, 애호박, 버섯 등 여러 나물이 투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미역한테 닥압살 당해서 미처 맛을 꽃피우지도 못하고 흔적없이 사라져 버린다. 식감이나 맛이나 특별하게 대단하지도 않으면서 다른 재료들을 죄다 압도하는 탓에 미역밖에 생각이 안난다.
3. C발 이빨에 존1나 낀다. 이빨 사이사이에 껴서 '나를 잊지 마' 하는 듯이 뜬금없는 타이밍에 혀에 걸리고 향을 뿜어댄다.비빔밥을 먹는 중에도 미끌거리고 꾸덕한 식감 탓에 불쾌했는데 먹고 나서까지 괴롭히니 ㅈㄴ 괴씸한 놈이 아닐 수 없다.
이 글 쓰는 중에도 우측 제일 안쪽에서 두 번째 어금니에 미역줄기의 흔적이 느껴졌다. 양치 한 번 더하러 가야된다.
진짜 최초로 미역줄기 비빔밥에 넣은 놈 '윗니, 아랫니 사이사이 빠짐없이 미역줄기를 끼워두고 칫솔만으로 제거하기'나 '어금니 사이의 미역줄기 혓바닥으로 제거하기' 같은 극형에 처해야 한다.
(돼지국밥&새우까스,떡볶이 적폐조합 만든 놈도 싸그리 청산해야 한다. 이거는 진짜 육두문자 안 쓰고 삼일밤낮을 조질 수 있는데 귀찮아서 안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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