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이란 게 당연히 뭔가 비효율적이고 쓰잘데기 없는 걸 가지고 이뤄지는 게 있는 건 사실이고, 특히 수능 같은 게 혁신이나 생산성 같은 것과 별로 직접적으로 상관이 없는 것도 마찬가지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작 그거말고 다른 방식으로 사회적 지위나 재화를 분배하자고 말하면 대안이 별로 없는 게 사실이죠. 한국 사람들 누구나 수능, 정시 별로 씨잘데기 없는 건 알지만 그렇다고 해도 조 모씨처럼 시스템을 우롱하는 사람들은 더 혐오하잖아요. 마이클 센델은 제비뽑기 같은 걸 예시로 들지만 오히려 그런 걸로 하면 상대적 박탈감이 훨씬 더 심해지겠죠. 막말로 부모 잘 만나는 것도 일종의 제비뽑기나 다름 없는 건데요. 우연히 부모 잘 만나서 귀족됐던 사람들은 무슨 내가 잘난 게 아니라고 아랫 계층 사람들을 따뜻하게 대해주기라도 했었나요? 그런 걸로 보면 제비뽑기 따위를 하면 능력주의로 인한 여러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만큼 순진한 생각도 없죠.
결국 능력주의라는 건 모두, 적어도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동의할 수 있는 사회적 지위의 획득 방식으로서 가치가 있는 거라 생각합니다. 그게 반드시 효율적이거나 생산적이어서가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혹은 존재할 수밖에 없는 불평등에 대한 사람들에게 납득 가능한 기준을 제시해주고 그로써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는 용도로서 말이죠. 물론 능력주의가 온전하게 공정한 것은 아니라지만 그래도 운빨로 모든 게 다 결정되는 사회보다는 훨씬 더 개방적이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건 사실이잖아요.
애당초 샌델이 착각해도 제대로 착각했던 게 현재의 불평등이나 차별은 그냥 그 차이 자체에서 발생하는 거지 차별을 정당화하는 기제에서 발생하는 게 아니란 거죠. 아무도 내가 더 노력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박대할 권한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유야 어찌됐건 내가 높은 자리 있으니 그래도 된다고 믿는 거지. 자기가 성공한게 우연이란 걸 알면 뭘 어째요? 그럼 뭐가 달라지는데요? 옛날에 귀족들은 자기가 우연히 부모 잘 만난 거 몰라서 아랫사람들 혹독하게 부려먹었나요? 지금도 능력은 뭣도 없는 졸부들이 더 천박하게 구는 경우도 허다하죠.
센델 책 저거말고는 다 읽어봤는데 맞는말이긴한데 나랑은 상관없는 얘기라서 와닿진 않아요. 능력주의의 폐혜에 대해선 동감하지만 우리가 잘난사람들이 아니라서 엘리트들 하나라도 붙잡아야하는 상황에 공동체주의를 하는건 나라망하기 딱 좋아보이거든요. 인간은 누구나 남위에 서고 싶어하는 권력욕이 있다는게 제 생각이라
물론 능력이라는게 외모나 자본처럼 불공평하다는건 ㅇㅈ하는데 현실적으로 그런 불공평함에서 인간이 남들보다 잘나려는 권력욕이 분출되고 그런게 인류의 발전 원동력이라고 생각함. 엘리트가 정도에 비해 더 많은 권력을 누리는거보다 애매한놈들끼리 서로 자기혐오하는 세태를 고치는게 더 시급함. 물론 이건 부동산같은 자본적인 문제라 씹.. 노동의욕상실의 시대라서 엘리트말고는 능력키우는거에 관심이 없는게 더 큰 문제죠
센델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다른 사람이 자기보다 부족해보인다고 해서 그 사람의 노력 or 가치를 폄하하지 말자, 그리고 같은 맥락에서 자신이 이룩한 성과는 온전한 노력의 산물이 아닌 재능, 환경과 같은 타고난 요소와 운과 같은 것들이 결합되어 생긴 것이다' 인데 전적으로 동의함. 노력할 수 있는 것도 특권이고 자신의 신념, 도덕, 양심을 지키는 것도 특권이라고 생각함. 예전에 좀 가난한 나라로 여행을 간적 있는데 자꾸 바가지 씌우려는 택시기사 때문에 화난적이 있었는데 한편으론 그렇게 해야 가족들 부양하고 살 수 있겠구나 싶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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