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글에 보수적인 얘기만 달리고, 또한 추천받는 것 같아 진보적 견해를 올립니다.
(아랫글: http://mypnu.net/sc/8147622)
음…… 글쎄요. 세월호 참사를 추모정도로 격하시키는 것 자체에 대한 비판을 해볼 수도 있는 문제 아닐까요? 이 글은 전형적인 보수담론의 논리인데, 가령 세월호 참사를 단순히 “사고”가 아닌 하나의 기념비적인 “사건”으로서 이해하고자 하는 시각에선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월호를 하나의 “사건”으로서 이해하는 입장에서는 이 문제를 자본주의가 주창하는 합리성의 모순과 관료주의가 가진 고삐 풀린 현대성에 대한 비판으로서 접근하고자 합니다. 실제로 세월호 정국에서 보여줬던 행정당국의 각종 삽질과, 안전규정과 비정규직 간의 상관관계에 대해선 여러 논의들이 진행된 바 있지요. 이런 의미에서 세월호 1주기를 맞이해서 시위대 쪽이 걸었던 “우리는 세월호 이전과 다른 나라를 원합니다”라는 슬로건은 이런 문제의식을 정확히 바라보고 있습니다.
물론 “정치적임”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서 논의의 방향을 또 달라지겠지만, 세월호 참사를 사회구조적인 문제로서 바라보고자 하는 관점을 정치적이라고 규정하고자 하는 것이라면, 도리어 진보적 입장에선 정치적인 문제를 정치적으로 다룬 것에 대한 비판을 받은, 참으로 아이러닉한 상황 아니겠습니까? 이런 의미에서 세월호 참사를 “정치적 프레임으로서의 행사”로서 바라보는 것은 총학이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잡고 있다고 판단되는 부분입니다. 도리어 이런 상황에서 무의미한 정치적 중립을 외치는 목소리 자체가, 오웰의 말을 빌리자면, 비(非)정치적 자세 자체가 가장 정치적인 행위라는 점을 상기시켜드리고 싶군요.
아울러서 이 글의 구성은 묘한 선동적 이미지 겹치기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가령 본 글에 대해서 쏟아질 수 있는 비판들을 “좌파인 학생회에 쓴소리 했다고 일베충으로 몰아가려는 유치한 댓글”이라는 언급을 통해, 반대적 비판을 하는 입장의 사람들을 앞뒤 가리지 않고 일베충으로 몰아가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암묵적으로 심어주고 있습니다. 보수적 견해에 대한 소신이 섰다면, 굳이 일베 운운하며 이런 언급을 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뿐만 아니라 반복적인 강조를 통해서 학생회의 정치적 행보 자체가 나쁘다는 정치적임에 대한 양비론적 허무주의를 암시하려고 합니다. 게다가 “좌/빨 관련 활동”이나 “북괴 빨갱이 단체”과 같은 반공담론의 케케묵은 어휘들을 다시 환기시키며 논의의 본질을 호도합니다. 이 모든 지적사항들은 흔히 토론에서 사용되는 저열한 수법들의 다름이 아니며, 이런 식의 논리를 전개함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우리나라에는 진정한 보수도 없고, 진보도 없다고 생각하는 평범한 학생임”이라고 밝히는 뻔뻔함에 대해선, 마치 부산대 학우들이 이런 선동적 기법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질 것이라는 멸시감마저 느껴질 정도입니다.
게다가 4번 항목에서는 논리적 일관성을 찾을 수 없는 무지마저 자랑스럽게 내보입니다.
4. 총학생회는 더 이상 정치적 의견을 피력할 자격도 없고, 그럴 능력도 없다고 생각한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마르크시즘을 내세우며 각종 행사를 지원하는 단체는 이미 그 존재자체부터 틀렸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본인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 대한—아마도 경도된 애국심의 비뚤어진 발로 보이는—존경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상식적으로 자유민주주의의 정치원리 중 하나가 선거를 통해 진행되는 대의제라는 걸 인정했을 때, 총학생회에서 보이는 정치적 의견 피력할 권리는 보장될 뿐만 아니라, 존중받을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뒤에 따라 나오는 일방적인 선언은 반(反)민주적인 것이며, 글쓴이가 총학에게 가한 “표리부동한 태도”란 것은 총학이 아닌 도리어 본인 스스로에 대한 자아비판에 가까울 것입니다. 아울러 위에서 전개된 반공어휘들로 말미암아 코뮤니즘에 대한 성찰들은 자연스럽게 이적행위로 물타기를 하려는 노골적인 의도를 보이기도 하죠.
이쪽으로 말이 나온 김에 추가적으로 지적하는 비판이지만, 글쓴이가 말한 “대한민국 최고 재판기관인 헌법재판소”의 판결이란 것은 대법원과의 권력다툼에 대한 해명을 먼저 해야 할 것입니다. 게다가 통진당 해산에 대한 문제는 단순히 이적단체니 마니 하는 차원의 층위가 아닌, 민주적으로 결집된 당에 대한 해산권을 국가권력기구가 가질 수 있는가, 그런 해산은 민주적 절차 하에서 정당화될 수 있는가,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국가장치의 본질이 “반공”이라는 개념에서 창출되는 예외상태를 창출하는데 있는가에 대한, 아주 근본적인 층위에 있는 것들입니다. 선동적인 어휘 몇 개로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것은, 게다가 그런 호도를 편향되지 않은 공평무사함의 탈을 쓰고 전개하고자 하는 것은, 단순한 무지를 넘어서 그 의도의 악랄함마저 느껴지게 하는 행동이군요.
끝으로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적인 원리는 정치권력의 주체가 되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정치참여입니다. 이런 시민의식이 정치적 무관심과 냉소주의로 물든 원자화된 개인주의로 환원되는 순간, 민주주의는 스스로를 자살로 몰고 가는 중우정치로 변질되며, 이 변질의 끝은 전체주의입니다. 본 글이 지향하는 편향되지 않는 사고라는 것이, 진실된 의도에서의 것이라고 한다면 좀 더 대화해볼 필요가 있겠지만, 글쎄요…… 좀 더 논증이 필요한 부분이겠지만, 본 글이 지향하고 있는 것은 중도나 균등이라기보다는 정치적 허무주의에 가까우며, 더 나아서는 애국심의 탈을 쓴 전체주의적인 국가주의를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이 글에 달린 댓글들은, 음……
논쟁을 하기보다는—아, 물론 이미 논쟁적으로 쓴 글이라는 점에서 뻔뻔한 말이라는 건 잘 알지만—그냥 진보적인 견해로서는 이런 견해도 있을 수 있구나, 정도로 받아들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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