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이 돈을 안 돌려줄 때

재수없는 민들레2019.06.26 22:08조회 수 3540추천 수 91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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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말, 욕설시 게시판 글쓰기 권한 영구 정지

 

안녕하세요? 저는 20182월부터 20192월까지 장산역 주변의 모 오피스텔에 거주하다가 최근 집주인과 임차보증금 반환 문제로 소송 직전까지 갔던 사람입니다. 분쟁이 일어나고 나니 정말 제가 모르는 게 많고 미리 알았다면 좋았을 것들이 많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경험했던 일들 글로 기록해서 학우분들이 도움받았으면 하는 마음에 정리합니다. 도움이 되시길 바랍니다.

 

저는 앞서 말씀드렸듯이 20182월에 장산역 주변의 공인중개사 사무실에서 계약을 했습니다. 주인은 수영구 쪽에 사는 할머니였는데, 실제로 집 관리는 아들이 전부 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때 저는 저 혼자 임대차계약서를 써 본 게 처음이어서, 확정일자도 안 받고 전입신고도 안 했었습니다. 후술하겠지만 이 두 개를 하지 않으시면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른 우선변제권을 득할 수 없게 되니 반드시 하셔야 됩니다.

 

또한 부동산 등기부등본 상 집주인은 할머니인데 아들이 온 경우(제 경우)에는 할머니가 아들에게 임대차계약에 관한 사무를 위임한다는 위임장과 인감증명서가 필요하니 이를 꼭 확인하시고 임대차계약서와 함께 보관하시길 바랍니다. 또한 실제 집주인의 연락처와 주소도 반드시 알아놓으셔야 이후 분쟁이 생겼을 때 실소유주와 연락이 닿지 않아 답답한 일이 없습니다.

 

처음 입주할 때부터 겨울에는 난방기가 고장나서 일주일을 친구 집에서 자질 않나, 에어컨에서 곰팡내가 나서 몇 번이나 수리를 요청했음에도 알겠다고 말만 하질 않나, 여러 가지 면에서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었기에 계약이 끝나면 바로 이사갈 계획이었습니다. 실제로는 감사하게도 졸업한 해에 바로 취직이 되는 바람에 자연스럽게 이사를 가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집이 어딘가 하자가 있거나 해서 요청을 할 때는 반드시 그 부분을 사진으로 찍어두고 하자 요청한 문자 메시지를 보관해두시길 바랍니다.

 

원래라면 임대차계약이 끝나기 3개월 전쯤인 11월경에 내용증명을 보내는 것이 정석이나, 저는 아직 분쟁도 없는데 내용증명을 보내는 게 꺼림칙하기도 했고 설마 무슨 문제가 있겠나 싶어서 임대차계약 종료 2주 전쯤 문자 메시지로 계약종료를 통보했습니다. 집주인 아들께서는 종료일에 맞춰서 보증금 돌려주겠다고 하셨고 저는 집이 나갈 수 있게 집 비밀번호 알려드렸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집이 나가질 않아서 집주인 아들이 임대차계약 종료 당일날 집이 나가면 돈을 돌려주겠다고 문자로 통보해왔습니다. 그래서 알겠습니다. 어쩔 수 없지요 ㅜㅜ 반환 가능하실 때 다시 저한테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만 혹시라도 있을 분쟁을 위해서 내용증명 하나 발송해두겠습니다. 일상적인 절차이니 너그럽게 여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하고 문자보냈고 집주인 아들이 자기 집으로는 받을 수 없으니 다른 주소로 보내라고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하지만 뭔가 꺼림칙해서 임대차계약서에 쓰여져 있었던 집주인 주소, 집주인 아들 주소, 집주인 아들이 알려준 주소 세 군데 모두 내용증명 발송했습니다. 참고로 건축물(관리)대장이라는 문서를 동사무소에서 발급받을 수 있는데 여기에 집주인 주소가 나와 있으니 여기로 보내셔도 무방합니다. 내용증명 내용은 대략 임대차계약이 끝났으니 보증금 반환해달라, 일주일 안에 반환하지 않으면 임차권등기, 가압류 등을 거쳐 소송을 진행할 것이고 물건지 처분한 이후에도 보증금 전액을 돌려 받지 못하면 채권추심 업체에 의뢰해서 임대인 개인에 대해 추심 진행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내용증명 발송하고 바로 다음날에 집주인에게 직접 전화가 왔습니다. 연초부터 내용증명이니 하는 거 오고가면서 서로 얼굴 붉히지 말고 조용히 잘 해결하자고 하셨는데, 저는 임차보증금 언제까지 반환하실 건지 내용증명으로 보내주시거나 법원에서 임차보증금 반환에 대해 공증을 서달라고 말씀드렸고 집주인은 일단 내용증명 받아보고 결정하겠다고 하고 끊으셨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임대차계약을 중개한 공인중개사 사무소는 임대차계약 개시일로부터 5년 간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를 중재할 의무가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내용증명 보낼 때는 부동산사무소도 포함하시고 중재를 요청하시거나 공증을 부탁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그러나 황당하게도 내용증명이 반송돼서 돌아왔는데, 이유는 폐문부재였습니다. 이 반송된 내용증명하고 신분증, 임대차계약서를 들고 동사무소에 가서 보증금 안 돌려줘서 내용증명 보냈는데 반송됐다고 하면 집주인 주민등록초본을 떼 줍니다. 저는 여기로 내용증명 다시 한 번 같은 내용으로 보냈고 문자메시지로 내용증명이 반송되어서 돌아왔습니다내용증명 받지 않으신 것은 저와 협의하려는 의사가 없으신 것으로 밖에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죄송하지만 예정보다 일찍 임차권등기 및 소송 준비 시작하겠습니다.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라고 보내놨습니다. 집주인은 자기가 집에 없어서 못 받았다고 다시 보내라고 하셨고 저는 내용증명은 다시 보내겠지만 소송 준비 절차는 그대로 진행하겠다고 못 박아놨습니다.

 

이때쯤 집 비밀번호를 바꿔서 집주인이 못 들어오도록 했고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러 법원에 갔습니다. 비용은 대략 5만원 정도 생각하시면 되고, 가서 임차권등기 신청하러 왔다고 하면 법원 담당자께서 잘 도와주시니 그대로 하시면 됩니다. 법원 나오면서 임차권등기 신청해뒀고 왠만하면 명령 발효되기 전에 임차보증금 반환돼서 원만하게 끝났으면 좋겠다고 집주인에게 메시지를 보내뒀습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이틀 뒤에 임차보증금을 반환 받았고 반환 다음날 임차권등기 신청을 철회했습니다. 집주인이 전화 걸어서 학생 때문에 자기 정기예금을 깼다고 투덜거리더군요..ㅎㅎ

 

이렇게까지 하는데 대략 3주 정도가 걸렸고, 비용은 10만원 정도 쓴 것 같네요. 번거롭고 귀찮은 일이었지만 제가 이렇게까지 했던 건 대학생들의 어려운 사정(당장 임차보증금 돌려받지 못하면 이사를 갈 수가 없는..)을 이용하는 집주인이 너무 괘씸해서였습니다. 그리고 막상 해보니까 별로 어렵지도 않고 우리나라 임대차보호법이 임차인에게 상당히 유리하게 짜여져 있어서 집주인에게 굳이 저자세로 나갈 필요가 없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습니다.

 

상술했다시피 저는 우선변제권도 없고 내용증명도 임대차계약 다 끝나고 보낸 터라 권리가 상당히 취약한 상태였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 변호사들에게 제가 패소할 확률은 희박하다는 소견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오히려 승소할 때를 대비하여 빠르게 임차권등기명령 신청하고 임대인 다른 재산 찾아서 가압류 걸 준비하고 있으라는 조언들을 많이 해주시더군요. 그러니 임대인이 정말 무일푼인 경우가 아니라면 반드시 돌려 받을 수 있습니다.

 

세입자들이 많이들 걱정하는 것이 임대인한테 미운털 박혀서 돈 못 돌려받으면 어떡하나 하는 부분일텐데요, 임대인이 돌려줄 돈이 없으면 없는대로 저자세로 나갈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고, 있는데 안 주고 있더라도 소송 걸어서 반드시 돌려받을 수 있으니 임대인에게 미움 살까봐 법적 조치들 망설이실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학우 여러분들 현명하게 판단하셔서 소중한 재산들 지키시길 바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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