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살 남동생이 집을 나갔어요

2011.07.31 12:03조회 수 5622추천 수 1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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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상 음슴체로

어저께 새벽 세 시쯤 엄마가 자는데 깨움

도둑이 든 거 같다면서 조용히 해보라하길래 있어보니 발소리 들림 나 긴장 하지만 울 집은 주택이고 도둑이 들어오려면 3층을 올라야함 근데 갑자기 집 도어락이 열리고 아래의 문(쇠문)이 닫기더니 조용해짐 엄마가 이상해서 확인해보니 열일곱 살 남동생 신발이 없어짐 ㄷㄷ

일단 밤새 기다리다가 날이 밝아서 전화 문자 다 해보니 쌩까고 집에 있던 4천원이 사라짐 남동생은 연락이 아예 안 됨 스맛폰이 아니라 일반폰이라 위치추적이 안 됨

남동생은 열일곱 살임 이게 가당함? 전 저 나이에 공부 열심히 했던 거 밖에 없음 ㄷㄷㄷ 이해가 안 감

남동생은 중학교 때 공부를 아예 안 했음 거짓말 안 보태고 3년 동안 게임한 것만 봤음.. 그런데 어째저째해 인문계를 가게 되었는데 공부한 기본이 없으니 인문계 가서 꼴찌 ㅋㅋㅋ 근데 이놈 학교 애들이 공부를 아예 놓은 건지 반 10등 안에는 들었음 .. 동생 기고만장해짐. 그리고 집에선 매일 컴퓨터로 자기 게임 길드 사람들하고 만난다면서, 서울 보내달라고 떼써서 혼자 서울 여행 가질 않나 자기 수원에 있는 여친(가족들은 아직도 얘 신원파악 안 됨) 만나러 간다면서 주말에 휙 나갔다가 새벽 다섯 시에 들어왔음. 아버지 타지에서 일하시고, 어머니 혼자 얘 통제가 안 됨. 난 혼내서라도 잡아야 한다지만 키 180넘고 덩치 엄청 좋아서 울 집 사람들 아무도 못 말림.

게다가 남동생은 중 2병. 매일 자신의 피에 남자의 기개가 흐르고 의지를 북돋아야해 왜냐면 난 사나이의 맹세를 지켜야하니까!! 이런 소년만화의 오글거리는 대사를 입에 달면서 사는 애임. 웃겨서..ㅋㅋㅋㅋ언제는 가족들 다 모아놓고 가족회의 하자면서 갔더니 난 사나이들끼리 맹세를 했기에 우정을 놓고 지켜야하고 이 피에 맹세의 의지가 흐른다(농담아님. 정말 이랬음 -_-;;;)면서 자기를 통제해달라던데(매일마다 컴퓨터한다고 새벽 서너시에 잠들고 공부도 아예 안 함) 그러더니 바로 다음날 컴퓨터 켜 놓고 문 걸어 잠그고 밤새 사내의 노래라면서 열심히 궁시렁거리던데 -_-;;;

솔직히 전 정말 고등학교 때 학교-집 이렇게 왔다갔다 하면서 살았던 사람이라 저게 정말 이해가 안 감.. 저게 일반적인 케이스는 아니지 않음??? 고1짜리가 새벽에 집나가고 들어오고 신원도 모르는 여자애랑 연애한다고 타지 보내달라고 하는 게 그리 일반적인 건 아닐건데 암만 남자들이 여자들보다 통금같은 게 자유로워도 이러지는 않잖아여..

도대체 중2병에 꼴에 남자라고 오만 깝 다 떨고 다니는 내 동생 어찌해야함??? 엄마랑 저랑 지금 동생때문에 미치겠음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연락왔어요. 집 전화로 왔네요. 딱 지 말만 하고 끊었음다.

 

황령산이래요. 황령산.

 

왜 올라갔냐니까 남자의 맹세와 다짐을 지키기 위해 의지를 북돋우러 갔대여.

 

-_-; 암만 그래도 새벽 3,4시에 고딩이 나가는 게 말이 되나??????

 

아. 남동생이 며칠 전에 저한테 편지를 쓰고 갔네요. 들어본 남친의 말에 따르자면 80년대 얄개 영화 대사래요 -_-;

 

혹시 궁금하시면 내용 적어서 올려드리겠음... 누가 분석 좀 해줘요 ㅜㅜ 아니 막상 문학 전공이면서 난 이걸 왜 못 할까...

 

공부를 못해도 된다고 생각했어 성격만 좋고 비겁하게 살지 않는다면 공부따윈 뭐 인생살이에 문제 없다고. 그래서 이제까지 이렇게 살아왔어. 틀린 말은 아닐지 모르지만 이제 나한테는 해당되지 않는 말 같아

 

내 양팔에 하고 있는 아대며 팔찌며 몸에 흐르는 피는 내가 죽어도 지켜내고 싶어 지금 이대로는 이것들을 지킬 수 없어

 

누나 입장에선 웃기겠지만 좋아하는 여자하며 믿음을 약속했던 친구하며 내가 사랑하는 가족하며

 

적어도 이 사람들한테만은 비겁하면서도 찌질한 내 모습으로 더이상 기억되지 긿어

 

누나 말대로 괜한 허세고 어린 날'에' 객기로 충만한 나야

 

맞춤법이나 제대로 쓰고 수컷놀이나 해라 이 새끼야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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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달기

  • 글쓴이가 이렇게 동생을 생각하는데

    글쓴이의 진심을 담아서 동생에게 그 생각을 전한다면

    동생도 무엇인가 뜻이 통한다면 분명 열심히 잘 할거예요

  • 비회원 (비회원)
    2011.7.31 12:22
    진짜 미치겠는 건, 남동생이 태어나자마자 어머니의 병때문에 남의 손에 컸고 오래 어머니의 직업때문에 어릴적부터 엄마하고 떨어져 있었기에 엄마가 얘에 관한 일이라면 미안해서 무조건 지고 들어간다는 거에요 ㅠㅠ 전 맞고 큰 기억밖에 없는 데 남동생은 무조건 하고 아들♥아들♥ 이러시니까.. 솔직히 내 어머니지만 아들무한교신자 같음... 진짜 보기 안 좋아요.. 일단 전화 다시 해봐야겠어요. 이놈은 지금 라이트노벨의 고독하고 평범한 남주 코스프레 놀이에 빠져서 남이 자기 걱정해도 신경도 안 씁니다. 사내는 쿨해야한다나 뭐라나..
  • 비회원 (비회원)
    2011.7.31 12:24

    어머니가 오냐오냐하며 키운 것도 있고

    게임 중독일 가능성도 있겠습니다.

    게임 중독은 보통 현실에 불만이 많은 애들이

    많이 있는데 친구관계나 가정환경 문제가

    가장 많습니다.

  • 비회원 (비회원)
    2011.7.31 12:29

    돈줄을 끊어버려!!!!!!!!!

  • 비회원 (비회원)
    2011.7.31 12:30
    게임중독인 건 맞아요 본인도 인정했음.. 실제 검사도 받았고 상담치료도 받았었는데 도대체 나아지지 않음.. 친구관계는 문제가 없고(게임 아니면 친구여서) 가정환경은 좀 엉망이긴하지만 막장 상황은 아니에요. 지금 엄마 보고 닥달(??)하니 당신은 너무 불쌍해서 약속을 지킨 거 밖에 없으시대요. 미치겠네요 참..
  • 비회원 (비회원)
    2011.7.31 12:30
    돈줄을 끊어놨더니(용돈도 안 줍니다) 집에 남은 돈 긁어서 새벽에 나갔다니까요 ㄷㄷ
  • 비회원 (비회원)
    2011.7.31 12:42

    글만보면 오타쿠의 기질이 보이는데;;;;;;;


    고딩때도 건담얘기만 입에 달고 다니던 애가 있었는데;;; 나랑 다른세계에 사는 사람 같았음;;;;


    컴터 비번걸어버리고 돈줄도 끊어버리고! 고딩이 먼 컴터가 필요하다고;;


    군대갈 때가 걱정이다;;;;;;  저상태로 크면 쥐어 터질꺼 같은데;

  • 비회원 (비회원)
    2011.7.31 13:07
    군대가면 적응은 겁나 잘 할걸요 ㄷㄷ 윗사람한테 살살 기는 능력이 엄청남..컴퓨터도 자기 컴퓨터가 필요하다고 고집부려서 할아버지한테 받아낸 거임(엄마는 상황도 모르고 또 져주고 난 절대 안 된다고 말리고) 그 이후의 상황은 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엄마 저 때 일 보고 나보고 미안하대요
  • 개그같네여 ㅋㅋㅋ

  • 비회원 (비회원)
    2011.7.31 14:18

    님은 웃길지 몰라도 저희 집은 식겁했고, 저희 어머니 기절까지 가셨네요...

  • 수컷 놀이에서 빵 터졌네요 ㅋㅋㅋㅋㅋ

    저희 어머니는 항상 우리 딸♡우리 딸♡ 이러시던데요 ㅋㅋ

     

    근데 뭐 저 나이때 한참 저런 생각 많이 하지 않나요?? 실천하는 사람은 매우 적지만요.

    행동력이 강하네요 진짜 ㅋㅋㅋ 크게 될 놈인듯 ㅋ

  • 비회원 (비회원)
    2011.7.31 14:43

    어머니가 동생분이 어리실 때 병이 있으셨고, 또 직업적인 이유로

    동생분과 함께 하지 못 하였고 신경쓰지 못 였다는 점에

    죄책감과 미안함을 느끼시는 듯합니다. 하지만 어머니께서

    계속 그렇게 동생분에게 오냐오냐하며 교육하시면

    동생분이 나쁜 길로 빠질게 분명한 상황입니다.

    어머니께서 갑자기 교육방법을 바꾸시는 것 또한

    동생분의 반항심을 키울 수 있기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하셔야 될 겁니다.

    누나분께서도 닥달만 하지 마시고 동생분을 최대한 이해하려고 노력하셔야

    될 거고요.. 동생분에게 언제 진지하게 누나는 너의 이런 점이 고민이고

    우리집 상황이 이런만큼 니가 이래서 되겠느냐? 누나는 너를 정말 사랑하고

    믿는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해보세요

  • @♥ (글쓴이)

    ㅋㅋ동생이 남기고 간 메모가 웃기긴 하네요 ㅋㅋ

    근데 뭔가 자기 나름대로 매우 심각하게 쓴듯 ㅋㅋㅋㅋ그게더웃김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으아 남동생이 다른세계를 살고있는 듯하네요,

    지금은 심각해도 후엔 웃으면서 되돌아볼날이 있겠죠

    어릴때 그런 객기쯤은 부려도 괜찮다고생각해요 ㅋㅋ

  • 비회원 (비회원)
    2011.7.31 20:38
    객기 나름이죠 뭐 ㅠㅠ 남동생 지금 대판 혼나고 있네요.. 어머니께 글쓴 거 보여드리니 그 내용 참고로 하셔서 지금 혼내시네요.

    ....엄마 시원하게 혼내주세요♥ 그리고 며칠 있다간 남동생 게임 계정 삭제하려고요. 제 민번으로 되어있는지라 ~_~ 낄낄낄낄
  • 비회원 (비회원)
    2011.7.31 21:04
    남동생이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읽기 시작했네요. 개인적으로 금서 개념을 엄청 싫어하지만, 저런 중2병과 감성드립 지껄여대는 돈지랄들에게는 하루키의 책을 금서로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여당당 대표 김영희st)
  • 비회원 (비회원)
    2011.7.31 21:35
    제 생각엔 정상적으로 보이는데요 단지 활동적이고 주변에 친구들도 많고 가족에 대한 정도 많을것 같고요..크면 큰사람될것같네요 너무 혼내려하지마시고 옆에서 긍정적인말과 지켜봐주시는것이 도움이될것같아요 크게 신경안쓰셔도 될듯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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