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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곳, 다른 생각 ‘동상이몽 속 M50’

부대신문*2011.11.13 05:03조회 수 955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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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의 소호(Soho), 파리의 몽마르뜨 언덕, 모스크바의 아르바트…. 이곳들의 공통점은 과거 예술인들이 모여들어 유명해졌으나 지금은 예술과 자본의 경계가 모호하게 변질된 곳이라는 것. 이 유명한 관광 명소들과 비슷한 운명이지만 많이 알려지지 않아 조금 더 ‘가슴 아픈’ 곳이 있다는 소식에 상하이에 위치한 모간산루 종합예술단지 M50(이하 M50)을 찾아갔다.


  정문에서 바라본 M50은 시각적 충격을 줬다. 붉은 벽돌과 낡아서 곧 깨질 듯한 창문으로 이뤄진 옛 공장건물 사이에 세련된 미술작품들이 걸려 있었다. 도저히 공존할 수 없다고 생각한 두 사물, 두 분위기가 어우러져 묘한 매력으로 다가왔다.

화랑 관계자 “임대료 비싸지 않아…상업화는 어쩔 수 없어”
  처음 방문한 곳은 화랑 ‘East Link’였다. 이곳에서 만난 꺼웬웬(Ge Yuanyuan) 매니저는 한국에서 사전 취재한 내용 ‘M50이 높은 임대료와 상업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와 전혀 다른 말을 전했다. 임대료는 전혀 비싸지 않고 상업화는 어쩔 수 없다는 것. 꺼웬웬 매니저는 “M50이 상업적으로 변해 예술인 공간이라는 고유한 의미가 퇴색됐다는 말은 동의할 수 없어요”라며 “화랑은 원래 미술작품을 사고파는 곳이기 때문에 상업화는 어쩔 수 없죠”라고 말했다. 그가 꼽은 M50의 어려운 점은 임대료·상업화가 아닌 ‘외국인이 많다’였다. 외국인들이 이 지역의 화랑을 개척해 중국인 화랑주와 작가들이 별로 없고 손님들도 외국인이 대부분이라 중국인들이 예술을 바라보는 시각이 넓어져야 한다는 등의 대안을 제시할 뿐이었다.


  그 후에 만난 다른 화랑 관계자들도 이와 비슷한 생각이었다. 화랑 ‘Island 6’ 세레나 영(Serena Yeung) 매니저 겸 조각예술가 역시 M50의 장점으로 임대료, 세금 등이 다른 곳에 비해 싸다는 점을 꼽았다. “덕분에 화랑들이 많이 몰려들어요”라며 “화랑이 많고 입장이 무료라 관광객들도 넘쳐나요”라고 밝혔다. 화랑 ‘ShangArt’ 로레인 리우(Lorrain Liu) 매니저도 M50은 임대료가 일반적인 가격이라 생각한다고.

  여러 취재원들을 만난 후 사전 취재를 잘못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M50의 임대료는 저렴하며 상업화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는 극히 소수의 의견일 뿐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임대료가 20배나 뛰었는데… 전시할 공간 찾기도 어려워
  이번 취재는 실패했다고 생각하며 시민들의 반응이라도 들어보기 위해 마오쩌둥 동상 앞에 있던 관광객들에게 다가갔다. 천운이 있었던 것일까. 그 관광객들은 오래전 임대료가 올라 M50을 떠난 예술가였다. 쯔포(Zibo), 포포(Popo) 씨는 지금까지 취재한 방향을 뒤엎는 말들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예술가들의 열악한 상황에 관심을 가져주는 외국인이 고맙고 반가웠나보다. 그들이 말하는 M50의 임대료는 비쌌다. 과거에는 임대료가 하루에 1평(1㎡)당 3마오였으나 몇 년 사이에 임대료가 20배나 올라 현재는 5~6위엔이라고. 이 때문에 수많은 예술가들이 여기서 작업하는 것을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떠났단다. 쯔포 씨는 “화랑 주인이나 매니저 입장에서는 이곳의 임대료가 싸다고 말할 수 있겠죠. 경제력이 되니까요. 그러나 예술가에게 이 임대료는 비싸요”라고 토로했다.


  또한 그들은 M50의 상업화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내뱉었다. 처음 M50이 개척될 때는 예술가가 상주할 수 있는 작업공간이 대부분이었고 그 결과 M50이 유명해졌으나 지금은 M50의 대부분이 화랑이라 과거에 비해 훨씬 상업화됐다고 한다. 현재 M50의 시스템은 밖에서 예술활동을 하던 예술가들이 이곳의 화랑에 와서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 때문에 예술가들은 전시공간을 찾기가 어렵다. 포포 씨는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예술가들이 화랑들에게 통제당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예술가들이 전시공간을 찾는 것을 두려워하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부대신문 독자들에게 “예술가의 특징은 자유에요. 관이든 화랑이든 누군가에게 통제받는다면 결국 창작 및 생산활동에 방해받죠”라는 말을 꼭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쯔포, 포포 씨와의 유쾌한 만남 후 무심코 들어간 구석진 곳의 자그마한 가게. 그 곳에서 만난 인상 좋은 할아버지는 자신의 이름을 딴 화랑 ‘리위바오(Li Yubao)’의 주인이자 임대료를 겨우겨우 내고 있는 M50의 초기 예술인이었다. 그는 M50을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그는 M50의 1세대 예술가들이 이곳을 떠난 이유가 △임대료가 높아서 빠져나간 경우 △오히려 물건이 잘 팔려 다른 곳으로 개척해 나간 경우 △문화도시 베이징으로 도전하러 간 경우 △작품이 팔리지 않아 임대료를 낼 형편이 안돼 집에서 작업하러 나간 경우라고 요약했다. 이 중 첫 번째 경우의 비중이 제일 높다고.


  그는 M50이 상업화돼 좋은 점은 관광객이 많이 오고 예술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됐다는 점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부정적인 면은 화랑은 경제력이 뒷받침돼 좋은 위치를 선점할 수 있지만 개인 예술가는 좋은 위치를 얻을 수 없다는 점이다. “시에서 M50의 화랑에게는 세금을 면해줘요. 그래서 화랑의 임대료가 싼 편이죠”라며 “예술가에게 제공되는 이득은 없어요. 유럽에서는 예술가들의 전시 기회 및 기본적인 생존 기회를 제공해준다는데…”라고 말하는 리위바오 씨의 표정에는 씁쓸함이 가득했다.

  자본의 최후의 보루여야 할 예술거리에도 자본의 폐해가 여실히 드러났다.




원문출처 : http://weekly.pusan.ac.kr/news/articleView.html?idxno=1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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