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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교과서 국정화 논란과 그 한계 -1-

비렁뱅이2015.10.26 15:10조회 수 686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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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때마다 반복되는 역사 교과서 문제. 핵심에는 도달하지 못한 채 이데올로기에 휩싸여 매번 매번 변죽만 올리는 투쟁을 볼 때마다 정신이 아득해진다. 작금의 한국사 교과서 체제 형태 논쟁 역시 정권의 정치적 도구로서의 논쟁에서 벗어날 수 없는 실정인데, 우익은 국정이면 이데올로기의 물살을 바꿀 수 있고 검정이면 좌익 헤게모니를 강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말 그러한가?

부탁하건데, 미몽에서 깨어나시라. 국정-검정 논란은 무의미한 논란이며 그것은 교실 내 헤게모니 지형과 이념적 물살을 바꿀 수 없다. 본문은 이 같은 비현실적이고 답이 나오지 않는 논쟁에서 벗어나 좀 더 생산적인 논쟁을 위해 하나의 단서를 제시하고자 한다.

 


1-1. 
논의가 진행되는 포커는 교과서이므로 그 기능과 관련하여 논의를 진행시켜보자. 크게 볼 때 교과서의 기능은 셋인 바, 

(1) 학습의 교재로서 배움의 길잡이
(2) 공동체의 기억 설정과 기억 전수를 통한 사회 구성원의 재생산
(3) 정치적 가치관과 이념의 주입

등의 기능을 갖고 있다. 

세 기능 중 (1)번 교육적 기능은 교과서가 지닌 본질적 기능임에도 불구하고, 사실 상 논쟁의제에서 제외되어 있다. 교육계가 참여하는 논쟁에서 교과서의 본질적 기능에 대한 의제가 논쟁에 탈락된 것 매우 기괴한 일인데, 교육학에서 흔히 언급하는 교육 주체성을 베이스로 하여 접근하면 쉽게 이해 가능하다. 논쟁을 그치고 잠시 교과서의 주체와 당사자에 대해 생각해보자. 현행 교과서를 둘러싼 논쟁에서 수많은 사람들(교사/학계 전문가/정부/오피니언 리더/언론/속칭 지성인 등등)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이 뜨거운 감자의 메인 당사자는 아니다.
 

새삼스레 강조 할 필요없이 교과서의 주 당사자는 교육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번 교과서 논란에서 교육 수요자인 학생과 일반 학부모 대중은 자연스레 이탈 되어 있고, 그들의 의견은 원천 봉쇄되어 있다. 교육 수요자의 의견과 학습여건, 진학 등에 대한 논의는 배제하고, 교육 공급자들의 이데올로기-헤게모니 투쟁으로 일관하는 것이 반도의 교과서 논쟁이다. 

교육 수요자의 배제와 공급자에 의한 경직적 운영은 공교육의 필연적 한계이지만, 교육계는 문민정부 이후 특히나 7차 교육과정을 수립하면서 국가의 계몽주의적 패러다임을 지양하고 학습자의 발달과정과 필요성 그리고 민주성을 충족하는 교육을 실현한다는 목표를 설정하였다. 그러나 매번 진행되는 교과서 논쟁과 그에 참여하는 교사들의 발언은 그 교육적 목표와 취지를 무색케 한다. 교과서의 내용 기술과 이데올로기적 접근의 선결조건으로써, 교육부-교육청-학교-일선교사의 공급 독점 시스템에 대한 반성과 비판이 나와야 함에도 불구하고 반도의 교사님들께서는 편을 갈라서 이데올로기 논쟁만 파고 있는 실정이다.

글을 정리하자. 교과서의 교육적 기능으로 바라보았을 때 교과서의 주 당사자인 학습자 및 학부의 목소리를 배제하는 국정화 논란은 기본적으로 함량미달의 논쟁이다. 교육현장에서 교육당국, 학교, 일선 교사 등 공급독점에 의해 교육 수요자의 선택권은 매우 협소하거나 명목상으로만 존재한다. 이 같은 구조적 맥락을 파악하고 개선하기 위해 고민하긴 커녕, 공급독점에 의해 수요자 선택권이 막혀있는 상황을 인지하지 못 한 채 자신의 가치관에 부합하는 교과서가 관철되지 않는다 하여 상호 이전투구를 벌이는 작금의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1-2.
근현대사 관련 학계 전문가들이 저마다 목소리를 내는 와중에 사태는 수습되기는 커녕 교과서 집필에 참여 여부를 놓고 논쟁이 한층 더 가열되고 있다. 교과서의 (2)번 기능과 관련된 갈등이다.

 

교과서는 역사학 논문이 아니므로 '기술적'으로 상호 충돌하는 학설을 모두 서술할 수 없고 또 그럴 필요도 없다. 고등교육과 달리 중등교육은 학습자의 발달수준과 학습부담, 진학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며, 이 때 학설의 다양한 소개보다는 내적 일관성이 우선적으로 요구된다. 고로 교과서 논의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암묵적인 합의 위에서 특정 학설의 선정 여부를 두고 치열한 논쟁을 벌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학설의 선정과 교과서 기재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공교육의 교재인 교과서는 본질적으로 공동체의 기억과 상식을 설정하고 이를 구성원에게 전달하는 기능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교과서에 내용으로 선정된 학설은 국민의 지배적 기억으로 작동하는 경로를 밟아간다. (「공동체의 기억과 기억의 투쟁」에 대한 더 깊은 논증은 여기로 들어가서 참조 바란다.)

 

이 같은 교과서의 기능, '선택적 기억'을 투사하는 능력, 환언하면 '국민'을 만들어내는 기능으로 말미암아 교과서에 기재되는 학설은 학문적 헤게모니와 학계 내 권력을 쥐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각개의 학파가 저마다 자신들의 학설 또는 선호하는 이념과 밀접한 학설을 지지하게 되는 까닭이다. 때문에 역사학계의 교과서 논쟁은 현실적 대안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 역시 교과서 앞에서는 이익집단으로 전락할 뿐이다.



본디 (3)번 기능은 원래는 없는 기능 또는 없어도 무관한 기능이나 (2)번으로 인해 파생된 기능으로써, 표 냄새를 잘 맡는 정치인이나 좌익적 헤게모니 전략에 민감한 지식인들에 의해 각광을 받게 된 기능이다. 그러나 정치적 기능은 어디까지나 파생적 기능이며 (2)번의 국민의 탄생과 불가분일체의 관계를 띄기 때문에 구분이 쉽지 않다. 따라서 <기억의 투쟁>과 <정치적 투쟁>이 혼재된 상태에서, 공동체의 기억은 정치적 발화를 입고 드러나게 된다. 

 

한편으로 (3)번 의제는 국민적 반발을 불러오기 쉽고 당위적 약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를 직접적으로 쟁점화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이를 우회하기 위한 시도로써 내세운 '위장 의제'가 바로 "교과서 국정화" 논란인 것이다. 다만 교과서 기술 형태는 정치적 레토릭과 이념적 지향에 따라 결정되고 또 논쟁에 참여하는 다수의 논자들이 정치성을 논의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위장의제 전략은 그 의도와는 달리 효율적이지 못 했다. 그럼에도 정치적 쟁점화에는 성공하여 현안에 대한 정치적 열정과 긴장은 고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렇다면 정치적 접근은 성공적인 것일까? 『교과서 국정화 논란과 그 한계 -2-』에서는 이 점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하고자 한다.

출처:교과서 국정화 논란과 그 한계 -1-

 

 

 

 

 

 

짧지 않은 글이기도 하고 해서 원 글 작성자분께서 해두신 구분에 따라 1편, 2편으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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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교과서 국정화 논란과 그 한계 -2- (by 비렁뱅이) 이양기교수님 국제통상분쟁론~~ (by 부대생이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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