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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이 최후의 선택이 될 수 있는가?

하늘바라기2015.12.27 02:58조회 수 886추천 수 1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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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이 최후의 선택이 될 수 있는가.. 이건 꽤 논란이 되는 문제입니다.

 

가끔 어떤 사람은 '자살이 이해 될 수도 없고 정당화 될 수도 없다'고 하지만 그 말은 애초에 모든 다른 의견의 가능성을 닫아 놓고 있는 말이지요. 전 말하고 싶네요. "자살은 정당하다!" "왜 자살이 정당화될 수 없는가!"

 

비뚤어져 있다고 해도 상관없어요. 저건 그저 외쳐본 말입니다. 누군가 할 수 있는 주장으로 인해 꽉 닫힌 모든 가능성들을 시원하게 깨트려 본 말일 뿐이에요. 우리가 진리.. 음, 진리라는 말이 너무 모호하다면 답이라는 말도 좋겠네요. 우리가 답을 찾는 과정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엇 하나 확실하고 완전한 답을 이미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 곤란하지요.

 

때때로 사람들은 모순된 말을 하곤 합니다. '애초에 죽어보지도 않은 인간이 어떻게 죽음의 고통을 안다고 할 수 있는가!' 이건 정말 맞는 말이에요. 그런데 그 말을 한 사람은 바로 다음에 이렇게 말해 버립니다. '삶은 죽음보다 더 큰 효용을 가진다!' 죽음을 모르는 우리가 어떻게 삶과 죽음의 효용의 크기를 비교할 수 있나요? 모르는 것은 모르는 것으로 인정하고 그대로 두어야 합니다. 다른 사람이 '삶의 고통이 죽음의 고통보다 클 거야' 라고 말할 때 '니가 그걸 어떻게 알아!'라고 말하면서, 스스로 '삶의 효용은 죽음의 효용보다 클 거야'라고 말해서는.. 설득력이 없지요.

 

만약 어떤 사람이 '살아 있는 사람은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반면, 죽은 사람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삶과 죽음의 효용을 비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저는 또 묻고 싶어요. 죽은 뒤에 개인은 어떻게 됩니까? 사후 세계가 있어서 사후 세계에 간 개인이 천국과도 같은 풍요를 누린다면 삶과 죽음의 효용 중 어느 쪽이 큰 겁니까? 만약 이런 질문을 다른 사람들에게 한다면 거의 대부분은 이렇게 답할 겁니다.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맞아요. 그걸 어떻게 압니까. 죽은 사람이 사후 세계에 가는지, 아니면 아예 없어지는 건지. 우리는 정말 '죽음'에 대해서 아는 게 거의 없어요. 이렇게 장황설을 펼치는 이유는 죽음이라는 우리가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인정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린 때때로 우리가 모르는 것을 너무 쉽게 상상과 가정으로 메워 버리지요.

 

 

자, 그럼 본격적으로 제 의견입니다. 우리는 개인의 죽음을 어디까지 이해할 수 있나요? 개인의 사상과 개인의 세계, 개인은 놀랍도록 고립되어 있지요. 물론 세계의 모든 요소가 총체적으로,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해요. 하지만 우리는 이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어요. 단지 세계가 존재하고, 단지 개인이 존재한다. 자아는 너무나도 단일한 방식으로 세계와 연결되어 있고, 개인은 단지 자아의 단위일 뿐이에요. 거기에는 자아와 세계(대상)의 독립된 관계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어요. 주관과 인식이 있을 뿐이죠. 타와 자의 동일성조차 전제되어 있지 않아요. 타와 자의 동일성을 가정하고, 이해를 시도할 수는 있지만 그조차 불확실하기 그지없는 주관에 의해 이루어지는 일일 뿐이지요. 실재 세계는 인식과 별개로 존재하고 있지만, 우리는 우리가 인식하는 것밖에 받아들일 수 없는 겁니다.

 

이런 세계관에서 개인에게 '사회적으로 합의된 도덕'이라는 건 규율로서는 아무 의미가 없어요. 언제든지 그 정체성을 의심할 수 있는 대상에 불과합니다. 똑같은 말일 뿐이지만, 말하자면 도덕의 의미가 도덕에서 해리된다는 겁니다.

 

개인에게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의 주관은 너무나 불확실합니다. 그가 순수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의심뿐입니다. 무엇이든 물어볼 수 있지요. "죽음이란 게 뭐야?", "왜 죽으면 안돼?", "왜 자살은 옳지 않은 일이야?", 심지어는 "왜 옳지 않은 일을 하면 안돼?"라는 물음까지도. 의심이 이런 메타적인 영역에 이르렀을 때 개인은 생각할 수 있습니다. '자살은 단지 내가 할 수 있는 하나의 선택일 뿐이다'.

 

정말 몇 번이나 같은 말을 듣게 해서 죄송합니다만, 이 세계관에서 개인에게 사회적으로 합의된 도덕의 의미를 강조하는 게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하고 싶어요. '도덕적이다', 혹은 '윤리적이다' 라는 말의 의미는 개인이 의심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이 찾아 나갈 뿐이지요.

 

자살은 최후의 선택이 될 수 있는가? 될 수 있어요. 기존의 모든 당위가 의심에 의해 분해된 상황, 말하자면 '절망'적인 상황에서 자살은 단순히 '내가 죽음에 이르는 행위를 한다'->'내가 죽는다'는 어떤 인과적 관계, 물리적 현상으로 치환되어 버리는 겁니다.

 

조금 주제를 벗어난 말이지만, 왜 기존의 모든 당위가 의심에 의해 분해된 상황을 절망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냐 하면, 그것은 '개인'과 '세계'로 이루어진 이러한 세계관 자체가 인간이 근본적으로 고독한 존재임을 가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고독하다는 것은, 인간이 절망-스스로의 불완전성에 대한 것이나, 현실에의 불만 등등 그 무엇이든-과 마주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원인이지요.

 

 

제 의견은 여기까지입니다. 글을 쓰다 보니 상당히 난잡한 것이 되어 버렸네요. 구술하듯이 쓴 것은 딱딱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스스로도 글의 흐름을 잃어버릴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음.. 전적으로 제 능력 부족입니다. 죄송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진지하게 읽어주신 분이 있다면 정말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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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달기

  • 2015.12.27 10:21
    죽고 싶은 사람은 남이 뭐라고 말리든 죽기 때문에 '될 수 있는가' 하는 당위성 문제는 제쳐두고, 최후의 선택지로 활용되고 있어욧..
  • 2015.12.27 10:29
    결론은 자살은 개인의 선택이란 구절인가요??
  • 2015.12.27 13:34
    데카르트하고 뒤르켐이 이런 이야기 옛날에 많이 했습니다. 한 번 개론서 읽어보시면 좋을 듯 하네요. 문제해결을 스스로 한다는 개인주의적 사고는 자살의 동인으로 많이 언급됩니다.
  • 갈등 및 고찰의 결론이 자살이 합리적인 것이다 라는것으로 정해졌다면 이미 인류는 도태하고 타 종에게 자리를 양보했을것 같습니다.
  • 2016.1.21 00:38
    프랑수아즈 사강 -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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