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학교 수학과 4학년에 재학중인 김근수입니다.
저는 이 글을 통해 다음 주에 진행되는 연합대학 찬반 투표에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지적하려고 합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토론 없는 다수결의 원칙은 비합리적인 결과를 만들어 내기 쉽습니다. 다수결의 원칙은 토론을 통해 반대편의 입장을 가진 사람을 설득하고 최대한 합리적인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다면 마지막 방법으로 다수결의 원칙이 적용되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초 필리버스터 사건 역시 테러방지법에 관하여 충분한 토론 없이 새누리당이 다수 국회의원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하여 투표를 하도록 하였고, 그에 대한 반발로 야당은 필리버스터를 하여 국민들의 지지를 받은 것이 아닙니까?
제가 생각하는 지금의 문제점은 연합대학에 토론 없는 의사결정을 하는 것을 넘어, 연합대학의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도 않은 상태에서 찬성과 반대를 선택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현재 연합대학의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연합대학 제도의 실효성에 관한 토론은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그리고 총투표의 진행을 앞두고 중립적인 입장을 취해야 할 학생회 역시 편향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학생들에게 편향된 정보만을 제공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우리 학생들 역시 자신들과 총학생회의 의견이 같다고 해서 총학생회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는 것이 지금의 상황입니다. 총학생회는 여론의 지지를 등에 업고, 다수결의 원칙으로 밀어 붙이는 것이 아니라, 중립적인 입장에서 교육부와 총장님에게 연합대학에 대한 정책에 대하여 질의를 하고, 문제점을 제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다음 중립적인 입장에서 학생들에게 정보를 제공하여, 학생들이 토론을 할 수 있도록 토론의 장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러한 토론의 과정이 생략된 결과로 학생들이 제시하는 연합대학의 문제점들은 논증이 아니라 단 하나의 심증일 뿐입니다. 예를 들어 연합대학제도를 실시하면 우리 대학의 네임밸류가 하락할 것이라는 주장을 살펴봅시다. 1986년 개교한 포스텍은 탄탄한 대학재정으로 단 1년 만에 서울대학교와 맞먹는 입학 성적 낸 사례를 보았을 때, 이번 연합대학을 통해 우리 대학 재정을 탄탄하게 하면 우리 대학의 위상이 오히려 높아질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밀양대학교의 통합이 잘못되었으니까 이번 연합대학도 안 된다는 주장 역시 논리적인 비약입니다. 이러한 주장을 하기 위해서는 통합과 연합의 명확한 차이를 제시하여야 하며, 밀양대학교 통합이 지금과 다른 상황이라는 것을 충분히 인지한 상태에서 객관적인 근거를 제공해야합니다. 또 우리 대학은 어쩌면 통합이 실패한 이유를 잘 분석하여 성공적인 연합대학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이번 투표는 토론의 배제되었기 때문에, 논증이 아니라 심증만으로 의사결정을 해야 하고,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큽니다. 중요한 것은 총장님이 학교구성원들이 반대를 하면 연합대학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에, 이번 투표의 결과는 비가역 적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잘못된 결정을 통하여 어쩌면 우리 대학이 한층 더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학생들께서 제가 제시하는 문제점에 대해서 생각해주시는 것을 바라며, 연합대학에 관한 구체적인 안건이 나오고 나서 충분한 토론 과정을 거친 뒤 찬반 투표가 진행되어야 된다는 것입니다. 즉 다음 주에 진행되는 찬반 투표를 하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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