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나라는 최순실 사태라는 초유의 위기에 처했습니다. 당장 국회만 보더라도, 야당은 말 할 것도 없고 여당에서조차 비박계, 친박계 할 것 없이 아연실색한 모습입니다. 국민을 대표하는 이들조차 이러한데, 국민들은 오죽하겠습니까? 그럼에도 마이피누에는 이 사태에 대해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 하는 이야기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처음으로 마이피누에 글을 올려 봅니다. 글에 앞서, 하나만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저는 총학생회를 포함한 다른 이들을 지지하기 위해서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이 사태를 우리 스스로가 어떻게 바라봐야할 지, 또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 고민하면서 쓴 글입니다. 이를 참고하여 주셨으면 합니다.
먼저 이 사태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해야할 것 같습니다. 최순실 사태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대통령의 폭거입니다. 왜 이것이 폭거라고 볼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수많은 이유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이유, 그것은 국가기밀은 대통령 개인의 것이 아닌 국가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일본 특사에 대한 정부의 외교 정책이나, 북한 군부와 우리 군의 비밀접촉같은 군사기밀은 외부로 누설되면 국가에 큰 손실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런 정보들은 기밀로 관리되며, 대통령을 포함한 기밀을 다룰 권한이 부여된 사람들만이 열람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국가지도자인 대통령이 국가기밀을 최순실에게 수 차례 전달했습니다. 만약 이 사람이 기밀을 다룰 수 있는 권한이 있는 직책(장관, 차관, 보좌관)에 있는 사람이라면 이것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최순실은 전혀 그런 권한이 없는 민간인입니다. 대통령은 최순실이 기밀을 다룰 권한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인 친분을 핑계로 기밀을 수 차례나 전달했습니다. 재화에는 물질적인 재화 뿐만 아니라 정보라는 비물질적인 재화도 존재합니다. 따라서 이번 사태는 기밀이라는 국가의 재산을 대통령이 횡령한 것이나 마찬가지 입니다. 그렇기에 이것은 용납할 수 없는 대통령의 폭거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누군가는 '개인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에 열 올릴 필요가 있느냐?' 하고 말합니다. 또 누군가는 지금 당장 거리로 나가서 하야를 요구해야한다고 말합니다. 그 중 어느 것도 뚜렷한 해답은 아닙니다. 이제까지 권력에 의한 비리는 아무리 개인이 열을 올려도, 자기들끼리 조용히 솜방망이 처벌해왔으니 이번에도 그렇게 넘어가야 합니까? 그럼 앞으로 대통령이 국가의 또 다른 자산을 유용하고, 세금을 횡령하고 나중에는 목숨까지 요구한다면 그때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때가서 후회해봐야 늦습니다.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은 확실하게 물어야 합니다. 그래야 국가가 바로서고, 정의가 바로 설 수 있습니다. 그러면 총학생회의 생각대로 거리로 뛰쳐나가서 탄핵을 요구해야할까요? 만약 그래서 탄핵이 되었다고 가정합시다. 탄핵되고 나서 어떻게 할 것인지 모두가 공감하는 대책은 어디 있습니까? 당장 들끓는 분노에 어떻게든 끌어내리고 싶은 마음이야 저도 마찬가지 입니다. 하지만 뚜렷한 대책없이 행동했다가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그때는 탄핵하자고 주장했던 사람들을 처벌해야 할까요? 하물며 집을 이사하는 것조차 몇 달을 고민하는데, 대통령을 바꾸는 것을 하루 이틀만에 결정할 수는 없는 법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저는 두 주장 모두 좋은 해답은 아니라고 보입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 모두에게 다음과 같이 제안합니다.
첫째, 우리 모두 이번 사태에 대해 냉정해집시다. 아직 최순실 사태는 모든 게 밝혀진 것이 아닙니다. 도대체 어디까지 유출이 되었고, 최순실과 대통령의 비리가 얼마나 국가를 좀먹었는지 미처 다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우리에게는 모든 사실이 드러날 때까지 한 숨 돌릴 시간이 있습니다. 그동안 사태를 지켜보면서 우리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합시다. 섣부른 행동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오는 것은 이번 총학생회의 통합반대 투표때도 보지 않았습니까? 반대가 99%라도 투표율이 50%를 간신히 넘겨서는 학생 전부가 반대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 투표율이 저조하다는 것은 그만큼 총학생회의 행동에 찬성하지 않는 의견도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더 충격적인 사실들이 밝혀져서, 국민들이 들고 일어난다면 그때 뛰어나가도 늦지 않습니다. 그러니 지금은 잠시 멈춰서 이번 사태를 냉정하게 분석합시다.
둘째, 서로가 서로를 탓하지 맙시다. 일부에서는 대구, 경북 등 보수지역이나 당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투표했던 사람들을 비난합니다. 심지어 나이가 있으면 투표권을 제한해야한다는 말까지도 서슴없이 합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공화국입니다. 우리는 모든 성인에게 투표권을 주기로 약속했고, 다수결의 원칙이 지금 우리나라 선거의 공식적인 틀 입니다. 저로 말하자면 당시에는 성인이 아니어서 투표를 못했습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에게 투표했다고 해서 비난할 수 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누구도 오늘 이러한 일이 생길지 몰랐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종종 역사를 볼때 이런 생각을 합니다. '왜 옛날 사람들은 그때 바보처럼 행동했을까?' 이는 역사를 그릇되게 보는 것입니다. 그들은 미래를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당시에 최선이라고 생각되는대로 행동했을 뿐입니다. 사람은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누구나 실수를 합니다. 항상 최선의 선택을 하는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물론 '나는 그때 박근혜 후보를 안 찍었는데!'하는 억울한 마음이 들 수 있습니다. 탓하고 싶은 마음도 물론 생기지요. 하지만 탓만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상대방의 아집을 부추기는 결과만 초래합니다. 그러니 '나와 다른 의견이 있구나'하고 존중하지는 못하더라도, 타인을 탓하지는 맙시다. 이번 사태는 주범인 대통령이 책임져야할 것이지 뽑은 사람 개개인이 책임져야할 문제는 아니니까요.
마지막으로 루머에 휩쓸리지 맙시다. 세간에는 각종 루머와 음모론들이 떠돌고 있습니다. '검찰에서 과연 제대로 조사 하겠는가?' 부터 시작해서 '정유라가 최순실씨의 딸이 아니다.' , 심지어는 소위 '세월호 공양설' 까지 말입니다. 이들은 모두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자극적인 소문일 뿐입니다. 오늘 JTBC의 손석희 앵커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항간에 찌라시들이 나돌고 있지만, 우리는 사실관계가 확인된 것만 보도할 것이다.' 루머가 사실인가 아닌가는 언론이 확인해야할 사안입니다. 우리는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뜬소문들을 믿을 것이 아니라 언론이 검증한 것을 듣고 생각해야 합니다. 근래에 언론이 많은 비판을 받아왔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보면 아직은 그래도 언론을 신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가십거리로 치부하고 넘어갈 것이 아닙니다. 반드시 대통령과 최순실을 포함해 관계자들의 책임을 물어야만 합니다. 그러니 각종 루머들을 퍼뜨려서, 사람들이 이를 가십거리처럼 여기게 만들지 않았으면 합니다.
쓰고보니 장문의 글이 되었습니다. 저는 정치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최대한 중립적인 관점에서 이야기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물론 이 글에 동의하는 분들도 있고, 아닌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한 가지 부탁이라면, 여러분께서 그런 문제로 싸우시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것보다는 '개개인으로서 이 사태를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해주셨으면 합니다. 이 글의 목적도 우리가 다함께 고민을 해보자는 것에서 출발했기 때문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자랑스러운 동문 여러분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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