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옵니다.
저는 지금 집에 있습니다.
재량과 판단여지 어쩌고저쩌고를 타이핑하고 있습니다.
날이 어둑어둑해지길래 방에 불을 켜고 노래를 하나 틀어놓고, 문득 창문을 바라보니
눈이 펑펑 내리고 있습니다. 함박눈이네요..
저희 집은 바로 옆에 낙동강이 흐르고 나름대로 이동네에서 가장 전망이 좋다는 곳인데
가시거리가 500미터도 안되네요. 화명대교도 흐릿흐릿.
부산에 이렇게 온들 별로 쌓이진 않겠죠. 제가 군에 있을때에는(파주 포병출신)
이 눈을 '악마의 비듬'이라고 저주했었는데 내일모레면 제대1년을 맞는 지금은
눈을 보니 아릿하네요. 어릴적 첫사랑과 같이 맞았던 첫눈, 마냥 좋았고 행복했던 그때가 아련히 떠오르기도 하고..
그래서 옷장속에서 케케묵은 목도리 하나를 꺼냈네요, 첫사랑에게 받았던 크리스마스 선물.
검은 털실목도리... 자그마치 9년이나 됬지만 몇번써본적이 없습니다. 괴로웠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괜찮네요 ㅎ
냄새도 맡아보고 목에도 둘러보고. 첫사랑을 못 잊는다는게 아닙니다. 그때의 순수했던 제 모습,그 감정이 그리운거죠 ㅎ
쨌든 눈이 오면 상당히 멜랑꼴리 해집니다.
아침에 학교를 가볼까 하다가(전 금요일에 수업이없습니다) 중도의 그 숨막힘과 감기기운으로 킁킁이가 될것같아서 집에 있자고 한게 후회가 되네요..ㅋ 학교에 있었다면 뭔가 낭만적인 판타지? ㅎ그런게 일어날수도 있었는데요.
여성성향이 강해서(남자지만) 상당히 감성적이라 이럴때에는 미친척하고 저질렀을지도 모르고, 같이 커피를 마시다가 아무말없이 창밖의 눈이 오는걸 아련하게 쳐다보고 있었을지도 모르고.. 그러다가 눈이 마주쳐서 씩 웃을지도.. 아앙 부끄러워라 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그런 판타지가 숭숭 머리속에 떠오르네요.
하지만 전 지금 집이라는거..판타지는 판타지일뿐,
워낙 쑥맥이라 그런게 가능하지가 않을테죠 전.. ㅠㅠ
감기가 일주일째 제 발목을 잡고있네요.. 좀 낫는듯 싶다가 어제또 재발해버렸습니다.
이틀전 밤에 첫눈이 왔었죠, ㅋ 그때 갑자기 감성이 폭발해서 밖에 나가서 눈을 좀 맞고 왔거든요. ㅋㅋㅋ
이제 제가 지금 듣고 있는 노래를 한편 올리려고 합니다.
상당히 감성을 자극하고 이런날에 홀로 집에서 듣기엔 참 좋습니다^^
단어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의 의미를 되새김질하면서 들으시길.
에피톤프로젝트 - 다음날 아침 (feat. 한희정)
아릿한 건 시간뿐이 아니야
수많은 날이, 산산이 부서져서
얼마나 오래 지쳐 잠들었는지
눈을 떠보니 새로운 아침이
혹시라도 꿈을 꾼 건 아닐까
수많은 날이, 산산이 부서지는
커튼 사이로 눈치 없는 햇볕만
눈을 떠보니, 오늘 이 아침이
그래, 그래도 참 반갑구나 했어
난 너에게 아무 말도 못했지만
그래, 그래도 참 다행이라 한 건,
그 시절이 남아줘서
아파할 건 서로에게 맡기자
수많은 날이 다시 찾아 올 테니
조금 기다려 머지않아 이곳에
눈을 떠보면 다음날 아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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