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쪽에 블라인드 처리된 글이 있는데요. 이 글의 제목은 아래와 같습니다.
[왜 마이피누에 일베같은 친구들 정치토론방와서 설치나요]
글 내용은 확인하지 못했지만 아마 제목과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일 듯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제가 문제삼는 부분은 왜 '일베같은 친구들'입니다.
왜 그렇게 낙인을 찍는 걸까요. 흔히 말하는 프레임 싸움인가요.
일베 = 악이므로 일베하는 놈 = 악한 놈 = 그가 하는 말을 들을 가치가 없으며 토론할 자격도 없다
이렇게 몰아붙이기 위함입니까?
이 곳은 부산대에 적을 두고 있다면 누구든지 자유롭게 와서 토론할 수 있는 곳입니다. 설령 일베 회원이라도 말입니다.
여기서는 일베든 아니든 모두 평등하며 게시판 규칙을 어길 경우 이용 정지를 당할 수 있다, 그것뿐입니다. 공지사항을 준수하고 있다면 우리는 모두 대화상대입니다. 쫓아내야 할 적이 아니라요.
일베냐는 소리가 듣기 무서워서 그간 말을 아끼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이젠 그럴 필요가 없다고 느낍니다.
또한 여기서 토론을 하는 건 내 의견을 남과 나누고 그 과정에서 무언가를 얻기 위함이지, 이념전쟁을 하고자 함이 아닙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으면 저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누군가는 조선왕실의 후손을 모셔다가 왕정복고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또 누군가는 정부조직이 개인을 억누르기만 할 뿐이므로 모든 종류의 국가권력을 거부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은 서로 다른 것이지, 어느 한 쪽(혹은 둘 다)이 틀린 게 아닙니다.
A : 조선왕실을 복원해야 한다. - 주장
B :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나? - 나와는 다른 주장이 어떤 관점에서 나오는지 확인
A : 우리나라가 민주화된 이래로 국론이 분열되어 사회적 낭비가 심각하므로 조선왕실을 중심으로 국민들이 화합해야 한다.
B : 그럼 조선왕조를 반기는 사람과 반기지 않는 사람으로 분열될 수도 있지 않은가? - 다른 관점에서 지적
A : 그러한 생각은 못 해 봤다. 앞으로 곰곰이 그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겠다. - 새로 생각할 거리를 얻음
이게 제가 바라는 이상적인 토론 형태입니다. 관우장비가 적병 썰어넘기듯이 논리로 무찌르는 그런 싸움이 아니라요.
나와는 다른 관점에서 나온 다른 여러 주장을 접하고, 어떻게 해서 그런 주장을 가지게 되었는지를 묻고, 혹시 상대가 이런 점을 놓치지는 않았는지 제시하고, 생각할 거리를 얻어서 이후에도 곰곰이(걸어가면서나 혼자 밥을 먹으면서) 거기에 대해 생각해 보는. 생각해 보다가 막히면 도서관에서 그에 관한 책을 찾아보는.
이런 공간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나와 다른 사람이 있음을 인정합시다.
교류가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상대에게 낙인을 찍지 말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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