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학생총회를 다들 기억하실 겁니다. 수많은 학우들이 그 추운 날 2시간동안 기다려서 결국 5천명 이상을 모으는 성과를 얻을 수 있었죠.
그러나 이렇게 힘들게 개최한 학생총회가 사실 아무 권한도 가지고 있지 않고 단지 상징적 의미만을 가진다는 것을 아셨습니까?
학생회칙에서 학생총회와 관련된 조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2장 학생총회
제 6조 (지위와 구성)
학생총회는 본 회의 최고 의결기구로서 전체 회원으로 구성된다.
제 7조 (권한)학생총회는 본 회의 운영전반에 관한 중요한 사항을 토의하고 의결한다.
제 8조 (의장)
의장은 총학생회 회장이 맡는다. 총학생회 회장의 궐위 시 부회장이 맡는다.
제 9조 (소집)
1. 학생총회는 본 회의 회장, 대의원 1/2, 중앙운영위원 2/3, 회원 1/20 이상의 발의가 있을 때 1주일 이내에 의장이 소집하여야 한다.
2. 학생총회의 소집은 3일전에 의장이 공고하여야 한다. 단, 긴급을 요하는 사항이 있을 때에는 예외로 한다.
3. 소집 요건이 구비되었음에도 소집하지 않을 시 대의원 총회 부의장이 소집, 집행한다.
제 10조 (의결)
전체회원의 1/4의 참석과 참석인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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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전부입니다. 써놓기는 '총학생회 최고의 의결기구'라고 써놨지만, 사실상 아무런 권한도, 능력도 없습니다. 학생총회보다 한 단계 낮은 의결기구라고 규정하고 있는 대의원총회, 최고운영기구라는 중앙운영위원회의 의결과 집행방법을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학생총회와 관련된 부분은 정말 초라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저 '운영전반에 관한 중요한 사항'이라는 애매한 말만 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다룰지, 의결한 내용은 어떻게 집행할지도 전혀 규정되어있지 않습니다.
심지어 명색이 '최고의 의결기구'임에도 회칙조차 개정할 수 없습니다. 지난 글에서 살펴본대로, 학생회칙은 '학생총회 다음의 최고 의결기구'(학생회칙 제11조)인 대의원총회에서 개정합니다. 대의원총회보다도 못한 권능인 것입니다.
회칙상으로도 그렇고, 실제로 운영하기도 학생총회에서 학생회와 관련된 실무적인 안건은 다루지 않습니다. 상징적인 안건, '~를 요구하자' 이런 안건만 다룹니다. '이만큼 학생들이 많이 모여서 같은 주장을 했다'는 상징적인 의미로만 이용할 따름입니다. 나쁘게 말하면 '언플용'으로 학생총회를 이용할 뿐이라는 것입니다.
어떤 분은 '개별적인 사안을 언제 매번 학생총회 모아서 통과시키느냐'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럴것 같았으면 애초에 학생총회를 '최고의 의결기구'니 뭐니하며 비행기태우지 말았어야 합니다. 이래서야 상징적 직급은 높지만 회사에 아무런 영향도 끼칠 수 없는 허수아비회장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직접민주제를 하자고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특성상 대의원총회를 통한 대의제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대의원총회가 할 수 있는 것만큼은 학생총회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평소에는 그 권한을 대의원총회에 양도하지만 필요할 때는 학생들이 직접 나서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 그것이 바로 '최고의결기구'라는 위상에 걸맞는 것이 아닐까요. 지금처럼 머릿수로 여론몰이, 학교본부에 위세부릴 때만 이용되는 건 최고의결기구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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