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는 지난 3월 갑작스런 공주대, 공주교대와의 통합 소식에 왈칵 뒤집어졌다. 갑자기 충남대, 공주대, 공주교대가 통합 추진 계획을 하고 있다는 뉴스가 보도된 것이다.
그러나 대학본부에서는 뉴스가 의도치 않게 보도된 것이었다는 변명을 했다. 즉, 지금 말할 일이 아니라는 입장이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통합추진 일정이 여유로웠다거나 통합한다고 말만하면 전 구성원이 승낙하는 상황도 아니었다. 학교는 5월 말까지 교과부에 통합안을 제출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었다. 2달 남짓 남은 상황에서 우리는 남한테서 학교의 소식을 듣게 됐고 이는 사실상 통보받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부랴부랴 총학생회, 교수협의회에서 각 집단을 대표하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반대의 목소리가 거세지자 4월이 돼서야 학생들에게 학교통합에 관한 설명회를 열었다. 그러나 전 구성원의 목소리를 듣고자 하는 움직임은 없었다. 대학본부 측뿐만이 아니라 모든 구성원이 서로에게 일방적인 말만을 내뱉고 있는 매우 혼잡한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본부에서 의견 수렴의 장을 만든 것도 아니었다.
어느 날 갑자기 부모님이 형제와 방을 같이 쓰라며 자신의 방을 없앴다고 생각해보자. 이를 고분고분하게 받아들일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일단 받아들였다고 치자. 한 방을 쓰려면 짐도 줄여야 하고, 상대방과 부딪히는 일도 많아 다툼도 일어날 수 있다.
이렇듯 가족끼리 방을 합치는 것도 쉽지 않은 것인데, 학교를 통합한다고 하면 얼마나 많은 말들과 우려들이 생기겠는가. 교명변경, 학과 통ㆍ폐합 등 민감한 사안이 한 둘이 아니었다. 학교 측은 의도 했던 바가 아니었더라도 이미 알려졌으면 구성원들이 우려하는 것들에 대해 미리 충분한 설명을 해야 했다. 또한 다른 의견을 들을 창구도 마련해놨어야 했다.
우리학교의 발전과 경쟁력 향상을 위한 방편이라는 이유에 대해 공감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통합논의는 61.3%의 교직원이 찬성한 바이다. 그러나 그 과정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충분한 대화가 필요했다. 본부 측은 대화의 장을 마련해야 했고, 우리들 또한 우리의 생각을 차분하게 전달해야 했다. 그렇게 서로 대화를 했어야 했다. 입만 벌릴 것이 아니라 귀도 열어야 했던 것이다.
그리고 학생을 빼놓지 말아야 한다. 학교 통합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은 학생들이다. 진심으로 학교를 생각해서 통합을 추진한 것이라면 학생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 총학생회에서 통합에 대해 학생투표를 진행했을 때 학교 측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학생의 의견을 들을 창구는 어디에도 마련해 놓지 않고서 이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은 뻔뻔한 것이다. 학생의 의견을 듣고 반영하는 것은 필수이자 의무라고 본다.
통합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어떻게 통합을 하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어떻게’를 정하기 위해서는 대화가 필요하다. 먼저 학내 구성원들끼리 충분한 협의를 했다면 우리학교는 더 큰 힘을 갖고 통합 테이블에 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산대도 지난 여름 부경대와 통합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외에도 통합을 추진하는 학교가 많다. 제발 서로의 말을 들어줄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 이 여유를 가진다면 지금보다 통합을 성사시킬 확률이 높을 것이다.
원문출처 : http://weekly.pusan.ac.kr/news/articleView.html?idxno=18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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