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4일 방송한 질문있는 특강쇼 송호정 교수 편을 보고 쓴 글입니다.
※에타에 올렸던 글을 수정해 올립니다. 보신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해당 강연은 고조선,단군조선(강연자 송호정 교수가 사용한 용어입니다. 제 글에선 두 표현을 혼용합니다)에 관한 논쟁을 다루고 있었습니다. 송 교수는 단군조선이 신화냐 역사냐는 논쟁에서 단군을 신화라 주장하는 쪽이었습니다. 단군 신화는 단군의 권위를 보여주는 것으로 그 내용 중 일부를 통해 국가 출현 과정을 해석케 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삼국유사에 고조선 건국에 관한 기록이 있지만(후술) 그에 대해 연연하지 말라더군요. <사기> 등을 통해 고조선의 실질적 건국 연도를 최대한 높게 가정하면 기원전 1000년이라면서요.
그러는 한편 요하 일대에서 발굴된 문명(후술)과 고조선의 관계를 전면 부인했습니다. 요하 문명은 중국이 동북공정 중 요하 서쪽에서 발견한 우하량 유적 등을 황제문명 이라 하여 자신들의 역사로 넣은 것이라 합니다. 송 교수는 중국 원류의 역사는 물론이고 우리 역사와의 연관짓는 것을 부정했는데요, 유적은 있으나 문헌이 없어 설명이 불가하다는 단순한 이유였습니다.
또 요하 문명 자체를 문명으로 보는데도 회의적이었는데 당시의 신석기 유적을 '발달한 사회체계나 지배 체제가 갖춰진' 문명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국가의 성립 요건을 언급하면서 청동기, 철기 등의 금속기를 갖춘 이후부터를 인정하는 듯 말하더라고요. 잉카 문명만 해도 문자 없이 대제국을 이루었고 송 교수 본인도 강연에서 금속기 이전의 다른 문명들을 인정했으면서도 정작 본인이 논쟁하고 있는 분야에서만 회피하는 듯했급니다.
결국 단군 '신화'의 의의는 우리의 시조로서, 민족의 구심점으로서 상징적인 데만 있다가 결론이었습니다.
저는 강연을 다 듣고 나서 영 찜찜하더라구요. 우선 기존에 알고 있던 기원전 2333년 고조선 건국을 1000년이나 줄이는 그의 해석이 당혹스러웠습니다. 그리고 결론에서 단군이라는 민족 지배자가 나왔온 것은 맞다 인정했는데, 그렇다면은 본인이 말한 국가 성립요건 중 '왕' 이 나왔다는 거거든요. 뭔가 모순이 느껴집니다.
또한 여기서 처음으로 요하 문명을 접했는데, 우리 역사와의 연관점을 면밀히 검토하기보다는 시차가 엄청난데 관련이 있겠느냐며 무관계하다고 단정짓는 듯한 모습이 안일해 보였습니다. 구체적으로 연구해서 결론을 내기보단 이미 결론을 정해 두고 살펴본 느낌이라 할까요? 저명한 교수의 강연이라지만 왜인지 거부감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4일자 방송 이전 회차를 찾아봤더니 정확히 반대되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바로 단군은 역사일 가능성이 높다 주장하는 쪽이었습니다.
반대파의 강연을 맡은 우실하 교수의 주장은 신화도 역사적으로 증명되고 있단 것입니다. 그는 요하 문명의 앞으로의 발굴 가능성을 통해 요하 문명에 대한 섣불리 결론짓는 것이 이름을 시사하고 2015년 발견된 도사유적을 통해 신화인 줄 알았던 기록이 역사로 증명되고 있음을 보여 주었습니다.
풀어서 쓰자면 요하 문명의 발굴지는 현재 사막인데 본디 문명 번성에 유리한 기후였다고 합니다. 즉 지금 발굴된 것보다 몇 배는 더 많은 발굴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앞서 송 교수의 강연에서 요하 문명을 상세히 살펴보지 않는 점을 제가 비판했는데, 우 교수의 경우 요하 문명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리하며 요하 문명이 '발달한 사회체계나 지배 체제가 갖춰진' 상태에 이르렀다고 설명합니다. 요하 문명 중 하나인 홍산 문명의 경우 제단과 여신상을 제작할 정도의 수준을 보여주고요. 그리고 이 요하 문명과 황하 문명을 시대 흐름에 따라 비교합니다.
한편 앞서 언급한 도사유적에 대해서도 나오는데요, 도사 문명의 발굴을 통해 과거에는 기록으로, 신화로만 내려오던 요순 시대가 실존했음을 밝혔습니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요순시대 즈음(50년 후라 기술됨) 고조선이 건국되었다고 하는데, 중국 학계에서는 당시 요하 지방에 고대 국가가 존재했음을 알아냈으나 그 국가의 정체에 대해서는 짚어내지 못합니다. 그 국가가 고조선일 가능성이 높다 고 우 교수는 주장합니다. 비파형 동검을 통해 공식적으로 고조선의 범위를 파악하는데 이 비파형 동검이 현재 하가점 상층문화 에서까지 나오고 있다는 겁니다.
각 주장의 핵심적인 부분만을 짚어 봤습니다. 송호정 교수의 주장은 상식적인 사건의 전개에 치중을 두었다면 우실하 교수 쪽에서는 최근 발굴된 유적(과 문명)들을 토대로 새로운 역사에 대해, 그 가능성에 대해 논합니다. 요하 문명은 상당히 발달한 동아시아의 시원 문명이며 이를 바탕으로 단군 신화가 그저 이데올로기나 허구라기보단 고조선 건국 이전 상황들을 상징적으로 보여줌을 이야기합니다.
앞서 송 교수는 자신의 주장을 펴면서 객관적•합리적인 근거에 입각한 해석과 상식적인 해석을 강조하고 문헌을 통한 해석을 중시했습니다. 역사를 바르게 연구하기 위해 물론 필요한 방식이나, 그로 인해 새로운 유적과 문화에 대한 연구가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것은, 혹은 배제당하는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송 교수는 요하 문명을 중국이 자기 것으로 만들고 있다고 해서 우리까지 나서야 하는 것은 아니다, 민족주의를 경계하라 는 식으로 마지막에 경고에 가까운 충고를 했습니다. 맞는 말이지만 어딘가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요. 중국은 자국의 역사를 지키는 것을 넘어 개척해 나가고 있는데, 우리는 민족주의에 빠지기는커녕 자신이 가진 역사와 연구할 가치가 있는 유적에 대해서도 안일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입안이 씁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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