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학교 학생회칙상 (피선거권을 행사하고자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중앙운영위원으로서 자진 사퇴는 규정하고 있는 바가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거대한 여론을 상대로 관심을 끌 수 있는 최후의 방법은 이것뿐인 것 같습니다.
사퇴 절차를 밟으며 강조한 ‘절차적 정당성’의 문제, 법체계가 허술한 학생사회에서 어떻게 이용할 수 있는지는 어느 정도 알고 계실 것 같습니다. 규칙을 만드는 학생들이 법 전문가가 아닌 이상 어떻게든 불완전하고 다양한 여지를 남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 불완전성을 채우기 위해 새로 학생회가 꾸려질 때 마다 회칙을 공부하고, 토의하는 과정을 거쳐, 최종 해석이 적용된 사례를 기록하고 개정해가야 하는 것입니다,
제가 생각했을 때 적어도 부산대학교 학생회칙과 저희 인문대학의 학생회칙은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학생자치와 의사결정의 기준으로 삼기에 미흡한 점이 매우 많습니다. 근데 바꿀 의지와 능력을 가진 위인도 잘 없을뿐더러, 겨우겨우 개정안을 만들어 가면 의결정족수 미달로 회의 자체가 무산되곤 합니다.
한 학기에 한 번 대의원총회에 참석하는 일과, 아르바이트, 가족, 친구와의 약속, 과제와 공부, 휴식 등의 우선순위는 각자 다를 수 있습니다. 다만 적어도 대의원으로서의 자격은 학과(단대, 분과 등) 전체를 대표하여 자신만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임과 동시에, 학생사회 전체를 움직이는 결정이 된다는 것을 꼭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각 급 운영위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공결이건, 개인사유건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 다는 것은 곧 그 단위에 소속된 학생들의 권리를 함께 포기하는 일입니다. (제가 중운위를 사퇴한다고 했을 때 몇몇 과 대표들의 우려가 있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 사회가 당연하게 여기는 ‘민주주의 사회’, 교수님들도 말씀하시곤 하는 ‘대학의 주인은 학생이다.’라는 말들, 民이 된다고 主가 되는 것인지, 대학의 주인이 진짜 학생뿐인 건지. 저는 개인적으로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민주적 정당성을 획득하고 학생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이유는, 현실이 곧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 우리 사회에 안주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였습니다.
민주화운동에 희생된 피와 땀을 기리며, 촛불이 피워낸 장미를 자랑스러워하며,
각 종 커뮤니티와 언론의 자극적인 당파싸움을 즐기고, 정작 우리가 속한 학과, 단대, 학교의 정치는 없어도 잘 될 거라 생각하는 ‘그들만의 학생회’, ‘무관심’, ‘특권의식’, ‘비겁한 현실인식’이 안타깝고 답답해서 자꾸 욕심을 내게 되었습니다.
정작 학생회장이 된 후의 저는 차라리 그런 현실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고, 지금쯤 그런 모습에 동화되어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매주 회의를 들어 갈 때 오늘은 프로불편러가 되지 말아야지. 오늘은 좋게 넘어가야지. 수 백 번도 이야기하고 들어갑니다. 혼자서만 고고한 척 깨어있는 척 바른 소리 하는 척 하는 게 싫어서 눈 감고 귀 닫은 적도 있습니다.
그러는 동안 학생회 비리의 온상과 모든 적폐를 청산했다는 업적을 내세우고 등장한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학생들의 ‘행복’과 ‘복지’가 소신인지 saucin‘인지 어디로 가는지 모른 채 저 멀리로 날아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화려한 날개라도, 튼튼한 뼈대와 정확한 방향 없이는 뜬 구름 잡는 비행만 지속할 뿐, 언제쯤 발자국을 남길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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