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공대의 출범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전남도지사 시절 추진했고 당시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이 확정 발표한 사업으로
MIT 같은 세계구급 공대를 목표로 설립되는 에너지분야 특화 공과대학이다.
한전공대는 학부생 400 + 대학원 600명 도합 재학생 1000명의 규모로 운영될 예정인데
학생 모두에게 등록금과 기숙사비를 제공하며
한전 취업 시 가산점 부여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다만, 그들의 당찬 목표와는 달리
내 생각에 그들에게 닥칠 현실은 녹록지 않을 것같다.
우선 인재풀에 관한 부분이다.
애당초 과기원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작성
진학이 1순위고,
취업이 2순위일 텐데
그들(한전 공대에서 원하는 인재들)에게 한전 취업은 마지노선으로 생각하는 디폴트 값 수준 일 것이다.
즉, 한전 채용 가산점이 전국의 우수인재들에게
'전라도 타지 생활을 하게 만들 만큼 큰 메리트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경상도를 적으로 둔 인재들의 경우 멀쩡히 포항공대 유니스트 디지스트가 순항 중에 있고,
그 학교들 역시 장학금 혜택이 매우 우수한데
이동에만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전라도까지 갈 확률은 적다.
그나마 가까운 서울권 학생들 역시 요새 학부 선호도만 보면
포스텍, 지스트를 선택하지 않고 연세대학교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증가하는 추이기에
카이스트 외의 지방 이공계열 중심 학교가 연세대 보다(학교를 평가하고자 함이 아닌 학부 선호도만 놓고 봤을 때) 확실하게 위라고도 말하기 힘든 정도이다.
결국 과학고생(전라도 출신)+카이 떨어진 충청권 과고생 일부 +일반고 우수학생들(전라도 출신) 일부
로 이루어진 파이를
전남지역의 GIST와 나눠먹는 꼴로
설립 시 목표했던 수준의 인재 유치가 가능할까 생각한다면 답은 자명하다.
물론 현재 전남대 전기 공학부(도 물론 우수하지만)의 인재풀 정도는 유지가 가능하겠지만,
그 정도를 유지하고자 교수진 및 학생에게 세계구급 투자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설립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심지어 학령인구도 줄고 있기에 원하는 수의 인재풀을 형성하기에는 애로사항이 있어 보인다.
학령인구 얘기가 나왔으니 추가적으로
현재 학령인구 감소 추세에 따르고자 부실 대학을 폐교시켜 강제로 주변 대학에 편입시키고 있는 정부 정책이 시행 중인데
새로운 대학의 설립은 정부 정책의 거시적 흐름에 명백히 반한다는 점이라 의문이 남는다.
인력 풀 문제 말고도
한전은 2018년 상반기에 1조가량의 적자를 봤다는데
우수 교수 초빙에, 장학금을 퍼준다는 사실이
작금 뉴스에 흘러나오는 전기료 인상 이슈에 불을 지필 것이다.
특히 한전공대가 출범할 때쯤이면
보통의 대통령들이 레임덕을 맞는 시기쯤으로 예상되는데
그때의 국민 정서가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지도 궁금하다.
호남 지방에
멀쩡히 지스트 굴러가고, 매우 우수한 역량을 갖추었는데
그곳에 더 투자하고 산학협력을 맺지는 못할망정 새로운 대학을 추가 설립하겠다는 것은
최악의 경우 공항, ktx를 잇는 시즌3 한적공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내 예측이 빗나가 대한민국에 세계적인 공대가 늘어나면 분명히 좋은 일이지만
이럴 경우에도 생길 문제가 하나 있다.
회사 산하의 대학이 없는 현재에도
모 학교 모 학과 출신들(실력으로 입사한 것이지만)의 비율이 상당히 높은데
승진 시 우대, 자대 출신 임원 비중 높이기 등의 혜택으로
산하 대학 직원 비율이 높아질 경우
몇 년 뒤 한전은 학연 지연으로 뭉쳐진 카르텔이 형성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악의 상황엔 전기를 인질로 한 괴물 카르텔까지 탄생할 수 있으리라 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치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그는 카르텔 깨보겠다고 애를 쓴 티를 내는 대통령이었다.
노무현의 정치 정신을 잇는 현 여당에서 추진한 사업의 결과가
만약에, 아주 만약에 카르텔을 낳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참으로 아이러니한, 그리고 슬픈 일이 될 것이기에
그런 일 없이
한전공대의 방향성이 잘 확립되면 좋겠다.
필자의 경우엔
학생의 교육, 숙식에 투자할 비용으로
좀 더 나은 연구설비를 갖추어
포스텍 같은 형태의 학교가 아닌
포스코가 출자한 RIST (포항산업과학 연구원) 형태의
기업 출자 연구소의 방향으로 진행되는 게 좋은 방안이라 생각되지만
정치논리 역시 한국 사회를 살아가면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니
귀추가 귀해질지, 추해질지 그저 궁금할 따름이다.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