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에서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함에 따라 국내에서도 여러 의견들이 분분하고 있습니다. WHO의 결정에 대해 문체부와 게임산업계에서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죠.
저는 게임 중독이 질병이라는데 동의하는 사람입니다. 이를 개인적인 경험, 인간사적,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논의해보고자 합니다.
사실, 게임중독이라는 용어는 단어 그 자체에서부터 이미 부정적인 뉘앙스를 준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단어 자체에 가치가 들어가 있다는 것이지요. 저는 일단 이 용어에서 게임이 끝났다고 봅니다. 무엇이든지 정도를 넘어서 중독수준이 되면 저는 그것이 병이라고 생각합니다. 알코올중독, 마약중독, 담배중독 등 전부 병의 일종이라고 생각합니다. 공부중독은 포함하지 않습니다. 이에 대한 이유는 후술하겠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저는 이십대 초반에 하루에 15시간 이상을 게임을 했었습니다. 이정도로 하려면 눈을 뜨자마자 바로 컴퓨터 앞에 가서 점심은 굶거나 아점을 대충 먹고(먹은적보다 안먹은 적이 더 많습니다.) 저녁을 먹은뒤(하루 한끼 저녁은 무조건 먹어야 합니다. 아니면 진짜 뒤집니다. 저는 보통 3일에 두끼정도 먹었었습니다.) 자기 직전까지 게임을 하고 다음날 눈뜨자마자 게임을 해야 나오는 수준입니다. 제 스스로도 그 당시에는 게임 중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거기에서 벗어나게 되었습니다만 그 당시에 저는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습니다. 컴퓨터 게임을 한 이유는 그냥이었습니다. 뭐 즉각적인 보상을 통해 정신적인 만족~ 이런 거창한 이유가 아니라 그냥 집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게 게임이어서 그냥 했습니다. 원래도 좋아했었고. 그리고 하다보니 재밌어졌고, 재미없어도 했습니다. 그냥 하루 일과가 게임 그 자체였습니다.
게임중독의 정의를 내리고자 합니다. 저에게 게임중독이란 게임에 너무 집착하게 되어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생길정도의 수준을 의미합니다. 간단한 혹은 열렬한 취미 수준은 중독이라 칭하지 않습니다. 열렬한 수준이 아니고 광기의 수준일 떄 중독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마약중독, 담배중독, 게임중독 등은 대부분 정신이 건강한 사람에게는 찾아오지 않습니다. 또한 정신건강이 좋지 않아서 했더라도 다시 정신건강을 되찾게 된다면 이러한 중독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즉, 어떠한 외부의 요인 또는 환경으로부터의 도피 수단으로써 중독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모든 경우는 아닐 수 있겠지만 많은 경우에서 현실에서의 어떠한 장애가 발생하고 이를 해결하지 못한 채 게임에 빠져들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봅니다. 이 경우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중독입니다.
우리는 마약중독, 도박중독 등을 질병이라고 말합니다. 과학적인 관점에서는 이들 행위를 하였을 때 뇌에서 과다한 도파민 분비를 하기 때문이라는데, 이러한 것보다는 인간사적인 관점에서 서술하겠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듯이 인간은 정치적인 동물입니다. 그리고 인간 사회를 만들어내었죠. 현대 정보화 사회가 되기 이전 우리의 삶은 모두 오프라인이었습니다. 물론 그 전에도 중독은 존재했을 것입니다. 알코올 중독, 도벽 중독 등 제가 미처 말하지 못한 이밖에도 수많은 중독들이 존재했을 겁니다. 그 당시에도 게임중독은 존재했을 것입니다. 그것은 사냥의 형태였을 수도, 놀이의 형태였을 수도 있죠. 그러나 적어도 그 당시의 게임은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 상에서의 게임이었습니다. 즉, 무언가에 중독되었다고 하더라도 사회성을 극단적으로 저하시키는 일은 적어도 현대보다는 드물었을 것입니다. 그 당시에는 몸을 쓰면서 부대끼는 일에 중독되었을 것이기에.
그러나 현대의 양상은 좀 많이 다릅니다. 컴퓨터가 발명됨에 따라서 인간의 삶의 형태는 기존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바뀌어버렸습니다. 기존의 인간 사회의 모든 것을 바꾸어놓았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컴퓨터는 인간의 모든 부분을 섭렵하게 되었죠. 그리고 인터넷 등의 부대적인 발전에 따라 과거 시대와 현대 시대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온라인 세계가 탄생했다는 것입니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세계.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합니다. 우리가 실제 살아가고 있는 것은 현실 세계인데, 가상의 세계에 빠지게 된 사람들은 현실에 적응을 하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어쩌면 현실에 적응을 못해서 가상 세계에 빠져든 것일 수도 있죠. 그리고 가상의 세계에 너무 깊게 심취해버리면 현실에서 더욱 더 유리된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일부는 오프라인에서 사람들을 만나던 것을 온라인으로 만나는 것 뿐이라며 사회성 문제에 대한 반론을 주장하는데, 그것은 현실 세계를 잘 살아가고 있는 사람의 문제이고, 실제 게임중독이라 칭할 정도로 심한 사람은 사회성 자체가 떨어집니다. 온라인에서 목소리 혹은 영상으로만 사람을 접하는 것과 실제로 사람을 접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이지요. 이것을 문제라 칭하는 이유는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우리가 실제 살아가고 있는 사회가 오프라인에 있기 때문입니다.
마약중독이 왜 문제일까요. 도박중독이 왜 문제일까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저는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해지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위에서 인간은 정치적인 동물이라고 하였었죠. 그 기본적인 인간의 특성이 부정되는 것입니다. 이유는 거창하지만 다르게 표현하자면 (사회생활을 통한) 사람구실을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인간이라면 사회 생활을 통해서 자기의 밥벌이를 해야하는데 그것이 불가능해져버리는 것입니다. 그러한 견지에서 게임중독은 질병이 맞습니다.
반면 우리는 공부중독을 질병이라고 칭하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것은 바로 그것이 우리에게 이로움을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여기에서 말하는 공부중독은 단순히 선천적으로 학문을 사랑하는 그런 것을 말하지 않습니다. 주변의 과한 기대감으로 인해서 공부를 안하면 안될 것 같은, 인생이 뒤쳐지는 것 같은 등의 심각한 불안감을 느낄 때 저는 그것이 중독이라고 봅니다. 저는 넓은 의미에서 이것도 정신적인 질병이라고 봅니다만 여기에 대해서는 차치하겠습니다.
즉, 어떠한 중독이 질병인가는 상대적인 것입니다. 사회가 발전해서 오프라인의 것들이 모두 온라인으로 대체된 사회가 있다고 합시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게임을 통해 집을사고, 차를 사고, 아이를 양육하고, 사회적인 지위가 결정된다고 가정하죠. 이 때의 게임중독은 과연 질병일까요?
위와 같은 이유로 저는 게임중독은 질병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어느정도 수준을 게임중독이라고 진단할지에 대한 기준은 합의가 돼야하며, 게임중독이 질병이라고 해서 일상적인 수준 내지는 조금 열렬한 수준까지 질병으로 인식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주제에서 조금 벗어나서 저는 넓은 의미에서 모든 중독은 질병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중독은 무엇인가에 과하게 의존하게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애인중독, 마약중독, 담배중독, 공부중독 모두 질병이라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중독이라는 의미는 인간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치냐 등의 사회적인 합의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상대적인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모든 중독을 질병이라고 칭하지는 않죠. 또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무엇인가에 중독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사회적으로 용인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질병인지 아닌지 판별될뿐.
또한 중독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계속해서 존재하여 왔으며, 저는 기술적인 발전에 따라 그 형태만 바뀌었을 뿐, 그 본질은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형태에 따른 영향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게임 중독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을, 나아가서는 중독에 대한 여러분들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
이렇게 말하는 사람을 보았습니다. 게임중독은 질병이라는 것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이것이 한국에 오게 되면 게임 = 질병이다로 바뀌게 되기 때문이라고. 저도 이 말에 공감합니다. 제가 게임 자체가 문제라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님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또한 저는 게임세에 대해서 반대합니다.(현재는 논의가 되지 않고 있는 사안입니다)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