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타임에서 본 글 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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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톡방 개설부터 공동대자보와 연대서명을 처음 시작한 익명의 학생입니다. 이렇게 그냥 말도 없이 잠수를 타는 것은 나서주신 권 학우님과 함께 애써주신 5명의 집행부, 서명해주신 500명이 넘는 학우님들에게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늦었지만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저는 아무도 나서지 않는 상황 속에서 답답하여 8월 21일 목요일에서 금요일로 넘어가는 새벽에 최초로 오픈톡방을 개설하였습니다. 이후 새벽에 들어오신 익명의 부산대 재학생께서 늦은 시간까지 대자보 시안을 작성해주셨습니다. 저는 그 대자보로 구글폼을 통해 목요일 오전11시경 서명을 시작하였고 불과 하루 만인 금요일 오전 11시까지 총 441명의 학우들께서 서명을 해주셨습니다. 대자보를 금요일 오후 1시경 붙이기 시작했고, 권 학우님께서 3시간여 동안 직접 캠퍼스를 돌며 대자보를 붙여주셨습니다. 그리고 금요일 오후6시 33분에 집회 이야기가 나왔고 집회까지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제인 토요일 오후1시 공론회가 있었습니다.
저는 어제 공론회에 참석하였고, 죄책감에 밤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이 이유가 제가 익명으로라도 사과문을 쓰게 된 계기이기도 합니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엄청난 죄책감에 제가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될까봐 두려웠습니다. 어제 공론회가 공론회가 아닌 저희 측에 대한 일방적 청문회로 변질되어 가는 상황 속에서 저는 선뜻 나서지 못하고 비겁하게 숨어버렸습니다. 어제의 점점 격앙되어가는 분위기 속의 청문회에서 권 학우님께서 들어야 했던 비판과 비난, 그리고 인신공격으로 비춰질 수 있는 발언까지도 전부 제가 그 자리에서 함께 들어야만 했던 것들이었습니다. 또한 이후 나온 저희 측에 대한 모든 익명의 비판과 비난 또한 그 자리에서 제가 함께 받아야 했던 것들이었습니다.
어제의 공론회는 청문회 자리가 아닌, 집회가 졸업생과 재학생들의 자발적인 집회라는 점을 강조하고, 집회준비가 미흡한 점을 인정하며, 공동의 관심사로 모인 학우, 동문끼리 함께 보완하고 성공적인 집회를 위해 준비하는 자리가 되었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고 듣고만 있는 저조차도 점점 격앙되어가는 분위기 속에서 쏟아지는 비판과 격한 어조에 제대로 정신을 차릴 수조차도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권 학우님은 다소 부족한 점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발언을 잘해주셨고, 이후 나서지 못했던 비겁한 저를 괜찮다며 위로해주기까지 하였습니다.
집회준비를 시작한 지 24시간도 채 되지 않았고 부족한 점들이 너무나도 많았습니다. 어제의 공론회는 부족한 집회준비를 질타하는 청문회 자리가 아니라 사안의 심각성을 깨닫고 주말의 소중한 시간을 할애해 학교까지 나오신 재학생, 졸업생 분들과 함께 성공적인 집회를 위한 토의의 장이 되었어야 했습니다. 재학생과 졸업생의 자발적 집회라는 사실이 강조되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고, 저는 나서지 조차 못하는 겁쟁이에 한심한 사람일 뿐이었습니다.
저는 저 대신 모든 공격과 이후 온라인 상에서의 인신공격과 비난을 모두 감내해주신 권 학우님께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지금까지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논란이 되는 촛불추진위원장 자리는 집행부 5명 중 부산에 있는 사람은 저와 권 학우님뿐이었고, 위원장을 현실적으로 제가 했어야 하나, 저는 향후 교단에 설지도 모르는 입장 속에서 선뜻 맡겠다고 나서지 못하여서 권 학우님께서 대신 맡게 되었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도 정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모든 점에서 책임을 지고 내려와야 하는데 비겁하게 익명 뒤에 숨어버릴 수는 없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저는 이 사안의 심각성에 대해 공감하는 졸업생과 재학생들의 자발적 참여로 앞으로 집회가 잘 개최되기를 진심으로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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