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글 효원재 지네

G's
  • 2014.05.21. 09:36
  • 5883

효원재에는 오래 전부터 내려오는 전설이 있습니다.
그 전설이라 함은 효원재라는 공간은 학생과 지네가 공존하는 생태계라는 것이죠. 
설마하니 저도 당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오늘 아침 7시에 일어나서 창문을 열고 책상에 앉았었죠.
창틀에 팔을 기대고 책을 볼려고 하는데 갑자기 느낌이 쎄한겁니다.
그래서 창틀을 봤는데..........................................................................................






팔꿈치에서 5cm 떨어진, 방충망 밑 마지막 창틀에서..........
20cm가량의 지네가 절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검은 몸통, 빨간 대가리와 빨간 다리, 노란색의 두꺼운 더듬이, 주황빛의 다리는 족히 70개는 되어보이고............



참고로 저는 동물을 참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군대에서도 곤충때문에 병장생활을 잘 마무리할수 있었습니다(?).
어릴때에는 조그만한 약통에 벌레를 잡아넣어서 한동안 바라보기도 하고, 
제 채집실력은 군대에서는(거기만큼 벌레가 많은곳이 없었으니까) 독보적이었습니다. 
뱀 두꺼비 말벌 가재 등등 못잡는게 없었습니다. 
심지어 거미가 이쁘다고 벌레를 잡아먹이며 키우기도 하던 미친 놈이었습니다.



하지만..지네라는 놈은 흉측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저보다 1년을 더 산 룸메가 자기 전에 이야기하곤 했던 지네괴담에도 코웃음을  치며
난 '약통에 담아서 관찰'할 것이라 선언했던, 나약한 룸메를 비웃던, 그 마음은 온데간데 없이

 
정말 왜 여자들이 벌레때문에 소리를 지르는지 여태껏 몰랐지만..그 때 깨달았죠.
순간 드는 그 께름칙함과 경악과 분노에 한동안 비명을 질렀습니다. 정말이지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다행히 에프킬라가 있었는데.... 
이놈은 제가 뿌리기 시작할때부터 죽을때까지 1분은 족히 걸렸습니다.
에프킬라를 맞으면서 50cm가 넘는 창틀을 기어가다가 마지막에 벽에 걸려서 못갔지
아마 길만 있었다면 쭉 도망갔을 겁니다...
사람도 저렇게 에프킬라가 몸에 쏟아지면 죽겠다 싶은데말이죠.

지네는 발라당 뒤집어졌고 한동안 사후경련에 발을 하나씩 움찔거렸습니다. 마치 피아노 건반두드리듯이..
뒷처리는 나무젓가락으로 집어 못쓰는 종이에 싸서 버렸습니다.
젓가락으로 집을때에는 정말이지 온몸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볼 때마다 심쿵하는 비주얼..
젓가락 사이에서 느껴지는 단단한 몸통.. 
언제라도 다시 살아서 발악할 것 같은 불안함...



제 방에는 먹을 것이 일절 없고 사실상 5층인데다가
평상시 위생상태도 좋은 편에다가.. 청소도 자주 하는데.. 
보이는 벽지가 찢어진 부분은 테이프로 막고, 문 옆의 벽 틈에는 촛농으로 막았는데.. 큰 구멍에는 나프탈렌을 집어넣았고
모기퇴치하는 홈키퍼도 밤새 켜놓았고,  옷장엔 좀벌레방지 패드가 다 깔려있는데..

지네란 놈은 도대체 뭐인가요... 넌 도대체 어디서, 무엇을 위해 이 방에 들어온게냐...
검색해보니 지네는 3~5년은 넘게 산다고 합니다.. 
이학교에서 저보다 오래 지냈을 거에요 아마.


그뒤로 한동안 멘붕에 빠져서 정신을 차리지 못했습니다.
사건 이후 패닉에 빠져서 공부도 못하고(책상-창문 바로 옆-근처에도 가기 싫어서)
그렇게 좋아하는 컴퓨터도 안하고(책상 위에 있으니까)
침대에서 조금 전까지 멍때리고 있었습니다. 
...한동안 트라우마에 시달릴 것같습니다.


공부때문에 여름방학에도 기숙사에 살 생각이었는데 ...
아무래도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될 것 같습니다.




권한이 없습니다.
댓글 19
보라색성애자 14.05.21. 09:41
필력이 멋지시네요. 지네가 죽는 모습을 저리 현실감있게 표현하시다니~
0 0
요기조기 14.05.21. 09:44
ㅋㅋ글잘쓰시네요ㅋㅋ 더써주세요ㅋㅋ
0 0
최공 14.05.21. 10:04
이야 글 쓰는방법좀 갈켜주세요 ㅠ ㅠ 글 너무 잘쓰신다
0 0
lovely♥♥ 14.05.21. 10:17
귀여워..
0 0
야이ㅣ이 14.05.21. 11:20
으아아아아아아 소오오오오름~~~
0 0
헐케인 14.05.21. 11:21
지네는죽이면그짝이찾아온다는이야기도있는데...한마리더올수도있어요~
0 0
G's 글쓴이 14.05.21. 11:33
헐케인
설마..... 저한테 복수하러 오는건가요?
0 0
페더랄리스트 14.05.21. 13:04
필력 지립니다ㅋ
0 0
JSH5 14.05.21. 13:05
나름 약에도 쓰는 지네인데 ㅋㅋ
0 0
G's 글쓴이 14.05.21. 13:55
JSH5

찾아보니 대가리가 빨갛고 다리가 빨간 지네는 약용으로도 쓴다네요...
근데 그게 제가 잡은거였어요 .... 저...걸... 먹는다니요........

0 0
학교가너무가파르다 14.05.21. 13:21
무서워서 자겠나.... 원래 지네는 잘때 막 사람 몸 위에도 기어다니고 그런대요 ㅠㅜㅜㅜ 이미... 그랬을지도.....??
0 0
G's 글쓴이 14.05.21. 14:01
학교가너무가파르다

지네는 부드러운 섬유를 좋아한다고 합니다. 딱 봐도 포근한 그런 이불 있죠..

그래서 전 제 룸메한테 또 한번 고마움을 느꼈습니다.
얇은 이불을 가진 저와 달리 룸메는 아직도 부들부들한 담요와 겨울용 이불을 쓰고 있으니.

0 0
학교가너무가파르다 14.05.21. 14:58
G's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지네가 그런걸 좋아하는건 처음 알았네요 ㅋㅋㅋ 방학때 웅비관 들어갈랬는데... 그냥 자유관으로 신청할까봐요 ㅋㅋㅋ글쓴이님 좋은정보(?) 감사해요 ㅋㅋㅋㅋ
0 0
하얀꿈나무 14.05.21. 14:33
그 지네 담에 보면 바로 터트리세욬ㅋㅋㅋ

향기가 참 빼어납니다 쥑여줘요

그 작디작은 몸에서나는 향기는

과 건물한층 전체를 메우더군요ㅋㅋ
1 0
ㅊ핑구 14.05.21. 15:21
하얀꿈나무
진짠가요. .헐.. 지네가 터지면 냄새가 진동한단 뜻이죠? 헐..ㅜ
0 0
나노 14.05.21. 15:30
지네가 잡아서 뜨거운 물에 넣어 죽이면 박제된거처럼 되요 ㅋㅋ 해보세요 군대에서 안해보심??
0 0
thomas 14.05.21. 18:14
ㅋㅋㅋ 글재밌게쓰시네유
0 0
봄이예요 14.05.21. 18:39
지네 독으로 죽이면 그 독과 같은 고통으로 죽는다던데..


지네는 고대로부터 돈벌레라는 별명이 있어서, 절대 안잡았지 않나요?
0 0
audtn 16.08.28. 20:22
필력 지립니다ㅋㅋㅋ 저도이제효원재들어갈건데 공포스럽네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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