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우리는 경북대학교 글로벌인재학부에 재학 중인 학생들입니다. 경북대학교에서는 지방의 우수한 학생들의 진학이 수도권 대학으로 과도하게 집중되는 현상을 막고자 지난 2009년부터 지방 인재 육성에 대한 집중 투자를 통한 글로벌리더 육성, 나아가 글로벌 지식선도대학으로의 진입을 모토로 글로벌인재학부를 신설하였습니다. 대부분의 우리 학부 학생들은 많은 수험생들이 바라고 있는, 소위 인 서울 대학에 충분히 진학할 성적을 갖고 있음에도 지방 거점 국립대학교로서의 경북대학교의 위상과 글로벌인재학부의 설립 의도에 신뢰를 가지고, 과감히 인 서울 대학 대신 글로벌인재학부를 선택했습니다.
국립대학교의 재정을 고려하면 글로벌인재학부의 출범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사실 우리 학생들 또한 신설 학부의 첫 기수로서 학부의 미래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지워버리기는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경북대학교가 수차례의 설명회를 통해 국립대로서는 이례적이라고 할 정도의 많은 혜택과 학부 졸업 후에도 지속적인 관리 및 지원을 강조하고, 향후 10년 이상의 지원을 거듭 약속하면서 우리는 학교에 대한 신뢰를 갖고 지금까지 학교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경북대학교는 2012년 초부터 약속했던 지원을 점차 줄여가더니, 5월에 배부한 학사 개편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인재학부의 폐지와 신입생 모집 중단을 일방적으로 우리에게 통보해 왔습니다.
본부 측이 주장하는 우리 과의 폐지 근거로는 크게 낮은 등록률과, 많은 지원과 혜택에 비해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지 않는, 고비용 저효율 학사 운영을 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문사회계열에서는 높은 경쟁률을 통해 모든 정원을 모집한 바 있으며, 자연과학계열에서의 낮은 등록률은 기존의 서울 소재 대학 선호 현상과 의·치전원 인원 축소와 같은 악재로 인한 결과이므로 우리 학부의 책임으로 떠넘기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또한 학부가 설립된 지 채 3년이 지나지 않았고, 졸업생조차 배출되지 않은 지금 가시적인 ‘성과’를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게다가 11학번부터 해외어학연수에 참가하는 학생들도 비자발급비와 항공비를 본인들이 전액 부담하고, 해외봉사활동에서도 봉사 활동비를 본인들이 반액 부담하는 등 여러 가지 학사운영 프로그램에서 본인들이 상당액수를 부담하고 있으며, 이로써 그간 지나치게 많은 비용이 투자되었다는 주장이 과장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미 11학번부터 예산이 삭감되어 지급되고 있는데도, 정원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비용이 투입되고 있다는 주장 또한 폐지를 이미 기정사실화 한 상황에서 억지로 끼워 맞춘 논리에 불과합니다.
처음에 우리들을 모집하면서 내걸었던 장대한 명분들과 굳게만 보였던 약속과는 달리, 이렇게 졸속으로 학부가 사라지는 것은 우수한 학생들을 모집하여 훌륭한 인재로 키워내겠다는 경북대학교의 취지와 어긋나는 것입니다.
지금 학교가 내린 결정은 사회적으로 더 인식이 좋은 대학교에 충분히 진학할 수 있었음에도 경북대학교의 지원과 약속을 믿고, 학교에 대한 신뢰만으로 열심히 학업에 몰두해 온 대부분의 글로벌인재학부 학생들에 대한 치졸한 배신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름 있는 지방 거점 국립 대학교 가운데 하나인 경북대학교가 학사운영에 있어서 이렇게 즉흥적으로 과를 만들고 폐지했다는 점은 비난받아 마땅한, 너무나 부끄러운 일입니다. 이러한 선례는 경북대학교가 앞으로 추진하게 될, 많은 새로운 시도들이 전시적이고 즉흥적일 것이라는 선입견과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만들 것입니다. 또한 땅에 떨어진 학교 이미지는 물론이고, 우수한 지방 인재들이 경북대학교에 지원하는 것을 꺼리는 일까지 충분히 가능하게 만들 것입니다.
처음에는 우리도 현 상황을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명색이 국립대라는 학교가, 서울로 가려던 지방 인재들의 발걸음을 돌려놓고서 우리를 헌신짝 버리듯 쉽게 내팽개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학교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에서 나온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공청회를 이틀 앞둔 현 시점에서 우리들의 생각은 철저히 잘못되었던 것임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우리가 만나 본 많은 교수님들께서는 본부 내부에서 결의는 물론이고 공청회도 시작하기 전에 벌써 폐지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하셨고, 심지어는 수능을 다시 준비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말을 들은 학우도 있습니다.
우리는 현 상황을 인식한 5월 10일경 이후로, 학부를 살리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갖가지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학부에서 제공한 커리큘럼을 따라 순조롭게 대학원 및 고시 준비를 하던 선배들부터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신입생들까지 모두 우리 학부를 살리겠다는 일념 하에 학부의 폐지를 막을 방안을 밤을 새워 논의하고 있습니다. 특히 입학한 지 두 달밖에 되지 않는 12학번 신입생들은 축제가 이번 사태로 취소되는 바람에, 다른 동기들이 대학 입학 후 첫 축제를 즐기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봐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졸업생조차 배출하지 않았고, 최고 학년이 3학년밖에 되지 않는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너무도 제한적입니다. 또한 우리가 학부 폐지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는 이미 학교본부 내부에서 폐지 논의가 끝나가는 상황이었습니다. 그 논의의 과정도 우리 학부나 기타 관계자들의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밀실에서 졸속으로 결정한 다음, 우리에게 일방적인 ‘통보’의 형태로 전달된 상황에서 우리가 대처할 시간 또한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교수님들께 도움을 요청해 보았지만, 사실 교수님들께서도 총장의 의지에 거스르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터라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서 주시기는 많이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총학생회와 타 대학 학생회에도 도움을 요청해 보았지만, 다른 일로 어수선한 작금의 사태 때문에 우리를 도와 줄 여력이 충분치 않아서, 우리는 너무나 고독한 싸움을 힘겹게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고심 끝에 차가운 세상 속에서도 따뜻한 마음을 간직하고 계시는 여러분의 힘을 빌리기로 했습니다. 여러분, 지금 창창한 미래를 가지고 있는 120여명의 학생들의 희망이 세상의 불합리한 힘의 논리에 의해 짓밟히려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애쓰는 모습이 조금이라도 안타까우시다면, 조금이라도 공감하신다면, 이 글을 널리 퍼뜨려 주십시오. 여러분의 공감이 우리에게는 큰 힘이 될 것입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국립대학교의 재정을 고려하면 글로벌인재학부의 출범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사실 우리 학생들 또한 신설 학부의 첫 기수로서 학부의 미래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지워버리기는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경북대학교가 수차례의 설명회를 통해 국립대로서는 이례적이라고 할 정도의 많은 혜택과 학부 졸업 후에도 지속적인 관리 및 지원을 강조하고, 향후 10년 이상의 지원을 거듭 약속하면서 우리는 학교에 대한 신뢰를 갖고 지금까지 학교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경북대학교는 2012년 초부터 약속했던 지원을 점차 줄여가더니, 5월에 배부한 학사 개편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인재학부의 폐지와 신입생 모집 중단을 일방적으로 우리에게 통보해 왔습니다.
본부 측이 주장하는 우리 과의 폐지 근거로는 크게 낮은 등록률과, 많은 지원과 혜택에 비해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지 않는, 고비용 저효율 학사 운영을 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문사회계열에서는 높은 경쟁률을 통해 모든 정원을 모집한 바 있으며, 자연과학계열에서의 낮은 등록률은 기존의 서울 소재 대학 선호 현상과 의·치전원 인원 축소와 같은 악재로 인한 결과이므로 우리 학부의 책임으로 떠넘기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또한 학부가 설립된 지 채 3년이 지나지 않았고, 졸업생조차 배출되지 않은 지금 가시적인 ‘성과’를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게다가 11학번부터 해외어학연수에 참가하는 학생들도 비자발급비와 항공비를 본인들이 전액 부담하고, 해외봉사활동에서도 봉사 활동비를 본인들이 반액 부담하는 등 여러 가지 학사운영 프로그램에서 본인들이 상당액수를 부담하고 있으며, 이로써 그간 지나치게 많은 비용이 투자되었다는 주장이 과장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미 11학번부터 예산이 삭감되어 지급되고 있는데도, 정원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비용이 투입되고 있다는 주장 또한 폐지를 이미 기정사실화 한 상황에서 억지로 끼워 맞춘 논리에 불과합니다.
처음에 우리들을 모집하면서 내걸었던 장대한 명분들과 굳게만 보였던 약속과는 달리, 이렇게 졸속으로 학부가 사라지는 것은 우수한 학생들을 모집하여 훌륭한 인재로 키워내겠다는 경북대학교의 취지와 어긋나는 것입니다.
지금 학교가 내린 결정은 사회적으로 더 인식이 좋은 대학교에 충분히 진학할 수 있었음에도 경북대학교의 지원과 약속을 믿고, 학교에 대한 신뢰만으로 열심히 학업에 몰두해 온 대부분의 글로벌인재학부 학생들에 대한 치졸한 배신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름 있는 지방 거점 국립 대학교 가운데 하나인 경북대학교가 학사운영에 있어서 이렇게 즉흥적으로 과를 만들고 폐지했다는 점은 비난받아 마땅한, 너무나 부끄러운 일입니다. 이러한 선례는 경북대학교가 앞으로 추진하게 될, 많은 새로운 시도들이 전시적이고 즉흥적일 것이라는 선입견과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만들 것입니다. 또한 땅에 떨어진 학교 이미지는 물론이고, 우수한 지방 인재들이 경북대학교에 지원하는 것을 꺼리는 일까지 충분히 가능하게 만들 것입니다.
처음에는 우리도 현 상황을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명색이 국립대라는 학교가, 서울로 가려던 지방 인재들의 발걸음을 돌려놓고서 우리를 헌신짝 버리듯 쉽게 내팽개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학교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에서 나온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공청회를 이틀 앞둔 현 시점에서 우리들의 생각은 철저히 잘못되었던 것임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우리가 만나 본 많은 교수님들께서는 본부 내부에서 결의는 물론이고 공청회도 시작하기 전에 벌써 폐지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하셨고, 심지어는 수능을 다시 준비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말을 들은 학우도 있습니다.
우리는 현 상황을 인식한 5월 10일경 이후로, 학부를 살리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갖가지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학부에서 제공한 커리큘럼을 따라 순조롭게 대학원 및 고시 준비를 하던 선배들부터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신입생들까지 모두 우리 학부를 살리겠다는 일념 하에 학부의 폐지를 막을 방안을 밤을 새워 논의하고 있습니다. 특히 입학한 지 두 달밖에 되지 않는 12학번 신입생들은 축제가 이번 사태로 취소되는 바람에, 다른 동기들이 대학 입학 후 첫 축제를 즐기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봐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졸업생조차 배출하지 않았고, 최고 학년이 3학년밖에 되지 않는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너무도 제한적입니다. 또한 우리가 학부 폐지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는 이미 학교본부 내부에서 폐지 논의가 끝나가는 상황이었습니다. 그 논의의 과정도 우리 학부나 기타 관계자들의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밀실에서 졸속으로 결정한 다음, 우리에게 일방적인 ‘통보’의 형태로 전달된 상황에서 우리가 대처할 시간 또한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교수님들께 도움을 요청해 보았지만, 사실 교수님들께서도 총장의 의지에 거스르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터라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서 주시기는 많이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총학생회와 타 대학 학생회에도 도움을 요청해 보았지만, 다른 일로 어수선한 작금의 사태 때문에 우리를 도와 줄 여력이 충분치 않아서, 우리는 너무나 고독한 싸움을 힘겹게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고심 끝에 차가운 세상 속에서도 따뜻한 마음을 간직하고 계시는 여러분의 힘을 빌리기로 했습니다. 여러분, 지금 창창한 미래를 가지고 있는 120여명의 학생들의 희망이 세상의 불합리한 힘의 논리에 의해 짓밟히려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애쓰는 모습이 조금이라도 안타까우시다면, 조금이라도 공감하신다면, 이 글을 널리 퍼뜨려 주십시오. 여러분의 공감이 우리에게는 큰 힘이 될 것입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