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올해 입학한 신입생입니다. 20살, 하지만 가정형편때문에 마냥 가볍지만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니 저 스스로 그렇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언론인카페에서 다음글을 봤습니다.
"사실 가난은 사람을 구질구질하게 만들기 때문에 가장 무섭습니다. 돈이 없어서 공부를 못하는 게 아니라 상대적인 박탈감내지 좌절감으로 인해 사람을 위축시키고 자신감을 없게 만들고 그래서 표정이 어두워지고 필요이상으로 냉소적이 되고. 그런 정신적인 폐해가 제일 무섭습니다."
이 부분이 와 닿더군요. 주말알바때문에 엠티도 못가고, 다른 아이들보면 솔직히 부럽고 그랬습니다. 옷만 보더라도 가정형편이 대략은 짐작이 가잖아요. 거기서 차이나 보이는것도 싫었습니다. 간혹 돈이 없는데 친구들이 술자리 부를땐 머리속으로 돈 계산하면서 그냥 "집에 일이 있어서...""레포트 해야되서 아이구 죽겠다 ㅠㅠ 다음에 보자 ㅂㅂ"라고 합니다. 그리고 인터넷 쇼핑몰보면서 사지도 않을것들을 보며 멍하니 있곤 했습니다.
사실 가난이 부끄러운게 아니라 그냥 좀 불편한것일 뿐이라고 스스로 위로했습니다. 하지만 돈이 있다는것은 가난하다는것과 비교해 처음부터 선택할수 있는 선택지의 개수가 다르죠. 왜 여행 안가고 싶겠습니까? 누가 황금주말에 억지 웃음지으며 일하고 싶겠습니까? 왜 부모님 모시고 좋은데서 식사한번 해보고 싶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1년휴학을 하고 다음달부터 새로운곳에서 일하게 될것 같아요. 돈 많이 벌어서 이사하지는 못하겠지만, 마음만은 가난에서 벗어났으면 합니다. 아! 그리고 군대를 가겠지만요.
집안 형편때문에 고민하시는 분들이 적잖이 계서서 저도 그냥 한번 풀어놓고 갑니다.
아래글은 원글을 담아왔습니다.
[원글] 언론인을 꿈꾸는 카페에서 "아랑"(현직 기자)님이 2007년에 쓰신글.
제목: 가난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시면서..집안의 재력으로 인해 고민하시는 분들도 적지 않겠지요. 나는 이걸 하고 싶은데 어쩌다보니 부모님이 연로하셔서 아니면 이런저런 사정으로 돈 부터 벌어야 하는 처지. 그런데도 이 길을 포기할 수 없는 경우. 갈등 큽니다. 아주 진퇴양난입니다.
특히 아나운서 지망하시는 분들의 경우 갈등폭이 심하시더군요. 저야 그 쪽 세계를 잘 모르기 때문에 함부로 말씀드리는 못하겠습니다. 그래서 아카데미를 포기해라 어쩌라 하고는 말씀 드리지 못하겠구요.
다만 집안의 가난에 대해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해 몇자 적어봅니다. 제 경험과 주변의 경험을 적당히 섞어서 쓰는 글이니 보시고 알아서 버릴 건 버려주시고 가져가실 건 가져가십시오.
먼저. 여러모로 봤을 때 자신이 돈을 벌어야만하는 경우. 저는 돈 벌라고 충고합니다. 저도 돈을 벌었구요. 여기서 문제는 돈을 벌면 자신의 꿈이 멀어질 확률이 높다는 불안함이겠지요. 하지만 자신이 아니면 집안의 수입원이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인지하고 있다면. 돈 버는거 우선이라고 봅니다. 내 꿈 이전에 사람으로서 혹은 자식으로서 도리는 해야죠. 대신 기간을 타협하는 겁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얼추 2년간 과외를 하루에 세탕을 뛰던 학원에서 풀타임을 하던 돈을 벌겠다고 독한 마음을 먹는 겁니다. 그래서 최소한의 생계와 여유자금을 확보하는 거죠.
그 기간 중에 기자가 되고 싶다면 주구장창 신문과 뉴스를 접하며 현실적인 끊을 놓지 말으시고. 피디가 되고 싶다면 틈나는대로 티비이 보시고. 아나운서가 되고 싶으시다면 발음연습 만날 하는거죠. 그리고 어느정도 통장의 잔고가 채워졌다 싶으면..또 시간을 정해놓고 도전을 하는 겝니다. 그러다 되면 만세고 안되면 깨끗이 잊고 새로운 목표를 세워야죠. 사실..꼭 기자가 피디가 아나운서가 안되어도 살아야 하잖아요. 자기가 가진 모든 바람을 이루지 못하는 게 사람의 인생 아닐까 합니다.
돈은 안벌어도 되는 상황이나 집안에 부담을 주는 경우. 이게 대부분의 준비생들의 처지라 봅니다. 뭐 이럴땐 돈 벌지 말고 1년 정도에 결론낼거 생각하고 매진하시는 게 바람직하다 생각합니다. 그 와중에 백수의 내공을 키우시는 거죠. 집안이 나름 유복했기 때문에 그럴수 있다 생각하지만. 박찬욱 감독과 김지운 감독 본인들 스스로 백수때 내공을 키웠다고 했었죠. 다만. 돈을 벌지 않은 상황이니 최대한 아끼고 절약해보는 검다. 저 역시 끝내 도움이 되지 못했던 종로의 토익학원을 다니며 하루 4000원에 식사2끼와 차비를 거의 반년간 해결했던 적이 있슴다. 그렇게 아끼며 살아보는 것도 인생사는데 큰 도움 됩니다.
그리고 집안에 돈 걱정 없는 경우는 패스하겠습니다. 부모님이 팍팍 밀어주실 때 하십시오. 다만 그 상황에 대해 남들에 비해 복 받았다 고마워하시고. 또 선택받았다 겸손해하시구요. ^^
사실 가난은 사람을 구질구질하게 만들기 때문에 가장 무섭습니다. 돈이 없어서 공부를 못하는 게 아니라 상대적인 박탈감내지 좌절감으로 인해 사람을 위축시키고 자신감을 없게 만들고 그래서 표정이 어두워지고 필요이상으로 냉소적이 되고. 그런 정신적인 폐해가 제일 무섭습니다.
남들 공부할 시간에 나는 돈 벌어야 하고 남들 준비할 시간에 나는 돈 나가는거 걱정해야하고. 이런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사람이 대범하고 여유로이 보이긴 힘들겠지요. 그것이 결국 면접에서도 영향을 미친다고 봅니다.
때문에. 자신이 가난하다해서 물질적으로 주눅 드는것보다 정신적으로 주눅들고 있지 않은가를 먼저 생각해보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이다보니 가진 이들앞에서 못 가진 이들은 주눅이 들기 마련입니다만. 그것을 극복해야겠지요. 이는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더 우선시되야 합니다. 다만 그 방법론에 있어서는 제가 어떻게 해야한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렵네요. 각자 찾아야 하는 것이니까요.
해서 제 경우를 말씀드리자면 서른살 이전까지 통장에 100만원이 넘게 찍혀본적이 없습니다-.- 일찍 취직한 제 대학동기녀석들에 비하면 가난한 셈이었지요. 그래도 뭐 사는데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습니다. 비결은. 아끼면 됩니다.ㅋ.ㅋ 지하철 정거장 3개 정도는 가뿐하게 걸어다녔구요. 책은 도서관 가서 잘 빌려보고. 데이트는 남산공원과 각각의 대학 캠퍼스 및 용산공원.등등 밥은 잘 찾아보시면 의외로 싼데 많슴다. 술값은 뭐 친구들 선배들 불러냈죠.^^
사족.
얼마전 일년간 반지하 생활 끝에 더 이상 어둠의 아침이 싫타해서 그간 모은돈 조금과 집에서 도움을 받아 같이 사는 친구녀석과 햇볕 잘 드는 집을 얻어 이사를 했습니다. 보증금 3천에 월세30짜리 방인데요.녀석이 2000만원 제가 1000만원 보태서 반지하를 면했습니다.
그렇게 집을 구하러 다니면서 새삼 느낀 것은. 친구와 저보다 못한 처지에서 살고 있는 가족!들이 이외로 많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저와 친구야 젊은 나이니까 주거환경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지만. 가령 2000에 20짜리 방 2칸 집에서 여섯식구가 살고 있다던가. 1500에 30짜리 옥탑 방에서 네 식구가 살고 있다던가..여튼 그런 모습을 실제로 보면서 그래도 저와 친구는 못 살고 있는 편은 아니다 싶었습니다.
나보다 어려운 사람이 있다는 거에 위안을 삼는게 아니라 내가 너무 삶의 기준을 위에만 놓고 있었나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약자 편, 가진 게 없는 이들의 편에 서겠다는 그 마음과 달리 이율배반적이었던 제 태도에 대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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