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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보여행의 매력....

아카시아나무2015.04.02 00:49조회 수 4879추천 수 21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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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ㅎ

도보여행을 추천해보려고 글을 씁니다.

우선 제가 도보여행을 하게된 이유는...;ㅋ

친구들과 셋이서 술을 마시다가 문득 걸어서 여행을 해보고싶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이야기가 꽤 구체적으로 진행되어서 바로 다음날 출발하게되었습니다.

그게 벌써 10년전일이네요..ㅎㅎ 지금 32살이니 그땐 22살....

당시 저는 다른학교의 학생이었고 지금은 새로운 진로를 찾아 뒤늦게 부산대에 오게되었는데

그 이야길 하면 끝도없을것 같으니...넘어가도록하고...

 

우리가 정한 루트는 일단 다음과 같은 조건으로 정하게되었습니다.

1. 너무 먼 거리는 안된다. - 여행의 묘미를 제대로 즐기기위해서 고생만 한 기억을 남기고 싶진 않았어요..

2. 국도를 타고 갈 수있는 곳이어야한다. - 너무외딴곳은 위급상황 발생시 차를 부르기 힘들것 같았습니다. 

3. 가는길 중간에 도시가 있어야한다. - 중간에 숙박할 곳이 있어야해서...도시를 거치면 좋을것 같았습니다.

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정한 길은 아래 지도에 나와있는데 중간에 길이 조금 틀어져서

우리는 영천시를 거쳐서 가는 루트였습니다. (네이버 길찾기 기능으로 했는데 좀 다르게 나오네요..ㅜㅜ)

대구에서 포항까지 거리인데...약 90킬로미터 정도 되네요.ㅎ

한참 무더위가 기승부릴 7월중순에 출발하였습니다.

 

첫째날. 대구의 지하철2호선 사월역에 내려서 걷기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서로 장난도 치고 노래도들으면서 걸었죠.ㅎㅎ마냥 즐거웠습니다. 근데...

한 30분~1시간 쯤 걸으니 "이게 머하는 짓이지?" 하는 생각이 물밀듯이 밀려왔습니다.

너무 더웠기 때문이죠;; 더군다나 아무생각없이 입고갔던 청바지는 정말 쩍쩍 달라붙고

반팔티는 땀범벅이 되기시작했습니다;; 정말 이게 뭐하는짓인가? 하는생각이 들법한....ㅋㅋ

 

처음 쉬어간곳은 하양의 대구가톨릭대학교입니다. 대가대는 시골에있기도 하거니와 대학교 방학기간이라

학교는 한산했어요. 거기서 목도 축이고 좀 앉아서 쉬었는데 도저히 청바지를 버틸수없을것 같아서

면 반바지로 갈아입고 다시 출발했습니다.

 

첫째날은 그냥 정신없이 걸었어요. 주변풍경을 감상할 틈도 없이 ㅓㅎ엏억엉허억 거리면서 ㅋㅋ

너무 힘들어서 영천시내로 진입하자마자 이마트 영천지점에 들어가서 자판기로 음료수를 뽑아먹는데

마시자마자 숨을 쉬기 힘들어졌습니다. 탈진 직전이라 갑자기 수분이 들어가면서 약간 쇼크?비슷한

증세가 있었던것 같아요. 당시 먹었던 음료수이름은 "따봉" 이었습니다.ㅋㅋ

 

 그렇게 처절했던 하루는 지나갔습니다.

 

우리가 묶은곳은 여관이었는데 진짜 허름한...그야말로 시골에나 있을법한 여인숙급 숙소였습니다.

근데 거기 주인 할아버지가 우리가 기특해보였는지 소고기국밥을 대접해주셨어요.ㅎㅎ

진짜 제가 태어나서 먹어본 국밥중에 가장 맛있었습니다. 그때 그 맛을 음식 가격으로 환산한다면

한그릇에 30만원짜리는 되는 급의 맛....;; 그후로 저는 빨간 소고기국을 볼때마다 그 국밥이 생각났습니다.ㅎ

 

그리고 한그릇 다 들이키자마자 우리는 거의 씻지도 못하고 기절하듯이 잠들었습니다.

 

 

이튿날아침. 다시 짐을 챙기고 걷기시작했는데...첫째날보단 좀더 여유롭게 걸었습니다.

주변 풍경이 보이기 시작하고 노래가 귀를 간지럽히고? 낯선곳의 공기가 왠지 어떤사연을 갖고있을것 같은...

당시 제가 듣던노래중에 거북이의 "come on" 이라는 곡이있었는데 정말 걸으면서 박자맞춰 걷기엔 최고였습니다.

둘째날에 느낀 감정은 끝없이 뻗어있는 한적한 국도와 멀리보이는 조용한 풍경의 정취?같은것이었는데

그 느낌때문에 아직도 도보여행을 생각하면 가슴이 뜁니다.ㅎ 이게 바로 여행이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그런 느낌적인 느낌...

 

영천을 벗어나 진짜 "길"로 들어서니 이제 고향과 좀 떨어져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오후늦은 시간이 되어가니 슬슬 다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는데 도저히 한걸음도 뗄수 없을듯한 시점에

안강이라는 작은 마을에 들어서게되었습니다. 이미 해는 기울었고 빨리 숙소를 찾아야했는데

안강입구에 첫째날 묶었던 숙소보다 더더더더더욱 허름한 여관에 묶게되었습니다.ㅎ

우리 한몸 누일 공간이 바로 그자리에 있다는거 자체가 감사했습니다.ㅜㅜ 당시 그곳의 숙박요금은

기억으론 2만원이었던것 같은데... 아마 요즘은 그런가격에 3명이 잘수있는곳은 없겠죠..;

 

입구에 들어섰는데 왠 우리또래의 여자아이가 방을 안내해주더군요. 그래서 친구한명이 그 아이한테

대학생이냐고 용기내어 물었고 그렇다고 하더군요.ㅎ 경인교대 학생이었습니다.

우리는 피곤했지만 왠지모를 기운으로 그 아이와 4명이서 밤늦은시간까지 방에서 맥주를 마셨습니다.

자기 부모님이 운영하는 여관이고 방학이라 일을 도와드리는중이라고...

이런저런 이야길 하다가 그 아이가 방을 나가자마자 우리는 셋다 기절했습니다.ㅋㅋ

 

다음날. 마지막날이 밝았습니다.

 

짐을챙겨 아침에 여관을 나와서 셋다 아무말없이 터벅터벅 걷던중...5분쯤 걸었을때

안강초등학교가 나왔어요. 그곳에서 우리는 방학이라 아무도없는 학교 스탠드에서 밥을 해먹었습니다.

3분카레, 비엔나소시지, 인스턴트죽....

식사를 하면서 텅 빈 초등학교 운동장을 바라보는데 그 오묘한 느낌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먼가 엄청 슬플정도로 텅빈 여름의 운동장.... 말로 도저히 표현되지않는 그 느낌이 아직 기억나네요.ㅎ

 

식사를 하고 안강을 벗어나 우리는 점점 포항에 다가가고있었는데

오후에 포항시내로 진입하기 직전 포항공대가 있는곳 즈음해서 근처 농가에서 얼음물을 얻어마시려고

한 집에 들어갔습니다. 그 집에 살고계시던 농부 부부께서 얼음물과 갓 따온 수박을 한통 썰어주셨어요.ㅎㅎ

그 수박맛도 잊을수가 없습니다. 진짜...........설탕을 뿌린것도아닌데 환장할정도로 달고 맛있었습니다.

대구에서왔고 걸어서 여행하는중이다...등의 이야기를 하고 친절했던 농가를 뒤로한채 다시길을 나섰습니다.

 

이제 진짜 포항시내로 들어섰습니다.

조금만 더 가면 이제 우리는 걸어서 바닷가를 보게되었어요.

약간 설레이는?기분과 벅찬느낌을 안고 땀과 피곤에 푹 쩔은 몸을 이끌고 걸어갔습니다.

포항시내에 한 육교를 건너는중 어떤아저씨가 우리보고 어디서왔냐길래 대구서 왔다고 하니

박수를 쳐주셨습니다.ㅋㅋ

 

눈앞에 펼쳐진 바닷가.

이미 해는 기울었고 우리는 근처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서 바닷가에 앉아서 검은파도를 보면서

홀짝였습니다. 바닷가가 진짜 예뻤습니다. 도저히 나의 정신으로 감당할수없을만큼 광활하고 멋있게

느껴졌죠...

 

그렇게 도보여행이 끝이났습니다.

서른이 넘은 지금도 그 친구들을 만날때면 그 이야길 합니다.ㅋ

우리가 굴다리밑에 싼 똥이 아직 그대로있을까?ㅋㅋㅋ그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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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보여행을 하기위해서 YgK나 박카스 등의 단체를 통할수도있고

친구들끼리 루트를 정해서 할수도있을겁니다.

그 루트가 보름이 걸리든 저처럼 3일짜리든 상관없습니다.

아마 걸으면서 하는 인생에 대한 생각, 조용한 풍경에서 느껴지는 느낌, 걸으면서 듣는 음악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여행이 될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혹시 올 여름 도보여행을 하게되실 분이 계시다면 부디 안전하고 좋은 여행이 되길 바랍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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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좋은글입니다!!
  • 우와~저도 5월에 친구와 2박3일 국내도보여행 가기로 했는데 이 글 읽고 나니 더 설레고 기대되네요
  • 군대에서 행군할때랑 비슷한듯 ㅎㅎ
    지금돌이켜보면 행군하며 빠졌던 잡념이나 주위 풍경, 간식의 소중함, 동료들과의 소소한 얘기 모두 너무 좋은 추억이네요
  • 행군도 60키로씩 하는데 여행 못할건 없죠 ㅎ
    재밌었겠네요.

    근데 10년전 ㄷㄷ
  • 저는 13년도 1월에 Y쥐K에서 동계 국토대장정 햇엇는데
    정말 고생 많이햇습니다 ㅠㅜ 출발할땐 200명쯤 이엇는데 도착할 땐 100명이더군요.
    만약 생각이 있으시다면 하계대장정이 좋겟고 비영리단체인 곳 보다 기업지원이 잇는 박카스 대장정이 좋을거 같아요
    친구들과 추억 쌓는거면 여름에 제주도 자전거 일주도 괜찮을거 같아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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