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총학생회를 만들어나가야 하는가
-한대련 탈퇴 정책투표를 앞두고
우리 학교 총학생회가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이하 한대련)에 가입한지 4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2009년 가입 당시의 논란을 시작으로, 2010년 43대 총학의 한대련 탈퇴 정책투표 공약(총학이 이행하지 않음), 2011년 전학대회 한대련 탈퇴 안건 상정(대의원 정족수 부족으로 무산), 그리고 한대련 탈퇴를 제1공약으로 건 우리 고대공감대 총학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한대련은 학내에서 단 한해도 논란거리가 되지 않은 적이 없다. 그렇다면 한대련이 왜 논란이 되고, 왜 탈퇴를 해야만 하는 단체인지 그 이유를 알아보자.
우선, 한대련 총학이 학내에 끼친 영향을 살펴보자. 한대련 가입당시 42대 총학은 설문조사를 통해 답변자의 85%가 대학생 대표 단체가 필요하다고 했고, 66%가 한대련 가입에 동의했다는 결론을 얻어냈다. 그리고 이는 전학대회에서 대의원들을 설득하는 자료로 쓰였다. 하지만 고대신문의 설문조사 결과, 학우들의 77%가 총학의 한대련 가입제안 자체를 몰랐고, 20%는 가입에 반대했으며 오직 3%만이 가입에 찬성했다. 조사를 어떻게 했든간에 이토록 상반된 결과가 공존하는 상황에서 추후 벌어질 끊임없는 논란은 예견된 것이었다.
작년 44대 총학생회는 42대 총학생회가 그랬던 것처럼 한대련의 사업을 홍보하고 학내에 유치하는 등 한대련 활동에 많은 역량을 쏟아부었다. 이 과정에서 민주적 절차는 무시당했고, 한대련 활동에 반대하는 우리 학우들에게 타 대학에 다니는 한대련 간부들이 폭언을 쏟는 등 충격적인 일들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총학이 학우들을 보호하기는커녕 한대련 간부를 감싸고 돌았다는 증언도 있다. 이런 모습으로 학우들의 목소리에는 귀를 닫은 채, 한대련으로 가득찬 일들로 총학 임기를 보낸 것이다. 44대 한대련 총학은 과연 누구를 위한 총학이었는가? 결국 이런 모습에 많은 이들이 총학에 등을 돌렸고, 임기 종료 당시 이행한 공약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물론 이는 총학 선거에서의 참패로 이어졌다.
한대련의 행적 중 특히 문제가 되는 부분은 “통합진보당 폭력사태 개입”, “통진당 비리 당시 김재연 지키기 운동 전개”, “김정일 사망시 추모 발표 및 사절단 파견 시도”, “해군 훈련을 전쟁 도발 행위로 정의 및 규탄”, “통합진보당과의 총선 공모”, “특정 후보 지지선언” 등이 있다. 이는 다분히 정치적이고 편향적이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편향되었느냐 아니냐가 옳고 그름의 기준은 아니다. 학생회 역시 엄연히 학내 정치를 행하는 곳으로 정치적 주관은 당연히 존재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정치적인 의사 또는 행동이 ‘학우들의 뜻에 위배되지는 않는가’이다. 앞서 열거한 일련의 행적들에 고대 학우들의 의사가 얼마나 반영되어있는지 가늠해보자. 이 글을 읽는 당신은 김정일의 죽음을 정녕 추모하는가? 통진당 비리의 중심에 있는 김재연 국회의원을 지지하는가? 우리 해군 훈련을 보고 남북평화를 깨는 요인으로 생각했는가? 동의하는 학우도 있겠지만, 이것이 고려대학교 학우들의 전반적인 생각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즉, 이것은 학우들의 생각이 한대련 활동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기에 일어난 치명적인 문제이며, 한대련에 가입이 유지되는 이상 필연적으로 뒤따를 수 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다.
한대련 탈퇴의 목소리가 거세지자, 일부 탈퇴 반대론자들은 한대련 탈퇴 이후 대안이 있는지를 되묻는다. 대안은 학우들의 생각을 확인해보고 마련해도 늦지 않다. 지금은 타 대학과의 연대활동보다는 한 대련으로 인해 추락한 본교 총학생회에 대한 학우들의 신뢰를 다시 찾아오는 것이 중요하다. 더군다나 현재 가입 총학생회가 11개에 불과한 한대련보다 더 많은 대학 총학들이 함께 할 수 있는 당장의 대안도 분명히 존재한다. 한대련 탈퇴 준비 발표 이후 우리 총학이 탈퇴 반대론자들의 ‘대안요구’에 시달리자 20개가 넘는 총학생회들이 고대 총학에게 지지, 연대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학우들이 원하는 일만 함께 해보자고 자발적으로 나서고 있다. 학우들의 생각을 잘 반영할 수 있는 구조의 연대체가 더 많은 대학 총학들을 모을 수 있고, 이것이 큰 힘을 발휘할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한대련 탈퇴는 ‘상식적인 총학생회’를 만들자는 결론과 궤를 같이 한다.
고대공감대 총학이 생각하는 상식적인 총학은 학우들의 의사에 반(反)하지 않고, 상위 조직을 위해 학우를 뒷전에 두지 않는 총학이다. 그걸 우리는 ‘학우중심 총학생회’라 부른다.
자, 이제 고려대학교 총학생회를 한대련으로부터 자유롭게 만들 때가 왔다.
학우들의 소중한 의사 표명 - “투표 참여”로 학생사회를 바꿔보자.
고려대학교 제45대 총학생회 고대공감대
총학생회장 박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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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내일까지 투표라는데 결과가 어찌될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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