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습한 장마철즈음이었습니다.
구서동 이마트에 살 것이 있어서 운동도 할 겸 온천천을 따라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장전역 부근 국밥집 앞에서 60~70대로 추정되는 할머니가 다가오는겁니다.
그러더니 대뜸 '학생, 내가 대전을 가야 되는데 무궁화호 차비가 없어서 차비좀 빌려달라'고 부탁을 하는겁니다.
평소 치안선봉에서 열일하며 뺑끼치는 의경출신이던 저는 할머니께 물고기를 잡아주기 보다는 낚시하는 법을 가르켜 주고자,
'근처 지구대에가셔서 신분증 맏겨두고 자초지종 설명하시면 돈도 빌려주고 운 좋으면 가까운 기차역 까지 태워드릴 수 도 있어요.'
라고 말씀드렸더니, 적잖아 당황하시면서 '지구대가 어디있는 줄 모르고 급하니까 젊은이가 좀 빌려줘.' 라고 하길래
'제가 돈은 없고 지구대까지 같이 모셔다 드릴게요^^'라고 하니까 그냥 가시는겁니다 ㅋㅋㅋ
그 후, 오버워치 마스터를 찍기위해 수련을 정진하던 1월 11일 저녁,
3층에 있는 PC방을 가기위해 엘리베이터를 타던 찰나,
익숙한 목소리, 실루엣이 보이는 겁니다.
이 할머니.. 크게 한 탕 치고 떠나려시는지 이번엔 KTX를 타야겠답니다.. 하...
이번엔 그냥 시간이 아까워서 '죄송해요' 하고 나왔는데,
혹여나, 우리 착한 부산대 동문들이 피해볼까봐 적어봅니다.
[할머니 외관]
-노숙자 같지도 않고 진짜 딱 우리집 놀러오시는 외할머니 느낌 그대로입니다. (깔끔함)
-머리는 세서 회색빛을 띄고 있습니다.
-한 손에는 면으로 된 가방을 들고 있습니다. (진짜, 곧 기차탈 모습임 처음에 잠시 부산역 매표소가 떠올랐음)
-진짜 연기를 잘하는게 18세 소녀마냥 부끄럽고, 미안하게 물어보십니다.
-"대전 가야되는데 무궁화호&버스 차비가 없다, 서울가야되는데 KTX 차비가 없다."가 주 레퍼토리이신듯 합니다.
-주 출몰지 : 장전~부산대 지하철역 일원
뭐 아무튼 진짜, 급하신 분이 있을 수도 있으니 직접 돈을 주어 삥뜯기지 마시고, 시간이 되신다면 우리 모두 이런 딱한 분들을 근처 지구대로 인계해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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