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 정도 한 알바가 하다하다 안 맞아서 새 알바를 구해야해요
알바 사이트를 찾아보다가 스스로가 불쌍해서 다 그만두고 싶다는 충동이 드네요
스무살, 대학생이 된 이후로 계속 알바를 했었어요
집에서는 하라고 말 하진 않았는데 저희 집 사정을 알고도 안 할만큼 철이 없지는 않았었죠
하던 알바를 그만 두면 즉시 새 알바를 구해야돼요 안그러면 다음달 수입에 바로 지장이 가거든요
이전 알바 몇도, 지금 하던 일도 너무 불규칙해서 수입이 들쭉날쭉했어요
월급이 작게 들어온 날은 교통비나 통신비를 내달라고 손을 벌렸죠
나라도 손을 덜어야 하는데 돈 얘기 할 때 만큼 죄송했을 때가 없었네요
어릴 때 부터 그런 습관이 있었어요
아기때 과자를 고르라고 하면 꼭 한 개를 골랐어요 제가 욕심없는 사람이어서면 참 좋았을텐데 참는 법 부터 배웠거든요
그렇게 참아오니까 이제는 참는게 싫어요
저도 남들 하는 것 만큼이라도 하고 싶어요
남들 처럼 맛있는 것도 먹고, 옷도 사고, 화장품도 사고, 남 선물도 번듯한걸로 해주고 싶고, 이번달 핸드폰비는 어떻게 내지 전정긍긍하면서 안살아보고 싶어요
여태까지는 잘 참으면서 살았던 것 같은데 이번에 남자친구가 생겼어요
돈이 정말 많이 든다는 걸 알았어요 돈부담은 남자친구가 훨씬 많이 했는데도요.....
부담이 너무 심해서 짜증낸 적도 여러번이에요 잘못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애꿏은 남자친구만 봉변보게해서 항상 미안해요
그 애도 사정이 저랑 비슷해요
그나마 저는 없는 형편에도 아빠가 문화생활은 모자라지 않게 해주셨어요
놀이동산도 가고, 겨울마다 썰매도 타고, 유명한 국내 관광지도 가보고.... 어딜 갔는데 익숙하다 싶으면 옛날에 아빠차타고 와본 곳이었더라고요ㅎㅎ
근데 그 애는 그것도 힘들었대요
집이 부도났었고,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취업하려다가 겨우겨우 대학에 갔었대요
전공도 본인이랑 안맞고 취업을 위해서만요 지금은 그 길이 너무 안맞아서 방황하고 있어요
데이트 할 때도 새로운게 너무 많았어요 축제를 가면 정말 아이처럼 좋아했어요 그런 걸 못해봤으니까
패밀리 레스토랑도 안가봤대요 그래서 그런 경험들을 하게 해주고 싶었어요
그런데 저는 능력 없는 여자친구구요
그 애 생일선물을 준비하다가 너무 예쁜 시계를 봤어요 이미지 보여주니까 엄청 마음에 들어하더라고요
20만 원 짜리였어요 그건 제 생활비 전부에요
못해줬죠.... 아직도 마음에 두고 있고 꼭 주고싶어요
제 스스로에게 못해주는 것들도 계속 마음에 남아요
화장품 리뷰 보면 백화점 브랜드가 많잖아요 입생로랑 틴트 무슨 색이 예쁘다, 맥 립스틱 어떤게 어떻고 하는데 저랑 너무 비교가 되더라고요 저는 로드샵도 비싸서 최대한 싼 거 살려고 아등바등하거든요
로드샵에서 예쁜 립스틱을 봤는데 할인해서 만 원 남짓이었어요 싼 거 두 개도 살 수 있는 가격이요 안 샀죠 결국은
하늘아래 같은 색조는 없다면서 쓸어담아보고 싶어요 저도 여잔데 그런 꿈이 없겠어요?
만원짜리 가방 사러 다니는 것도 지겹고 산지 얼마 안돼서 실밥 다 풀리는것도 싫어요
내가 샤넬 프라다같은거 바라는거 아닌데...... 시슬리 정도가 이렇게 힘들구나 직장을 가지면 나아질까
근데 제가 무슨 일을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지 여전히 모르겠어요 인생이 어두워도 달릴 미래가 있으면 힘이 날까요?
경제적으로 하루살이 인생을 살 고 있는 것 같아요 지금이야 어떻게 버티지만 갑자기 가까운 사람의 경조사라도 터지면 감당하지 못하겠죠
대학 다니면서 용돈 받고 알바를 잘 모르는 사람이 정말 부러웠어요
나는 알바를 안하면 당장 살 수가 없어서 하는건데 그걸 하나의 경험정도로만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은근히 많더라고요
그래서 정유라 이야기가 터지고 정말.... 너무 싫었어요 평생 한 푼 두 푼 때문에 걱정 안했을 인생이 존재하니까 박탈감이 엄청나더라고요
돈이 없으니까 사람이 치졸해지고 속도 좁아져요 그런 내 모습이 싫고 원망할 사람은 없고 이 밤에 답답함이 터져서 토로해봤어요
한 번도 다른 사람에게 얘기 못하고 끙끙 앓던 이야기라 길어지고 장황해졌네요 글로 푸니까 감정도 정리되고 머리도 맑아졌어요
익명의 힘을 빌어서 글 쓰고 오늘 밤을 잘 용기를 얻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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