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목욕탕 따듯한 물에서 나왔는데 머리에 피가 없어서 함번 쓰러진 적이 있어요. 우리가 그냥 오른발을 움직이자! 하고 오른발을 움직이진 않잖아요? 근데 정말 오른발을 움직이고 싶은데 아무런 행동이 나타나지 않더군요. 그때 전 저와 현실 사이의 분리를 경험했습니다.
글에서 행복하자 행복하자 해서 그냥 적는건데, 이번에 외국으로 가게됐어요. 휴학하고 공부하러 가는 것도 아니고 아니지 뭐든 하고 싶어서 있는 건 비자랑 비행기값 몇푼 안되는 돈 들고 가는거에요. 비행기표도 다 준비했고 비자도 마쳤고 이번 학기가 끝나자 말자 잠깐 추스릴 세도 없이 그냥 가기만 하면 되요. 전 정말 이 신기하고 멋진 세상에 대한 모습과 환경 그리고 다채로운 인종과 만나고 아이디어를 듣는 그 자체를 되게 좋아해요. 물론 상대방을 웃음 짓게 즐겁게도 잘 만들어요. 근데 정말로 지금 당장에도 생각하고 또 생각해요. 바로 모두 취소하고 싶어요. 이게 잘하는 짓인가 하고. 결정에 대해 후회하는 게 아니라, 기대감과 환희의 한편에는 불안감과 마주하지 못한 것에 대한 공포가 있잖아요. 저는 웃기 위한 나를 위해 가는 건데 나는 과연 여태껏 그랬던 것 처럼 깨닫는 나를 또한번 마주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
인생은 자살할 이유를 만들지 않기 위한 길을 걷는 거라고 생각해요. 모든 것이 무너졌을 때, 자살할 수 있잖아요. 정 뭐하면 죽으면 되지. 불안과 공포로 죽어버리는 건 쉬워요. 그러니까 원하는대로 머리가 생각하고 몸이 이끄는대로 살면 되요. 정 수틀리면 뭐, 죽어버리면 되죠.
새벽이라 생각이 많아지네요. 푹 주무세요. 내일은 아무 일도 없이 행복한 하루가 되길 바랄게요.
알베르카뮈의 시지프신화를 보면 이런 문단이 있죠. '참으로 중요한 철학적 문제는 단 하나뿐이다. 그것은 자살이다. 인생이 살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하는 것이야말로 철학의 근본 문제에 답하는 것이다.'
저는 인생에서 몇번 미친듯한 자살감에 시달린 적이 있었어요. 그 첫번째가 군대에서 계단 밖으로 보이는 어느 한 가을의 하늘이 맑은 날을 봤을 때, 두번째는 내가 태어난 가장 첫번째의 지점에 대한 명확한 답을 찾지 못하고 느낀 압도적인 불확실성을 마주했을 때. 세번째는 사람과 이어진 가는 실들이 조금만 건드려도 잘릴 것 같은 두려움에 수업을 가지 않고 방에 있었던 따뜻한 봄날이였어요. 세번 모두다 사실, 정말로 수틀리면 죽어야지 라는 생각을 저때도 가지고 있었지만, 하등 도움이 되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정말 죽음과 가까이 있는 마음가짐으로 죽음을 바라보면 죽는 것이 더 편하다고 느끼게 되니까요.
하지만 분명히, 이 세상 최초의 인간, 귀여운 아기의 상태인 인간을 떠올려보면, 그들이 세상을 처음 마주했을 때 느끼는 건 나무가 흔들리고 갈대가 인사하는 자연의 모습, 물과 새의 지저귐, 바람을 타고 흐르는 꽃의 향기를 느낄거에요. 그리고는 웃을 겁니다. 분명히 울지 않을 거에요.
사람은 어머니의 자궁에서 나와 최초의 울음을 터트리지만, 이 울음은 마지하지 못한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비롯된 울음이지, 두 눈으로 마주한 바깥을 보며 기뻐하지 않을 아이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혹시나 제가 쓴 저 부분을 통해, 가장 사고의 밑바닥에서 헤엄 치시고 계신 분이 있다면 한가지 말씀드리고 싶어요.
언제나, 마음대로 사세요. 모든 것을 무시한 체, 발이 이끄는 곳으로 걸어가세요. 죽음을 뒤에 둔 자는 진실로, 두 다리로 서서 앞을 보았을 때, 세상을 마주할 기회가 생겼다고 말하고 싶어요.
저또한 제 문답을 통해 답을 얻고 가요. 이 불안함은 아기의 것과 마찬가지였다는 걸요. 모두 잠 못 이루는 밤, 아침에 일어날 땐 편히 일어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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