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좀 이상했다. 책 앞에 4시간 동안 앉아 있었지만 집중이 도저히 안 되는 건 일상이라 그러려니 했는데, 머리가 터질듯한 고통과 함께 헛구역질이 나왔다. 갑자기 왜? 짝사랑하던 오빠가 알고보니 애인이 있어서일까? 남자랑 담배 뻑뻑 피며 까르르 놀다가도 인터넷에선 남자를 혐오하는 글을 쓰는 언니의 이중성 때문일까? 아니면 어제 먹었던 롯데리아 때문인가? 어쩌면 그 사람들 앞에서 폭력성과 찌질함을 숨기고 위선을 보이던 내 스스로가 새삼 역겨워서일지도, 그렇게 여러 차례 헛구역질을 한 다음에, 내 인생이 극도로 혐오스러워졌다. 나는 잘 난 것도 없고, 꿈과 비전도 없이 대학에 들어와 부모님 재산을 말아먹고 있었다. 무언가를 하기엔 동기가 없었고, 안 하기엔 자원이 아까운, 계륵의 일상을 보내고 있으며, 자기 자신의 통제조차 실패한 한심한 중생일 뿐이었다. 하지만 이 꼴에, 내 주변 사람들은 죄다 착한 사람들이라 적절한 거짓 관계는 형성되어있었다. 흔해빠진 우울증 환자들처럼 냅다 뒤지기엔 내 자살을 슬퍼할 사람들이 많았다. 조잡하게 얼굴에 뒤집어쓴 내 위선이 나를 옥죄는 사슬이 되어 죽지도 못하게 만들고 있었다. 나는 내 삶 자체가 거짓이었으며, 죽음으로 향하기엔 인질로 잡힌 사람들이 많은, 노예에 불과했다. 그 날 난 곧장 집으로 돌아가 스스로에게 날이 밝으면 정신과를 가자고 수백 번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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