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에서 만난 사람

난감한 주걱비비추2019.04.30 17:01조회 수 458추천 수 5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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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에 온지 얼마 안 되었을 때부터 있지도 않는 공모전을 도와달라거나, 심리학관련으로 공부는 하지 않지만 설문조사를 해달라거나 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오늘은 자기가 공부하는 사람인데 나더러 복이 많게 생겼다며, 주변사람들이게 복 많다고 이야기를 들은적 있냐며 내게 말을 물었다. 난 시간이 남아서 계속 말해보라고 했다.

 

 처음에 꺼낸 이야기는 범죄였다. 그 사람은 요즘 팽배한 악질적인 범죄자들과 사건들을 말하며 이렇게 된 것에는 누가 왜 어떻게 만들었을지도 모를 "역"에 따라 이제 나쁜 일들이 풀리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했다. 나는 그 역이라는 것에 대해 물었는데 어려운 한자어를 내뱉고 설명은 않고 무시당했다. 난 고작 교양으로나 들은 내 짧은 지식을 근거로 내 주장을 말했다. 법이란 것이 선택에 따른 책임을 부여할 뿐이지 당장에 누가 대량학살을 하더라도 막을 강제력도 못되고 죄라는 개념도 결국 행위가 없으면 성립되지 않는다고 말이다. 내가 말을 이어가려하자 그 사람은 내 말을 자르고 하고 싶은 말을 했다.

 

 그 사람은 세상에 악행들이 많은 이유는 그 사람의 "업" 때문이라고 했다. 아까는 역 때문에 그럴 수 밖에 없다고 말했었지 않나 아무튼, 그 사람은 업이란 것이 있어서 의사집안엔 의사가 나오고 교수집안엔 교수가 나오며, 도둑에겐 도둑이 나올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유전을 잘아신다고 받아쳤다. 그러자 그 사람은 '서양에서나 말하는 유전개념은 사람에게 있어서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설명하지 못한다'고 조금 열을 냈다. 그래서 내가 그게 뭐냐고 물으니 업이랬다. 조상이 잘못죽으면 그 후손에게 나쁜 무언가를 준다고 했다. 암이나 당뇨같은 집안 내력이 일종의 업이랬다. 잘못죽는 것에 대한 기준도 제시못하고 그게 유전 때문이 아닌지 확실하게 설명하는 것도 아닌데도 말이다.

 

 나는 진화의 개념에 대해 아냐고 물었다. 그러나 그 사람은 자꾸 다른 소리를 했다. 자신만의 지식으로 판단하지 말라며 말이다. 그래서 내가 단적인 예로 유전정보의 변화가 진화이며 이는 아주 세세한 유전자가 바뀐다면 진화라고 다시 설명해줬다. 그러나 내가 유전자 외에도 밈이라는 개념이 있다고 설명을 이어가려했을 때, 그 사람은 내 말에 다시 끼어들었다.

 

 그러곤 그 사람은 영혼이 있다며 말을 이어갔다. 근거가 어떻게 되냐고 물으니 초자연적인 영역이라 볼 수도 느낄 수도 인간이 표현할 수도 없다고 그 사람이 말했다. 우리 집엔 핑크색 유니콘이 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예의상 참았다. 얕게 아는 인류학을 통해 알고있는 네안데르탈인에겐 영혼이 있었겠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 사람은 우린 호모 사피엔스이며 이는 서양의 기준에만 부합할 뿐이라고 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그 사람은 영혼이 있기 때문에 우리 조상이 따라다닌다고 했다. 70억이 넘는 인구에게 보일러 하나씩 놔주는 것 마냥 조상님이 반으로 갈라진 것도 아닌데 여러 명에게 동시에 있다니 얼마나 멋진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조상이 나에게 헤코지 비스무리한 걸 한다고 했다. 그 사람은 동양권이 발전 못한 이유가 유교 때문에 업을 계속 만들어서 서양에 비해 뒤쳐지게 되었다고 했다. 서양은 잘 나가서 동물애호가들이 쥐 보호 명목하에 현대에서 사상 초유의 패스트가 창궐하는 모양이다. 내가 생각하기엔 과학발전이 늦다고 해서 나쁠게 있나 싶다. 그 사람은 아쉬운게 많아보인다. 만족치 않는 향상심은 좋지만, 방향이 잘 못 된 것은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내가 인류라는 게 생각보다 고통에 초점맞춰진 것이 많다고 설명하던 중에, 그 사람은 나보고 지식이 아깝다며 자기가 아는 것만으로 세상을 판단하지 말라고 했다. 난 그렇게도 지식이 많지 않은데, 높게 평가해주신 것 같으니 감사할 따름이다. 길거리에 세워놓고 20분간 떠들어놓고선 내겐 발언권조차 거의 주지 않다니 너무한 사람이다. 자기는 물리학 전공이었어서 그런 현상설명에 대해 알지만, 더 중요한 것을 찾아 떠났다고 했다. 그런데 왜 내 선택은 존중 안 해주는 것일지, 본인도 틀릴 수 있을 가능성도 염두해두지 않고 자기가 맞다는 식으로만 상대방에게 일방적으로 말만 하며 대화를 할 생각이 없는 것인지, 내가 느끼기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부끄러울 따름이다.

 

 결론은 내가 중구난방하게 말을 하고 궤변만 늘어놓는 것을 보아하니, 나는 세상을 삐딱하게 보고 조상을 챙기지 않으니 모든 일이 잘 안 될것이라 저주 비슷한 말을 하고 떠났다. 고맙게도 다음에 일이 잘 안 풀이면 말미잘에게 처참히 물어뜯겼을 내 조상님 피카이아탓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세줄요약

1.복이 많다는 소리를 들음

2.조상때문에 화를 보는 거라고 함

3.찐이라 부들부들하고 온라인에 장문으로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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