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상 그냥 주저리주저리 글로 한번 써보고 싶었습니다
저는 흙수저로 태어나서 자랐습니다
누군가는 기만이라고 하지만 내 기준 흙수저라고 생각되는 이유는
아버지 초등학교 중퇴, 어머니 중학교 중퇴에
집 없으셔서 한평생 월세 사시며, 노후 준비는 안되어있고
전문직종이 아닌 공장 아르바이트로만 저와 형을 기르셨어요
형은 가난으로 인하여 찐한 사춘기 이후부터 빨리 돈 벌고 싶어했기도 했고
우리 부모님이 가진 건 없고, 술로 나날을 지낸 세월은 많지만,
이 험난한 세상에서 이혼 후 두 분이 번갈아가면서 형이랑 제가 성인이 될때까지
끝까지 먹여주고 길러주신거는 정말 존경스러웠습니다
사회 생활 전에는 원망만 많았지만
취업하고 몇 년이 지난 지금 최근 들어 얼마나 힘들게 사셨을까 가늠이 되기 시작했어요
저는 부모님의 저학력과 가난이 제 컴플렉스였고, 형도 공부를 하다가 그만두었지만
어린 나이의 제가 생각하는 것은 이 가난을 탈출하는 길은 공부 밖에 없었어요
지금 생각이랑은 조금 다르지만 그때는 공부라도 하면 이 생활이 조금 나아질 것이라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공교육에 의존하면서 혼자 공부했고 운좋게 정시가 대박이 터져 부산대 전화기에 합격했죠
이제 무난히 졸업만 하면 벤츠타는 줄 알았어요ㅎㅎ 그 때 생각이 귀엽네요
문제는 대학생활부터 경제적인 지원의 차이를 깨닫기 시작했는데,
우리집은 1분위라 거의 4년 전액 장학금을 받고도 생활비라는 압박에서 벗어날 수 없었어요
휴학도 몇번해서 생활비와 스펙 쌓고, 학기 중에도 과외와 알바 근로 병행하면서
돈을 안 벌면 용돈이 없어 대학생활이 거의 불가능했기에
공부 시간도 턱없이 부족한 와중에 근근히 따라가는 정도?
그렇게 취업문을 두드렸는데 뭐가 문제였는지 줄줄이 서류 탈락하는거에요
나중에 취업하고 나서 알고보니
꿈은 없고 돈은 벌고 싶으니 공기업이랑 대기업이랑 투트랙으로 준비하다가 중구난방으로 쌓은 스펙이었던거에요
그리고 스펙 쌓는다고 몇 번 쉰 휴학 때문이었는데, 대기업은 걍 나이가 스펙갑이더라구요 영어나 더 공부할껄
그렇게 하반기 서류탈락 13개 최종면접까지 갔다가 탈락하면서
멘탈 나가면서 너무 막막해서 다시 취준하기도 싫고, 그래서 계속 봐뒀던 대학원으로 도망갔어요
그 와중에 학부 때 빌린 생활비 학자금 대출은 750만원이었어요
문제는 항상 돈인데, 대학원 등록금은 아무리 잘해도 등록금 장학금이 안나옵디다
교수님이 그래도 악덕 교수는 아니라 잘챙겨주시려고 했는데,
공대 대학원 등록금은 300만원정도, 생활비는 프로젝트로 충당하니 빚이 약간 감당이 안되기 시작했죠
졸업할 때쯤 총 학자금 대출이 약 2천만원정도되더군요
흙수저가 계속 빚만 쌓여가니까 대학원도 괜히 왔나 후달리기 시작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지금 연구한 분야가 입학 당시에는 관심이 덜했는데,
졸업할 때쯤 갑자기 대기업에서 러브콜이 쏟아지기 시작해서 다행이었지
그렇게 대학원 졸업과 동시에 인생 역전 하다시피 바로 회사를 다니게됐죠
이런 배경을 갖고 회사를 다니다보니 제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 알게 되더라구요
우선 대기업 연구직에서 부산대는 결코 이득이 아닌데, 열심히 살면 서류 붙여줄께 정도였고
그 와중에 부산대 밑은 아예 서류에 껴주지도않았죠
SPK는 왜이렇게 회사에 많은지, 이렇게 머리 좋은 얘네들은 왜 해외로 취업안하고 노예처럼 살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ㅋㅋ
그렇게 몇년을 회사생활을 하다보니까, 경쟁하는 것도 슬슬 압박이 오기 시작하고
가난뱅이가 대기업에 다녀도 수도권에서 집 한채 얻기 힘들다는 생각이 드니까 막막하더라구요
특히 대학원을 나오다보니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주변인들이 많아져서, 설포카에 학벌 빵빵한 주변을 둘러보면,
나 이대로 괜찮은건가 싶기도하고 심지어 입사 동기들은 부모님이 서울에 집이 있거나,
잘살아서 몇 억 턱턱하는 전세 계약하고 사는거보면 나만 후달리나싶더라고요
다들 뭔가 씀씀이도 다르고 돈에 대한 자세가 다르다고해야하나
저는 학자금으로 마이너스 2천만원 으로 시작하고 억대 보증금이 없으니 한달에 50~60하는 월세로 들어가야했어요
이게 영 답이 없어보이고, 경쟁이 후달리는게 너무 보이니까 절실함이 생기기 시작했죠
이게 ㅋㅋㅋ 고과에 인센티브로 이어져 입사 1년 반만에 학자금 2천만원 다털고,
남은 돈으로 70% 대출받아 전세로 옮기니까 그나마 간신히 일반인이랑 같은 선에 놓인거 같더라고요
근데 그나마 다행인건 내가 부산대 나와서 대기업 연구직이라 이런 빚털고 수도권 생활이 유지가 되서 감사한 정도이지 주변에 보면 무슨 공부 열심히해서 4년제 나온 애들도 노예처럼 일하는데 3천만원도 못받는 회사 수두룩 빽빽해서 대한민국 미친거같다는 생각이 점점 들더라구요 (주니어라도 대기업이면 연봉 상위 10~20%라는데 흙수저인거 감안안해주고 세금은 빡세게 걷어가지만ㅠ)
그와중에 중졸도 못하셔서 문해가 어려우신 부모님이 생각하면 요만큼 키워준데에도 얼마나 힘드셨을지 생각이들더라고 원망보다는 좀 애잔하더라구요
그치만 저는 부모님한테 명절,생일 때 제외하고는 고정적인 용돈 일절 안드리고 있는데,
이게 제가 이기적인거같으면서도 씨드를 모아 재테크로 굴리고 있는데
가난의 연결고리를 끊고 싶다는 생각이들더라구요 이건 아직 맞는건지 모르겠네요
아무튼 30대 초반이지만 아직 돈모아서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은 아직 안들고,
뭔가 열심히 살게 해준 애증의 가난이면서도 공부라도해서 다행이다라고 생각중입니다
내가 이 가난 고리 끊을 수 있을까?라는 반신반의중
뭔가 글은 주저리주저리한데
그래서 부산대 졸업한 흙수저 대기업 주니어가 살아가면서 느낀 결론은
1. 스펙은 대기업이든 공기업이든 목표를 정하고 한방향으로 쌓자...
2. 부산대 나오면 어디가서 모자라다 소리는 안듣지만 득도 아니다 ㅈㄴ 열심히 해야된다
3. 흙수저가 공부하면 부자는 아니더라도 평범 끝자락 축에는 들어올 수 있다
4. 부자가 되려면 공부보다 중요한건 재테크 공부
힘내세요 부산대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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