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방향 소통형 멀티버스 시스템의 구축에는 무엇보다도 감각기능을 수행하는 매개체의 운용이 필수적이다. 이것이 부존재하거나 실효적이지 않은 경우는 일방향 주입이 이루어지거나 다만 일방적 관찰이 가능할 뿐이다. 그런 점에서 종래 "그대 심연을 보려 할 때는 심연도 그대를 지켜보리니" 따위의 말은 다분히 허구적인 발상인데 왜냐면 인간은 감각기관을 가짐이 분명하나 심연은 그 자체로 인간의 사고에 기초한 내적대상으로서 심연 스스로의 감각기능을 담당할 매개체는 상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근래 판타지 영화, 히어로 영화의 확산과 흥행으로 심연, 흑화, 우주적 존재 따위의 개념이 인격을 가지고 인간에 개입한다는 류의 사고를 실제인양 여기는 사람들이 하나 둘 생겨나는 것은 극히 우려스런 일이며, 좋게 보아도 지금은 개무시당하는 가이아이론, 나쁘게 말하면 현시대에 인위적으로 창세신화를 만드는 격으로서 어느 경우든 합리성을 갖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심연이 어쩌고 하는 이야기를 대할때 분명히 말해주어야 한다. "네가 심연을 관찰하다 타락하더라도 그건 바로 네 자신 탓이지 관찰의 대상인 심연의 탓이 아니다. 어디서 주워듣고 이상한 핑계대지 말고 똑바로 살아라. 인성교육을 판타지소설로 배운 티내서 뭐가 될거냐."
이와 비슷한 이야기는 사실 이 드넓은 우주에 지적생명체, 아니 생명체가 인간뿐이랴 라는 사고를 기초로 우주개발이라는 목표를 만들고 우주를 향해 그대들은 혼자가 아니다 라는 말을 세계각국의 언어로 표현해 쏘아대는 행동을 통해 파악되어 왔다. 많은 비용과 자원의 투입에 불구 적어도 지금까지의 연구에 의할 때 지구 이외의 별에서 생명의 존재성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엄정한 현실을 직시한다면 이제는 생각을 바꿔 어쩌면 우리 뿐일지도 모른다는 냉정한 판단이 필요한 시기가 된 것은 아닐까. 이 때문에 혹자는 "우주에 우리 이외의 지적생명체가 존재한다는 가설 또는 우주에 우리 이외의 지적생명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가설. 어느 쪽이든 우리에게는 끔찍한(또는 무서운) 일이다"는 말을 남겼으리라.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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