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초등학교 3학년 때
부모님의 외도를 직접 눈으로 봤다.
당시에는 그게 낯설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게 잘못된 행위인줄은 몰랐다.
부모님은 지금은 아예 말씀을 서로 안하신다. 덕분에 인지 싸우지는 않는 것 같다.
어릴 땐 난 엄마랑 잠을 잤는데,
아빠가 아침에 집을 나가시면서 나에게 밤에 아빠랑 같이 장기 두자구나 하시면서 가곤 하셨다.
난 장기 판을 일찌감치 차려놓고서는 아빠랑 장기 둘 생각에 밤을 기다리곤 했지.
하지만 아빠가 술에 취해 들어오시는 듯한 소리가 들리면 냉큼 장기판을 치우고 엄마방에 들어가서
잠을 자는 척했다.
그렇지 않으면 괴롭히시니깐, 그래도 아빠가 밉진 않았다. 술이 미웠다. 그래서 난 지금도
술을 거의 안마시고 정말 친한 친구들이 모이거든 그 때 나가곤한다.
자다가도 우리집 현관 근처에
누군가가 터벅터벅 걷는 소리가 나거든 소스라치게 놀라서 깨곤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부모님 두 분은 정말 좋으신 분이다.
난 어머니의 성실함을 보고 늘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고, 평소 아버지의 성품에 따랐다.
상담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이러한 나의 아픈 기억에 대한 반발로서 지금의 높은 도덕적 잣대, 바른 생황을 살아야한다는
의식이 생겼다고 한다.
아무튼 난 나만의 철칙 하에 살아왔는데, 올해부터 너무 힘들었다.
내가 내 주위의 친구들과 너무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고, 굉장히 외로웠다.
난 개인적으로 왜 바(bar) 같은 데를 가서 진심으로 대접받지도 못하고, 대접하지도 않는 여자들이랑 얘기하는지
지금도 이해가 안된다.
그런데 나에게는 너무나도 소중한 몇 친구들은 별 죄책감(?) 없이 드나드는 것을 보고 감정이 복잡해졌다.
그러면서 내가 어릴 때 부터 그토록 사모했던 여자애가 정말 바람둥이고 나쁜녀석한테 농락당했고
심지어 잊지못한다는 사실과 오버랩이 되면서 화가 났다.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사람들이 너무 못됬다는 생각에.......
난 이렇게 성실하게 살았는데 왜 난 이토록 외로울까
군대에서 상담사 선생님이 내가 살아온 얘기를 듣고는 정말 이렇게 바르게 커서 고맙다고 내 손을 잡아주던
그 일이 값 싼 동정으로 생각되어지는 건 왜일까
조금 있으면 개학인데.......
이번엔 버틸 수 있을까 모르겠다.
이렇게 심란해진 날도 참 오랜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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