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노 한 잔으로 하루를 시작한 지도 꽤 오래다. 십센치의 「아메리카노」가 유행한 2011년 겨울, 나는 대학생이 되었다. 새내기 시절, 나에게 아메리카노는 ‘대학생 기분’을 내게 하는 좋은 옷이었다. 한 손에는 두꺼운 전공 책, 다른 손에는 커피를 들고 바쁜 척 돌아다니는 대학생들. 요샛말로 마냥 ‘힙’하게 보였다. 커피의 맛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다. 딸기바나나 주스를 더 좋아했고, 노랫말에서도 “아메리카노 좋아. 좋아. 좋아”보다는 뒤따르는 “써! 써! 써!”에 더 공감했으니 말이다. 어느덧 대학생이 된 지도 꽤 긴 시간이 흘렀다. 십센치는 해체 위기에 있지만, 여전히 나는 아메리카노 한 잔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안타깝게도 새내기 시절처럼 대학생 기분을 내려 커피를 마실 여유는 이제 없다. 그보다 더 자려는 뇌를 강제로 깨우기 위해서 커피를 찾는다. 이런 삭막한 현실에도 최근 1년 사이, 커피를 마시는 일이 조금 특별해졌다. 어쩌다 보니 커피를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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