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야밤에 집에 가면서 감성이 충만해진 나머지 지난 생애를 생각하다 보니
바보라는 말으로만 정의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있어서 적어봅니다
(독백체로 하겠습니다)
1. 쌍디귿? 띠귿?
난 한때 쌍자음 ㄲ, ㄸ 을 '끼역, 띠귿'이라고 발음했었지..
그러던 고등학교 2학년의 어느 날, ㅆ이 있길래 '씨옷'이라고 읽었는데 뭔가 이상한거야
'어?'
동생에게 물어봤지..
병자 취급당했어..
쌍시옷이래..
난 그때 컬처쇼크를 받았었지.. 난 지금까지 한글을 헛배웠구나.. 세종대왕의 능욕자구나..
아.. 지금 생각해도 부끄럽다
(이젠 더이상 끼역이라고 읽지 않아.. 쌍기역이라고 읽지..)
2. 저는 경제 몰라요
찬바람이 불어와서 옆구리를 쿡쿡 찌르던 지난해 2학기였지..
상큼한 마음으로 새학기를 맞으려는 나에게 YLC라는 경제연합동아리가 내 눈에 들어왔어
'지난 여름동안 현대자동차에서 남정네들과 함께 자동차를 만들었으니 이번엔 상큼발랄한 동아리다'
라는 희망에 부풀어서 동아리에 자신있게 지원했지.. 그리고 운좋게 서류를 통과한거야!
근데 면접을 보라네?
'무슨 동아리가 면접질이지?'라고 투덜거리면서 상학관에 갔지..
면접보는데 경제관련 질문을 하는거야
그당시에는 경제를 배운 적이 없었어
그래서
"전 경제 하나도 모릅니다"
라고 이야기했지
그래, 당연히 떨어졌지.. 근데 생각해보니까 경제동아린데 경제를 모른다고 했으니 당연했지
근데 말이야.. 떨어지고 1주일쯤 뒤에 막 화장실에서 배변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있는데 전화가 오더라구
"(최대한 미안하게) 떨어뜨릴까 말까 고민하다가.. 죄송합니다..
(중략)
(밝고 명랑하게) 다음에 지원해주세요 ^^"
"아.. 네.." 라면서 끊었지
근데 말이야.. 같이 면접봤던 사람 중에서 전화도 안왔던 사람이 나중에 추가합격 했다네?
열받아서 이번학기엔 지원 안했어
(아, 지금은 경제학 원론도 듣고 해서 경제 좀 알아.. 경영쪽으로도 지금 공부하고 있고..)
3. 너의 꿈은 무엇이니?
지난해 말쯤인가.. SK Sunny 지역운영단 모집을 하는거야
'와 이거 해보자' 라면서 자소서를 3시간만에 날려쓰고 제출했어
이럴수가, 날려쓴게 서류를 통과한거야
또 2차서류심사도 있더라? 근데 그건 심기일전해서 소설을 썼더니 그것도 통과하더라구..
면접보러 오래
부암동인가 SK 사옥으로
근데 그날이 하필이면 대구에서 내 정기검진이 있는 날이더라구
(난 장절제술 III형 유일 생존자라서 희귀케이스라고 자꾸 오래..)
대구에 갔다가 LTE WARP의 스피드로 SK사옥으로 갔지
면접장 들어가니까 내 면접시간은 오버..
'아 망했다..'
라고 생각했는데 대자대비하신 면접자분들께서 다음 그룹에 끼워주시더라구..
근데 되겠어? 그냥 대충 하고 나오자고 마음먹고는 면접장에 들어갔지
면접보다가 나보고 꿈이 뭐냐고 묻는거야
그래서 난 평소의 내 꿈인
"자본주의의 정점에 오르는 것입니다"라고 자신있게 말했지
"그래서 돈을 긁어모아서 그 돈으로 자선사업을 할 겁니다"
근데 다들 벙찐 표정으로 날 보더라? 왜?
지금도 이해가 안가.. 봉사동아리였는데 자본주의의 정점에 오르곘다고 해서 그런가?
4. 병아리는 어떻게 울지?
한달 전 쯤인가.. 오랜만에 집에 왔지..
집에 온 편안함으로 잠을 자다가 일어났어..
근데 호기심이 드는거야
'병아리는 어떻게 울까?'
그래서 동생에게
"병아리는 어떻게 울까? 병아병아?"라고 했어
근데 뭔가 이상해
살면서 '병아병아'라는 의성어는 한번도 못 들어봤거든
한 2초정도 지났지
머리속에서 병아리 한마리가 울더라
'삐약삐약' 하고..
아..
(근데 이상한건 동생도 그 2초동안 정적이 흘렀어..)
하아.. 이렇게 적으니까 제가 바보같네요 ㅜㅜ
위로좀 해줘요..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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