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글

네이트판에서 첫사랑 관련 댓글 필력 ㄷㄷㄷㄷㄷ

카카오톡2012.07.21 21:35조회 수 4999추천 수 2댓글 6

    • 글자 크기

 나는 아직도 스무살 때의 첫사랑을 떠올리면 웃음이 난다.

반년을 홀로 바라봤고 삼개월가량 서로를 바라봤었다.

그 짧은 기간동안 내 세상은 글자 그대로 온통 핑크빛이었고 그의 손가락하나라도 내게 스치는 순간

나는 가슴떨리는 설렘에 전율했다.

그 애도 나도 철이 없었던 시절이었고 혈기와 청춘을 앞세워 지독하게 서로를 탐했었다.

그래서 그렇게 빨리 타버렸던걸까. 웃기게도 그 애는 어느샌가부터 내 가장 절친한 동기와 몰래 만나고 있었고

나는 그렇게 스무살의 가장 찬란한 시기를 함께 보냈던 두 사람을 한꺼번에 잃었다. 사랑을 잃은 슬픔,

믿음에 대한 배반, 그리고 실망과 회의 끝에는 자책과 자학마저 따랐다.

반년이 넘도록 다른 남자는 쳐다볼수조차 없었다. 어느 하루도, 그에 대한 생각을 놓아본적이 없었다.

기억 속의 그는 항상 나를 향해 웃고 있었고 함께 하던 날의 향기는 더 짙어져가는 듯 했다.

그가 미칠듯이 그리웠다. 휴대폰에 번호를 눌렀다 지웠다를 수없이 반복했다.

하루에 한 번은 그 애의 미니홈피에 꼭 접속해 근황을 확인했다. 더이상 얼굴 볼 일도,

기회도 없었지만 우연을 바라는 마음으로 무섭게 집착했었다.

일년즈음 지났을 때는 첫사랑을 떠올리면 버릇처럼 욕을 했다.

친구들과 잡담도중 그 애와 있었던 추억을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 할 수 있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이 점점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그와 닮은 사람, 같이 갔던 장소,

함께 봤던 영화 따위를 떠올리면 느닷없이 멍해졌다. 몇년이 지난 지금 나는 가끔,

아주 가끔씩 불어오는 바람에서 혹은 내리쬐는 태양볕 아래서 그를 느낀다.

스무살의 그는 나의 일부가 되었다. 이제는 살풋 웃어보이던 그의 천진난만한 얼굴도 흐릿해졌지만

평온함 속에서 그를 추억할 수 있게 되었다. 나에게 첫사랑은, 가끔 앨범을 펼쳐보면

그 추억에 웃음 지을 수 있는 박제 된 기억이다. 그를 잊었다, 잊지 못했다 하는

사실 자체도 더 이상 아무런 의미도 가지지 않게 된 것이다.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공지 정보 욕설/반말시 글쓰기 권한 영구 정지3 쓰레받기 2019.01.26
공지 가벼운글 자유게시판 이용규칙 (2018/09/30 최종 업데이트) - 학생회 관련 게시글, 댓글 가능2 빗자루 2013.03.05
12145 가벼운글 여러분의 삶은 무엇과 같나요?3 오너존ㄴㄴㄴ 2012.07.22
12144 가벼운글 기계과 홈페이지가 안들어가져요 ㅠㅠ4 다크템플러 2012.07.22
12143 가벼운글 [레알피누] 가벼운 퀴즈 하나, 흥부와 놀부의 성은?14 애나 2012.07.22
12142 가벼운글 공무원 준비하시는 분들?2 ?ㅇㅇ 2012.07.22
12141 가벼운글 감주라는곳을 처음 가봤습니다3 싼트 2012.07.22
12140 가벼운글 편순인데 심심해죽게써여..ㅠ32 요이땅 2012.07.22
12139 가벼운글 [BGM] 6년만에 갚은 은혜7 레알호랭이 2012.07.22
12138 가벼운글 교양 6영역.... 영어 꼭 들어야 하나요??4 김햇님 2012.07.22
12137 가벼운글 컴퓨터 잘 아시는 분 ~ 컴퓨터가 너무 자주 다운돼요.. 도와주세요.. ㅜㅜ3 궁금한남자 2012.07.22
12136 가벼운글 어제 늦게 잤더니4 빗자루 2012.07.22
12135 가벼운글 북문쪽에 혼밥할만한 곳 추천부탁드려요6 에프유 2012.07.22
12134 가벼운글 [레알피누] (감상용) Staying Alive5 애나 2012.07.22
12133 가벼운글 tvN 미친 듯?4 청소기 2012.07.22
12132 가벼운글 공대안습님1 다음에우리만나면그땐꼭말해줄거야 2012.07.22
12131 가벼운글 님들 당나귀 본적있음??11 귀ㅟㅟㅟ 2012.07.22
12130 가벼운글 기계과 학생여러분, 더럽고 비루한 전과자인데 한가지만 물어보고싶은게 있습니다..6 오늘도너를생각해밤하늘별을보면서 2012.07.22
12129 가벼운글 다크나이트 재밌네요ㅎ7 오타헿자 2012.07.22
12128 가벼운글 앗, 계절성적 나왔네요~!!4 부영이 2012.07.21
12127 가벼운글 ㅇㅅㅎ교수님 보고 왜 충격적이라고한거냐면..1 뉴델리맘마킹 2012.07.21
12126 가벼운글 엔씨에있는 병원이요! 지나던사람 2012.07.21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