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한글

네가 좋아진 것 같다.

어디아픈덴없니많이힘들었지2018.07.31 20:42조회 수 2230추천 수 15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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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좋아하는 이에게 마음을 담은 편지를 건네곤 한다. 하지만 나는 그 사람들 중 하나가 아니었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생각도,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하지 않게 된 지 오래였으니까.

왠지 생일을 축하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왠지 편지를 쓰고 싶었다. 문구점에 들러서 예쁜 편지지를 사고 책상에 앉아 샤프를 꺼내들어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갔다.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는 것은 그야말로 오랜만이었기 때문에 마음이 담기기는 커녕 시답잖은 농담만 가득이었다.

결국 무의미한 몇 줄의 끄적거림과 문장 사이사이 빼꼼 등장하는 이모티콘들은 지우기로 했다. 손편지를 쓴다고 생각하니까 아무래도 진심이 전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여겼던 것 같다. 담기지 않는 마음을 편지지 안에 가지런히 담아보려 애쓰다보니, 너는 어떤 아이인지 고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너는 예쁘고 귀엽다. 어느 누구라도 너에게 예쁘고 귀엽다고 한다. 일 년 전에 처음 봤을 때도 넌 예쁘고 귀여웠다. 가끔 마주치고 가끔 이야기도 하면서 그럭저럭 알고 지내다 보니 너는 마음까지도 예쁘고 귀엽다는 걸 알게 됐다.

더 이상 떠오르는 생각이 없을 것 같을 때 쯤 너는 참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왜 그렇게 된 것인지는 도저히 가늠할 수 없지만, 아름답다는 그 단어에 갑작스레 꽂혀버린 나에게 더 이상 편지에 마음을 담는 건 어쩐지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되었다.

아름다운 사람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정말이지 즐거운 일이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하다는 말이 있다. 이와 같이 세상의 많은 일들은 원인과 결과가 뒤바뀌어도 말이 되는 경우가 있다는 생각을 종종 했었다. 이번 일은 말이 되는 경우였으면 좋겠다.

너를 좋아해서 네 이름을 곰곰이 생각했던 게 아니다. 예쁘고 귀여운 너, 아름다운 너의 이름을 곰곰이 생각하다 보니

네가 좋아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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