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도 이렇게 가는구나... 어김없이 배가 아파 화장실을 찾을때면 문득 이런 공허함이 나를 반긴다. 공부에 지친 내가 유일한 사색을 할 수 있는 이 짧은 시간, 늙은 홀어머니, 세상을 일찍 떠난 아버지, 철없는 여동생까지 눈앞에 선하다. 알바로는 도무지 갚을수 없을만큼 불어난 빚, 늘어만가는 학자금대출, 두달밀린 월세까지...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하는걸까
제길 생각이 많아지니 똥도 나오질 않는다
바지를 주섬주섬 챙겨입고 입구에서 뜯어온 휴지를 그냥 버리고 나가려던 찰나에 불현듯 이상한 생각이 떠올랐다 저 길다란 휴지로 내 목을 졸라 이 세상을 떠나볼까?
갑자기 떠오른 어이없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내가 많이 힘들긴 한가 보구나...
내가 이렇게 힘들게 살아가는걸 나 말곤 아무도 모른다
대학입학때부터 알바의 늪에 빠져 과행사는 커녕 그 흔한 뒷풀이조차 가질 않았으니 친구가 있을리 없다
늘 혼자여도 무덤덤했던 내가 오늘은 이상하게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다. 연락할 사람이 없는데 어쩐다....
음... 이렇게 휴지를 걸어놓으면 누군가는 내가 휴지에 목을매서 죽고싶을만큼 힘들다는걸 알아주지않을까?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휴지를 걸어놓으니 마음이 한결 편해진다. 조심스레 문을 열고 나오는데 다행히 밖에는 아무도 없다. 나의 이러한 찌질함을 들키지 않음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세면대 쪽으로 걸어가 손을 깨끗이 씻었다
부디 다음번 화장실에 왔을 때 누군가 위로의 한마디라도 남겨놨길 바라며 화장실문을 나와 지독한 현실로 다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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