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와 11년생 할아버지와 야까마시이 할머니

글쓴이2016.06.24 02:19조회 수 1377추천 수 3댓글 4

    • 글자 크기

2달쯤 전의 일인것 같습니다.

 

지하철 2호선 덕천역의 엘리베이터에서 겪었던 일입니다.

 

닫혀가는 문을 비집어 열고 들어온 두분이 있었습니다. 할머니 한분과 할머니라고 하긴 그런 분이 한분 들어 왔어요.

 

허리가 굽어서 정말 꼬부랑 할머니에게 상대적으로 50대 후반 정대로 보이는 젊은 할줌마(?)가 엘레베이터 버튼을 설명해 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할줌마의 말이 많아지고 잔소리가 길어지니까, 할머니께서 화가 나서 말을 던지더군요.

 

야까마시이 빠가야로! (귀찮아 바보자식아!)

 

할줌마는 못 알아들었으니 그냥 빠가야로라는 단어때문에 머슥해서 설명을 그만두고 말더군요.

 

며칠전의 일입니다.

 

지하철에서 부산대로 오는 늦은 시간에 객차 안 사람들의 시선은 목소리가 큰 할아버지 한분에게 꽂혀 있었습니다.

 

단지 귀여워서 아기에게 뭔가를 주고 싶었다고 연신 큰 목소리로 이야기하시는 할아버지는 얼굴이 벌겋게 - 거나하게 취하신 모양이었습니다.

 

끝의 양로석에 앉아 계셨지만 어찌나 목소리가 크신지 반대쪽 끝에 있는 저에게도 들릴 정도였습니다.

 

그분이 하시는 말씀이 자신은 "쇼와 11년생"인데 손주들도 다 크고 해서 아기들이 이뻐보인다고....

 

그런데, 두분 다의 상황에서 마음에 걸리는 것은 그분들은 아직도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미생"으로 유명한 윤태호 작가의 작품은 유독 대한민국 현대사 속의 일제 찌꺼기를 많이 비추고 있습니다.

 

당시 우리에게 수천년간 강대국으로 군림하였던 중국을 굴복시켰고,

 

막상 유학생들이 가 보니....외국문물을 수용하여 서구화되어 있던 "일본제국"은 말 그대로 선진국이었을 것입니다.

 

아마 우리 아버지 세대가 보았던 "미국"의 느낌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그런데, 그들의 패망을 지켜보고, 그후로 격동의 시간이 지났건만 여전히 그들의 뇌리에 일본은 그 모습 그대로 남아 있어야 하는 것인지.

 

그래서 일본말을 하고 일본 문화를 지키고 있으면...지금의 우리가 미국을 생각하는 것과 같을까요?

 

마치 우리가 영어회화 연습을 빙자하여 길거리에서 친구들과 영어로 이야기하고

 

미드를 달고 살며, 미국 영화계나 셀레브리티의 삶에 열광하는 것...

 

아니... 학교 앞 조그마한 Pub에서 기껏 몇마디 콩글리쉬로 미쿡싸람과 몇마디 나눴다고 사진 박고 페북 올리고...

 

어떤 사람은 미쿡싸람에게서 진정한 사랑을 발견했다면서 애인이라고 자랑하고...

 

따른 애들은 원나잇이지만, 나는 아름답고 뜨거운 싸랑이어써...

 

이런 느낌일까요?

 

그 두 어르신 때문에 요즘 모습들과 겹쳐서 여러가지 생각이 듭니다.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 그 시대를 사신 분들이니까요. 일제를 찬양하고 옹호했던, 조선의 민족 반역자들한테 어떠한 면죄부도 주고 싶지 않은 사람입니다만 조금 다른 예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 할아버지와 할머니 세대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아도 살아야만 하는 세대였으니까요. 조선말, 문화 말살 시키겠다고 설쳐대는 일제 치하에서 저 분들에게는 의사라는 게 있었을까요. 탈북자들을 예로 들면, 어렸을 때부터 세뇌되거나 그렇게 살아온 사람들이 탈북해서 남한왔다고 한순간에 남한말 쓰고 남한문화 익숙해지는 건 아니잖아요... 습관이란 게 무섭습니다. 그치만 우리것을 버리면서까지 지나치게 미국 문화를 추종하거나 선진국이라고 추켜세우는 세태는 비판받아 마땅한 것 같습니다! 글 잘 읽었어요 :)
  • 전혀 다른 케이스같습니다만. 미국에 대한 추종은 개인의 선택권을 바탕으로 한 자발적인 의사결정이지만 저분들에겐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미국은 우리의 우방국가이지만 일본은 우리 국민들에게 잔인했습니다.

    같은 프레임으로 접근하며 그래 일본은 선진국이고 훌륭한 나라가 아니었을까 우리 국민들은 일본을 우러르지 않았을까라고 한다면 전혀아니었을것이라 생각되네요.

    그냥 저분들이 저상황에서 저런 반응이 나온건 어린시절 노출된 환경으로 인한 오래된 습관 같은 것일 겁니다. 할아버지는 쇼와 11년이면 37년생쯤이신 것 같은데 굳이 그렇게 말하는 이유는 개인적 성향에서 찾아야하지 않을까요.
  • 그거랑은 전혀다른거 같은데요 제 생각은 그냥 어른들이 국민학교거리는거랑 같은거같아요
  • 망상이 너무 심한건 당신..
    뭔 개소리를 해대냐... 학생회 가봐라 좋아한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공지 욕설/반말시 글쓰기 권한 영구 정지10 저렴한 개불알꽃 2019.01.26
공지 식물원 이용규칙 (2018/09/30 최종 업데이트) - 학생회 관련 게시글, 댓글 가능17 흔한 달뿌리풀 2013.03.04
72582 경제 부전공하는 분들!!2 똑똑한 마타리 2014.02.07
72581 졸업학점 관련 질문이요.. 답변좀 부탁드립니다..2 점잖은 자귀나무 2014.02.25
72580 연도에 노트북 들고가서 공부해도 되나요?9 청결한 애기일엽초 2014.05.22
72579 갤럭시그랜드4G VS 갤럭시s3 3G 둘중에 누가더좋나요??4 꼴찌 구골나무 2014.05.30
72578 [레알피누] 원룸에 음식물쓰레기 버리는곳이 없다면?9 친근한 미국쑥부쟁이 2014.06.11
72577 미화 세탁소? 다부진 감자 2014.07.02
72576 경제수학 바꾸실 분2 흐뭇한 가시여뀌 2014.09.03
72575 학교근처 신한은행3 겸손한 오갈피나무 2014.09.05
72574 원래먹던거만큼먹고운동시 살7 엄격한 노랑코스모스 2014.09.19
72573 삶의 종결에 대해8 바보 숙은노루오줌 2014.09.19
72572 엔씨 밑에 마트 10시까지 하나요?2 세련된 주걱비비추 2014.10.15
72571 현수막을 걸려고 하는데2 참혹한 달맞이꽃 2014.10.31
72570 .4 냉정한 갓 2014.11.08
72569 무역영어 이양기교수님 성적기준좀 알려주세요 무례한 떡신갈나무 2014.12.04
72568 유기화학 번역질문2 명랑한 가는잎엄나무 2014.12.10
72567 사용자로그온비밀번호를까먹었어요4 까다로운 박태기나무 2014.12.25
72566 계절 영화와서양의문화 월-목 2시수업5 친숙한 자주괭이밥 2015.01.03
72565 영문과 과사이트3 일등 쇠비름 2015.01.10
72564 MOS vs 실컴1(재수강/이과ㅠㅠ) 뭐가 나을까요?4 쌀쌀한 솜방망이 2015.01.12
72563 무역영어 하충룡교수님 홈페이지 주소4 치밀한 꽈리 2015.01.12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