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침이 심하게 나는 오늘이네요

발랄한 아까시나무2013.05.15 04:27조회 수 809추천 수 1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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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에 젖은 소매로 휴대폰 액정을 닦으며 본 시계는 벌써 12시 정각이었다.

수영에서 걸어 서면을 거쳐 집으로 물에 젖은 옷과 신발을 거진 끌다시피 하며 도착해서 잠을 청했다.

꽤나 먼 거리였고, 비가 계속해서 내리는 퉁에 한 두 어 시간을 더 걸었던 것 같다.

새벽부터 미친듯히 기침을 해대기 시작했다.

이른 아침 출근하시는 아버님과 뒤이어 출근하시는 어머님의 걱정을 뒤로 안채

이기적으로 기침을 뱉어냈다.

이렇게해서라도 뱉어질 수 있다면 기침과 함께 뱉어지라고. 니가.



요 며칠전부터 이상하게 기침이 미친듯 도지기 시작했다.

항상 운동과 식이요법을 병행하고 사는 나인지라

감기는 지구 반대편 먼 나라 이야기였고, 기침은 고작 간지러움 정도에 이따금씩 나오는 것이었다.

나도 이렇게 감기에 걸리나 싶어 쌍화차, 돼지국밥, 온열장판에서 숙면 등 별의 별 짓을 다했지만

유달시리 감기 놈은 작정을 하고 붙어있었다.

어떻게든 떨궈내기 위해 감기약 한봉지를 털어넣고 이른 저녁부터 잠을 청했다.



3년전 그 때처럼, 미친듯히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부모님도 안 계시기에 이기적이라는 단어 없이 나오는대로 뱉어댔다.

제 풀에 지쳐 스르륵 잠 들라고 일부러 그랬는지 모르겠다.



몸은 지쳤는데, 귀 밝은 나는  내 기침소리에 잠을 놓쳐버렸고

어딘가 침대 모서리 무심코 소매로 액정 닦아 휴대폰을 보니, 12시 정각이었다.

3년 전, 무작정 어느 삼류 연애 소설이나 연애담같은 클리셰한 작품에 나올 법한

비맞던 내 모습이 웃기기도 해서 이부자리에 누워 킥킥 거렸다. 부끄러웠는지도 모른다.

한 편으로는 젊은 날의 청춘에 대한 오마주로 독려하다,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그렇게 사랑했노라고.

억지로 먹인 자신감에 한 가닥 놓지 않고 있던 너의 SNS에 당당히 입성했다.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다 쓰는 처음이자 마지막인 사직서"

이름 : XXX

부서 : 관리부

사유 : 결혼으로 인한 사직.




마저 남은 잠을 위해서라도

오늘 밤 기침을 꾹 참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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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년전에 안헤어지려고... 비오는 날 그 사람 집 앞에 갔던게 생각나네요.
    그 사람이 우산이 없단걸 알아서... 우산을 주려고 쫒아간거였는데..
    차도 건너편에서 혼자 걸어가는 모습이 왠지... 오래도록 보고 싶어서ㄱ그렇게 걷다가 보다가...
    집앞에서 그 사람을 잠깐 만나고 지하철이 끊겨서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갔었는데.. 그냥... 있는 우산도 쓰기 싫어서 비를 엄청 맞고 갔다는... 생각해보니 6년전 딱 이맘땐네요.
    그 다음날에는 비맞고 감기몸살로 누워있었는데 아침 8시에 문자로 이별통보 받고 1시간쯤...전화하다.. 문자하다.. 붙잡다가... 그냥 놓아줬더랬죠....
    아... 내가 왜 여기에 주저리주저리 쓰고있는거지...
  • 어쩐지 오늘은 운수가 좋더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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