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헤어지니까 마음이 아프다

겸손한 라일락2016.09.09 02:19조회 수 1018추천 수 5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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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헤어졌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니, 혹시나 네게 거절당할까 두려웠던 시간들이 아득하게 느껴진다. 넌 원래 그런 사람이었고, 잠깐 봄바람에 마음이 흔들려 나와 함께하는 시간을 꿈 꾸었는지도 모른다.
난 아직도 우리가 왜 이렇게 끝나야 했는지 이해하기 힘들지만 받아들이기로 했다. 너는 더이상 나를 바라보지 않는다는 것을.
길러 온 머리가 상해서 어쩔 수 없이 자르게 되어 속상하다는 나에게, 앞으로 길러가는 모습 지켜봐주겠다고 위로하던 너의 말은 제법 쌀쌀해진 새벽공기에 흩어진다.
함께 한 시간이 길지 않았던 만큼 떠나간 너를 향해 훔친 눈물도 많지는 않았다. 그래도 그동안은 난 네게는 좋은 사람이려고, 최선을 다하려고, 내 마음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우리 사이에 문제가 있었다면 넌 더이상 내가 좋지 않았고 그럼에도 난 미련하게 네 곁에 붙어 있으려 발버둥치다 제 풀에 지친 것 뿐이다.
언제는 나에게 널 좀 봐달라고 애원하던 네 마음이 떠났다는 사실을, 네가 더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네게 직접 확인받지 못해 미련이 남지만 이만하면 됐다. 나도 한동안 혼자사랑하는 기분이라 많이 아팠으니까.
이제 궁금해 하지도, 기대하지도, 더이상 실망하지도 않겠다. 잠시 원망하다 이내 미워하지도 않을테니 다시 나를 흔들어 놓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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