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남자친구가 저에게 하는 말에 대해서'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던 글쓴이입니다

글쓴이2016.12.20 21:58조회 수 5385추천 수 20댓글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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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얼마 전에 '남자친구가 저에게 하는 말에 대해서'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던 글쓴이입니다. 제가 가진 고민에 대해서 정말 많은 분들이 진심 어린 조언과 충고를 남겨주셔서 하나하나 잘 읽어보고 좀더 냉정한 시각으로 제 상황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조언과 위로 남겨주신 모든 분들께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이런 얘기를 주변에 말해본 적이 없어서 제 주변사람들은 제가 남자친구와 정말 잘 사귀고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고, 저 역시도 거기에 대한 제 생각이나 감정들을 세세히 말하지 않아서 제가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 제가 이 상황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진짜 마음이 뭔지 모른 채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남자친구에게서 심한 말을 들었던 그날, 마음을 채 추스리기도 전에, 택배로 보낸 반찬 잘 받았냐는 엄마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엄마 목소리를 듣자마자 눈물이 그냥 왈칵 쏟아졌습니다. 엄마는 당연히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셨습니다.

엄마는 그 사람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25살의 남자친구를 만난다는 말을 처음 꺼냈을 때 엄마는 '모든 사람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너보다 나이 차이가 좀 있는 사람을 만나면 너가 그 사람을 보는 눈과 그 사람이 너를 보는 눈이 다를 수가 있다'라고 하시면서 비슷한 또래를 만나 20살 제 나이에 맞는 순수한 연애를 하기를 바랬습니다. 그래서 남자친구에게서 나쁜 말을 듣고 나서도 항상 걱정이 많은 엄마를 안심시키려고 '나는 남자친구랑 잘 지낸다', '엄마 걱정과는 다르게 계산적인 사람이 아니다', '나한테 예쁜 말만 해주고 예쁜 것만 보여주고 싶어한다'라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그러고 나면 나쁜 말을 들었던 것이 마치 없었던 일 마냥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그 날은 정말 쏟아지는 눈물과 너무 상처받은 제 마음을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목에 막힌 말을 겨우 뱉듯이 남자친구가 욱하는 성격이 있어서 쉽게 화가 나고, 화가 난 상태에서는 정말 '이 말을 좋아하는 사람한테 할 수 있을까?' 싶은 말을 너무 쉽게 뱉어서 내가 항상 그때마다 너무 마음이 아프다, 설령 내가 잘못을 했다거나 그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했을 지라도 나는 항상 내가 했던 내 잘못에 비해 너무 심하고 아픈 말을 듣는다고 다 쏟아내버렸습니다.

제 말을 다 들은 엄마는 '그 사람이 너에 비해 한참이나 부족한 사람이고, 그걸 그 사람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말이 맞고 너가 잘못했다는 것을 억지로 받아들이게 하려고 너를 그토록 심한 말로 깎아내리는 것이다. 너는 충분히 잘나고 누구보다도 멋지고 자랑스러운 아이다. 그 사람이 그렇게 말한다고 해서 너가 정말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니다. 그 사람이 너한테 한 말은 너의 발끝에도 못 미치는 말들이다. 그 사람은 너의 가치만큼 존중해주는 사람이 못 된다. 너가 옆에 있을 때, 너를 더욱 빛나게 해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을 만나라' 라고 하셨습니다.

그 순간, '나는 행복하려고 연애를 하는 건데 마음 아픈 날들이 더 많다'는 생각에 그 사람과의 관계를 정리하는 것이 매일 마음 아파하는 저에게도, 화를 못 추스리고 심하게 화내고 사과하기를 반복하는 그 사람에게도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다투지도 않았는데 뜬금없이 이제 그만하면 좋겠다고 얘기를 하면 그 사람이 심하게 화를 낼 거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며칠을 망설이다가 더이상 미루면 안 되겠다 싶었던 날 마음을 다잡고 얘기를 꺼냈습니다. 최대한 서로가 격한 감정을 갖지 않고 '잘 지내'라는 말로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도록 제 생각을 차분히 전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은 정말 '이게 이 사람의 본모습인가?'하는 생각이 들 정로도 제게 모진 말들을 퍼부었습니다. 말이 모진 말이지 그냥 욕이라고 할 수 있는 말들이었습니다. 그 사람은 욕을 하고 싶은데 나를 좋아했기 때문에 참는다고 했지만 분이 안 풀렸던지 나중에는 더 심한 욕을 뱉었습니다. 나를 사랑했던 순간이 단 한 순간이라도 있었다고 말하지 말라고 소리치고 싶었을만큼 참 심한 말들이었습니다. 헤어지자고 말하는 제 모습이 지금까지 자신이 만났던 여자들과 다를바 없는 똑같은 나쁜 년이라고 말했습니다.

작은 일에 쉽게 헤어지자고 말하는 사람이 싫다는 말에 충분히 헤어지는 것을 결심하고도 남을 일들에 대해 관대하게 굴었고, 사귀는 도중에 '예전에 전여자친구가 바람을 피워서 뺨을 친 적이 있는데 그래서 고소를 당했었다'는 말을 툭 내뱉으며 이런 모습까지도 이해해주기를 바란다는 말에 항상 그 사람의 편에 서서 생각을 해줬습니다. 그 사람이 좋아하는 여자친구의 모습이 되고 싶어서 나를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그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저의 원래 모습까지 버려가며 그 사람을 대했는데, 결국엔 똑같이 전에 사귀었던 애들과 다를바 없는 나쁜년이 되었네요. 잘 지내라고 말을 건넸지만 그 사람은 저더러 잘 못 지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제가 나쁜년이니까 잘 못 지내야한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그 사람과 이별을 했습니다.

본가로 가는 버스 안인데 자꾸 눈물이 나네요. 신나는 노래를 들으면 기분이 괜찮을까 싶어서 쇼미더머니 랩만 골라듣고 있는데도 자꾸 눈물이 나네요. 더 늦기 전에 빨리 잘 헤어졌다는 생각이 들지만, 20살이 대학교 와서 처음 경험해보는 연애치고는 좀 많이 아프고 독하네요... 사람 보는 눈을 한 뼘 더 키울 수 있었다고 생각하려구요..

좋은 말씀 해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 글을 읽게 되시는 모든 분들이, 자신을 생각해주는마음이 예쁜 사람을 만나서 세상을 다 가진 사람보다 더 행복할 수 있는 연애를 하기를 바라면서 긴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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