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통하다, 부산대여.

명랑한 벼룩나물2017.06.17 07:00조회 수 12813추천 수 103댓글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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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부산대학교 학생여러분, 어제 듣게된 안타까운 소식에 글 몇자 적어보려 합니다.

 

저에게는 존경하는 교수님이 한 분 계십니다. 교수님의 수업을 듣게 된건 지금으로 부터 약 2년 정도 전에 새내기때 참여했었던 학교에서 진행한 여름 방학때 프로그램을 통해서 입니다. 특강 형태로 75분 동안 한번 이루어진 강의였지만 교수님의 수업 내용과 수업 방법은 대단히 흥미로웠고 결국 저는 그 해 말 그 교수님이 계신 학부를 복수전공하게 됩니다.

 

그러나 '저에게는 존경하는 교수님이 한 분 계셨습니다'로 바꾸어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지난 5월 30일, 교수님은 학교로 부터 "연구 점수가 0점이기 때문에 계약을 연장할 수 없다"라는 사실을 통보 받았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말씀드린 교수님은 국제 학부의 Amy Levine 교수님으로, 정년 교수이시며 현재 학과장을 맡고 계십니다. 이 일이 안타까운 것은 크게 세 가지를 들 수 있겠습니다.

 

첫째는 부산대의 기준을 알 수 없는 "연구점수" 평가 기준입니다. 교수님은 올해 뿐만 아니라, 2014년 부터 꾸준히 연구 논문과 책을 집필하셨고, 가장 최근에는 영국맨체스터 대학 출판부에서도 교수님의 저서를 출판하셨으며, 교수님의 전공이신 문화인류학 학계에서 저명한 영국 왕립 문화인류학  연구소의 문화인류학지에도 논문이 실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점수가 '0점'이라는 것은 이해 할 수가 없는 부분입니다. 이 점수는 어떻게 평가가 되는 것인지 그 기준이 심히 의심스럽습니다. 또한 학생들을 얼마나 잘 지도하는지와 같은 기준은 전혀 반영 되지 않고, 연구 실적 만으로 정년교수가 계약을 갱신받지 못하는 것이 씁쓸합니다. 부산대학교는 학사과정은 덤 정도로 생각하고, 연구 실적을 쌓는 것에 급급한 대학에 불과한가 의문입니다.

 

둘째는 이 사항이 '5월 30일'에 전달되었다 라는 것입니다. 이대로 그냥 진행된다면, 교수님은 이번학기를 마치고 학교를 떠나셔야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학부에 대체할만한 교수님을 새로 뽑을 충분한 시간조차 주지 않고 교수님을 떠나게 하는 것이 바른 것인가요? 더더군다나 교수님은 학과장을 맡고 계신데, 다음 학과장이 어떤분이 되시던지 간에 충분히 인수인계도 못할 정도의 시간입니다. 교수님의 문화인류학 과목은 전공 필수 과목이기 때문에 모든 국제학부 학생들과 국제학부 복수전공 학생들이 수강해야 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교수님이 없어지신다면 당장 다음 학기 부터 학생들의 교육 과정과 학과의 윤영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마지막으론 이런 일이 부산대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전의 학과장 교수님이셨던 Kweku Amonoo 교수님도 같은 이유로 제작년 계약 갱신을 거부당하시고 현재는 부산대에 계시지 않습니다. 교수님 한 분의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부산대의 체제상의 문제로 학생들을 생각해주시는 교수님들이 떠나야 한다는 것은 통탄해야할 일입니다.

 

어느덧 올해로 3학년이 되었고, 복수 전공을 시작한지 3 학기째 입니다만 제가 감히 말씀드릴 수 있는건 이 교수님은 부산대를 통틀어서 가장 열정적으로 학생을 가르치시는 분 중 한분입니다. 대학이 지향하는 바인 개방적인 자유 토론과 참여가 주가 되는 강의이지만, 학생들을 방임하는 형태가 아니라, 교수님이 보여주시고 읽게 하는 자료, 알려 주시는 내용들 하나 하나를 통해 학생들이 곰곰히 생각해 보게 하는 수업입니다. 또한 그 주제에 대해 교수님 만의 의견이 아니라 수업을 듣고 있는 학생들 모두의 의견을 통해 새로운 관점으로 문제를 바라볼 수 있게 되어 좋았습니다. 시험의 결과, 과제물의 평가 또한 명확하게 어떤 부분에서 감점이 되었는지 채점이 끝나면 학생들에게 돌려주셔서 확인 할 수 있었고,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질 수 있을지 피드백 또한 교수님에게 받을 수 있는, 그야말로 학생들이 "발전"할 수 있는 수업들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교수님이 학생들 한사람 한사람을 교수와 학생이 아닌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해 주는 모습이 가장 신선했습니다. 저 뿐만이 아니라 다른 복수전공 학생들도 본과 학생들과 동일하게 학교 생활 이외에도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힘든 점은 없는지 신경 써주시고 학생들 한명 한명의 이름과 특성을 기억해 주시는 것 또한 감사했습니다.

 

현재 교수님은 최소 1년만이라도 계약을 연장할 수 있는 서명서를 개설하셨는데, 개인적으론 대학 본부가 움직이기나 할 지 의문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일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고, 가능하다면 학교에 개선을 요구하기 위해 부산대학교의 학생들 또한 알고 있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비단 국제학부에서만 발생할 문제만은 아니니까요. 그래서 참으로 유감스럽고 애통한 소식을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글 남겨봅니다.

 

서명은 아래의 주소에서 진행되고 있는데, 기말고사 기간이라 바쁘신 줄은 알지만 제가 적은 내용이 공감이 되신다면 참여 부탁드리겠습니다. 비판적인 의견도 참고하고 싶으니 혹시 다른 의견이 있으신 분은 댓글로 남겨주세요. 긴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https://www.change.org/p/pusan-national-university-1-year-contract-extension-for-amy-levine-at-pusan-national-university?recruiter=734700371&utm_source=share_petition&utm_medium=copylink&utm_campaign=share_pet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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