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중반, 푸념

글쓴이2018.10.05 18:31조회 수 4287추천 수 35댓글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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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뒤돌아보니 나이는 벌써 20대의 반을 훌쩍 넘어가고 있네요. 

시간이라는게 얼마나 야속한지, 마음은 금방이라도 돌아갈 수 있을것만 같은 과거에 맞닿아 있는데 몸은 시간을 꼬박꼬박 새기고 있었네요.

절대 오지 않을 것 같았던 30대도 그 현실을 마주해야 할 때가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아요.

사실, 나이가 먹어가고 있어서 슬픈게 아닌지도 모르겠어요. 찬란했던, 아니 어쩌면 찬란한 지금이라는 시간들을 아름답게 꽉꽉 채워넣고 있지 못한다는 자책감이 나이라는 핑계를 대고 있는지도 모르죠.

 

저는 참 어렸었어요. 

초등학생 때는 항상 지금이라는 순간이 가장 중요했었죠.

하기싫은 공부는 항상 뒷전이고 하고싶은 컴퓨터게임은 항상 머리속에서 빠져나오질 않았어요. 

게임은 그 시절 제 인생의 전부였어요. 게임만할 수 있다면 다른 어떤것도 필요없었죠. 그러다가 시험기간이 다가오면 커지는 아버지의 불안감의 크기가 내 게임에 대한 흥미를 이겨갈 때쯤 부터 어쩔 수 없이 공부를 시작하곤 했어요.

 

중학생 때는 전보다 공부를 더 하기 시작했어요. 

물론 게임을 뒷전으로 둔적은 거의 없지만요. 공부를 더 하게 된 이유는 '특별한 대상들에 대한 열망'이 한 몫을 했다고 생각해요. 공부를 잘하는 특별한 학생이 되고 싶었고, 특별한 직업을 갖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게임을 할 때에는 아무도 안하는 캐릭터를 한다든가 아무도 안하는 방식을 좋아했어요.  남들이 모두 하는 것들은 괜히 마음에 안끌렸었어요. 어쨌든 그런 이유로 공부를 좀 더 하게되니 그래도 전교권이나 상위권의 학생이 되었어요.  그렇지만 제 인생에서 크게 변화가 일지는 않았어요. 아마도 제 극도의 '소심함'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소심한 사람으로 태어났어요. 그런 사람이 어디 있겠냐만은 스스로 그렇게 생각할 정도로 원래부터 소심한 아이로 불려오며 살았어요. 이미 중학생이었을 때 정말 좋아하던 선생님이 오해로 저를 공개적으로 몰아부쳤을 때 저는 아무 말도 못하고 울 수 밖에 없었어요. 모두가 있는 자리에서 내 생각을 또박또박 말하는게 너무 어려웠기 때문이죠.

 

고등학생이 되고 언젠가 핸드폰 연락처를 보았는데 이성이 한 명밖에 없다는 걸 알았어요. 물론 연락도 안하는 사이였죠. 그런데 사춘기를 거치면서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무르익으면서 처음으로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었어요. 하지만 쑥맥이 어쩌겠어요. 다 망쳐버렸죠. 

그 후로 처음으로 변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내 소심함이 너무 싫은거에요. 나 또한 그런 사람이지만 소심한 사람을 싫어하기까지 했어요. 정말로 인생에서 '소심'을 배격하고 싶었던 거죠. 현명하진 않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혐오가 제 삶에 나름의 효과가 있었어요. 먼저 절대로 하지 않던 연락을 하기 시작했어요. 이성이든 동성이든 가깝게 지내고 그런 교감이 너무나도 신선하게 느껴졌어요. 사실 소심한 성격이라지만 정직하고 올곧은 태도 덕분에 친구들은 주변에 꽤 있었지만, 제가 주도적으로 나서는 행동은 처음이었고 그게 변화를 일으켰어요. 연락처에는 사람들이 속속들이 추가되고, 친하게 지내는 이성친구도 생기게 되었어요. 게다가 몇몇의 썸도 타고 연락도 오기 시작했죠. "나도 변화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하는 힘을 얻었죠. 첫사랑을 망쳐 버린 그 때, 좌절하며 성적이 바닥을 쳤지만 자신감의 회복과 함께 성적도 다시 올라갔어요. 올라가는 성적과 함께 그 때쯤 꿈을 그려보았어요. 일단 좋은 대학교에 들어가자. 어리석게도 그게 다였어요. 더 명확하게 그리지는 못했죠. 그렇지만 남들에게 꿀리지 않을만큼 공부를 열심히 했고 대학교에 오게 되었어요. 결과는 조금 아쉬웠지만요

 

대학교에 들어왔어요. 저는 대학교에 들어가면 인생이 끝난건 줄 알았어요. 어릴 때 부터 대학교는 공부하는 곳이 아니라 고등학교를 마치고 보상받는 장소쯤으로 인식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1,2 학년때 정말로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현실을 인지하고 미래를 준비했어야 했는데 노는데에만 집중했어요. 성적이 바닥을 쳐도 그게 잘못된건지 정말로 현실파악을 제대로 못했어요. 어떻게 해야, 무엇을 해야 할지도 갈피를 전혀 못잡았어요. 소심한 성격으로 지레 겁먹고는 전혀 이상을 따라갈 생각을 못했어요. 정해진 코스에서 이탈하는게 너무나 두려웠던 거죠. 그래서 아마 제 목표는 대학교 입학에서 멈춰있었을 지도 몰라요. 그리고 이런 피터팬 증후군을 가진 제게도 역시 시간은 기다려주질 않더라고요. 점점 변해가는 인간관계와 친구들의 취업소식 또는 공무원 준비. 더해가는 돈걱정, 스펙걱정... 어쩔 수 없이 어른들의 세계에 들어서게 됐죠. 시간은 흐르고 불안감은 더해지는

저는 아직 대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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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쓸 글은 위 글의 필체와 다를 것 같아서 따로 씁니다.

 

갑작스럽게 글을 쓰게 됐어요.

마이피누에 자주 들어오지는 않지만 가끔 들어오면 이것저것 훑어 봅니다. 대학생 1, 2학년 때는 취업관련 게시글은 관심도 안가졌었는데 지금은 그런 게시글들만 읽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갑자기 글이 쓰고싶어져서 이렇게 까지 왔네요. 그리고 요즘은 친구들 만나면 취업 얘기는 빠트릴 수 없는 것 같습니다ㅠㅠ...

 

사실 나이먹어가는 슬픔에 대해서 그리고 조언을 받고 싶어서 썼는데 어쩌다보니 의식이 흐르는대로 쓰게됐네요. 내용도 더 쓸 수 있고 부족한 점 채울 수도 있지만 자서전도 아니고 그렇게까지 알고싶은 분들도 없을 것 같아서 부족한채로 두기로 했습니다.(사실 제 부족이 큽니다) 쓰다보니 다들 한번 쯤 느끼는 감정이라 생각하고 공감하고 싶게 되더라고요. 여러분은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네요ㅎㅎ

 

요즘 저는 참 고민이 많아요. 저는 전역한지 얼마 안된 복학생인데, 군대에 있을 때는 그렇게 하고싶은 것도, 생각하는 것도 많았는데 현재 제가 살아가는 삶과 괴리를 느끼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조언받으려 쓴 글이 단지 개인 고민 토로만으로 마음이 조금이나마 편해지는거겠죠. 하지만 앞으로는 고민을 더 잘해봐야 할 것 같아요. 제 인생의 걸림돌을 소심함으로 적어놨는데 음... 사실 능력부족이죠 뭐.

 

이렇게 긴 글 읽어주실 분이 계실지 모르겠네요. 이 글에는 두서도 없고 목적도 없습니다. 한 분이라도 이 글 읽고 공감하실 수 있다면 그걸로 좋을 것 같은 느낌이에요. 단지 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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