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긴글

시험이 끝난 시기쯤에 보는 오발ㅌF

국제호구2013.06.18 15:36조회 수 5194추천 수 21댓글 24

  • 1
    • 글자 크기
< 오발ㅌF > 

○○은 학과 사무실 간판이 걸린 특공관 이층으로 올라갔다. 

걸상에 머리를 젖히고 입을 아 벌리고 앉았다.

조교는 달가닥달가닥 소리를 내며,

이것 저것 여러 가지 서류를 찬찬히 살펴본다.

○○은 매시근하니 잠이 왔다.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좀 힘들었겠네요? 학점이 개판이라서."

조교가 종이에 적힌 ○○의 성적을 눈앞에 가져다 보여주었다.

속이 시꺼멓게 썩은 징그러운 이 마음에 뻘건 피가 묻어 나왔다.

○○는 머리를 좌우로 흔들어 보였다.

사실 아프지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됐습니다. W는 가급적 한과목만 띄우세요. 피가 좀 나올 겁니다."

"이쪽을 마저 띄어주시오." 

○○은 옆의 타구에 침을 뱉고 나서 전공필수를 가르켰다. 

"전공을 한 번에 두 개씩 띄우면 빵꾸가 심해서 안됩니다." 

"괜찮습니다." 

"아니, 다음 학기에 또 띄우지요." 

"다 띄워주십시오. 한몫에 몽땅 다 띄워 주십시오." 

"안됩니다. 술을 마셔가면서 한 개씩 띄워야지요." 

"술이요? 그럴 새가 없습니다. 당장 학고가 뜨는걸요." 

"그래도 안됩니다. 또 두개나 띄우면 큰일납니다." 




하는 수 없었다.

○○은 학과사무실을 나왔다.

또 걸었다.

학점구멍이 멍하니 아픈 것같기도 하고

또 어찌하면 시원한 것 같기도 했다.

○○은 던져지듯이 털썩 택시 안에 쓰러졌다. 





"어디로 가시죠?" 

아저씨는 벌써 구르고 있었다. 

"정문 칸피씨방" 

자동차는 스르르 속력을 늦추었다.

정문으로 가자면 차를 돌려야 하는 까닭이었다.

운전사가 몸을 한편으로 기울이며 마악 핸들을 틀려는 때였다.

뒷자리에서 ○○이 소리를 질렀다. 

"아니야. 중도로 가." 





○○는 갑자기 전공기초의 빵꾸를 생각했던 것이었다.

운전사는 다시 휙 핸들을 이쪽으로 틀었다.

○○은 뒷자리 한구석에 가서 몸을 틀어 박은 채

고개를 뒤로 젖히고 눈을 감고 있었다.

차는 문창회관 앞을 돌고 있었다.





그때에 또 뒤에서 ○○이 소리를 질렀다.

"아니야. 기학사로 가." 

눈을 감고 있는 ○○은 생각하는 것이었다.

이미 W띄웠는데 하고.

이번에는 다행히 차의 방향을 바꿀 필요가 없었다.

그냥 달렸다. 





"기학사 앞입니다." 

○○은 눈을 떴다.

상반신을 번쩍 일으켰다.

그러나 곧 또 털썩 뒤로 기대고 쓰러져버렸다. 

"아니야. 가." 

"기학사 앞입니다. 손님." 

"가자." 

○○은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어디로 갑니까." 

"글쎄 가." 

"허 참 딱한 학생이네." 

"……" 

"취했나?" 

"........."

"어쩌다 오발탄같은 소년이 걸렸어. 자기 갈 곳도 모르게." 

○○은 점점 더 졸려왔다.

저런 것처럼 머리의 감각이 차츰 없어져 갔다. 

"가자." 


-----------------------------------------------------------
*기학사 : 부산대 기계공학부 기숙사

[이해와 감상]

◈ <오발ㅌF>은 짙은 허무주의를 바탕에 깔고, 시험후의 암담한
 현실을 신랄하게 고발하고 있는 작품이다.
  <오발ㅌF>이란 "잘못 쏜 다섯발의 총알"을 뜻하며, 다섯자루의
 총으로 해석된다. 즉, 다섯과목 F를 받고 참혹하기 이를 데 없는
 상황을 주인공 ○○을 통해서 나타내고 있다.
  악독한 상황에서도 성실히 살아보려고 무진 애를 쓰던 ○○은
 결국 택시에 몸을 싣고 어디론가 가자고 한다.

◈ 이 작품의 본질적인 의미는 시험후의 비참하고 불행한 면을
 그리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처럼 비참하고 불행한 상황
 속에서 W라는 제도가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가를 모색하고
 있는 점에서도 찾아져야 할 것이다.
  이미 망해 버린 성적과 화해하지 못하는 인간의 자의식,
 양심이라는 '가시'를 빼어 버리지 못하고 W라는 비극적인
 선택을 통해 바라보게 되는 ○○를 통해서 시험후 현실에서
 양심을 가진 인간의 나아갈 바를 묻고 있다.


[핵심사항 정리]

 갈래 : 단편소설, 시험후소설

 배경

*시간적 → 중간고사 직후

*공간적 → 부산대, 중도 근처
      (공부에 적응하지 못해서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학생들로 혼란과 무질서가 횡행하는 중도)

*사상적 →시험 후의 허무주의

 시점 : 작가 관찰자 시점

 갈등 : 인물과 성적 간의 갈등

 특성 : 시험 후 암담한 현실을 고발한 작품

 주제 ⇒ 시험 후의 비참한 사회 속에서 정신적 지표를 잃은
     불행한 인간의 비극적 혼란상



 출처 : 나



--------------------------------------------------------------------------------

시험이 거의 끝났네요.
학우 여러분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남은 학기도 힘내세요 :)

DSC01420.JPG
DSC01420.JPG
  • 1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공지 정보 욕설/반말시 글쓰기 권한 영구 정지3 쓰레받기 2019.01.26
공지 가벼운글 자유게시판 이용규칙 (2018/09/30 최종 업데이트) - 학생회 관련 게시글, 댓글 가능2 빗자루 2013.03.05
115144 진지한글 시민도서관-부산대-동아대 도서관, 학술 교류 협정 체결 빗자루 2011.07.10
115143 진지한글 신복기 부산대 교수, 한국사회복지법제학회 회장 취임 관리자 2011.07.10
115142 진지한글 마이피누 비회원(유동닉) 글쓰기&글열람 가능 관리자 2011.07.12
115141 진지한글 무료 광고 요청 안내 마이피누 2011.07.13
115140 가벼운글 부산대 전종근교수, Genzyme 학술상 받아 관리자 2011.07.13
115139 질문 경통대 중에 공무원 준비하는 사람 있나요? PNU 2011.07.13
115138 가벼운글 오늘은 유동닉 2011.07.14
115137 질문 헬게 주소가 어떻게 됨? 피카츄 2011.07.15
115136 가벼운글 마이피누의 아침을 엽니다 ! 마이피누 2011.07.15
115135 가벼운글 많이들 가입해서 활성화 되면 좋겠네요. 멘탈리스트 2011.07.15
115134 가벼운글 슈퍼캡 학교에서 타고다닐꺼 20만원에 날려요 ㅠㅠ 무역학도 2011.07.15
115133 가벼운글 교양 과목 외국어 이수 그레네데 2011.07.15
115132 질문 혹시 부산역 Youth 글로리 2기 지원하신 분 있나요? 스맛 2011.07.17
115131 가벼운글 갑자기비가오네 비회원 2011.07.19
115130 질문 올해 1학기 수강편람 확정 xls 파일 가지고 계신 분 계신가요? 마이피누 2011.07.19
115129 가벼운글 아나 ㅋㅋㅋ 이거 개웃겨옄ㅋㅋㅋㅋㅋㅋㅋㅋㅋ geography 2011.07.20
115128 진지한글 소셜아이디로 로그인 기능 추가 마이피누 2011.07.21
115127 가벼운글 원스탑에 전과 합격자 떴음 비회원 2011.07.22
115126 정보 레포트 표지 5~8 마이피누 2011.07.23
115125 가벼운글 윤리교육과 ㅊㅂㅎ 교수님이요... 아시타카 2011.07.23
첨부 (1)
DSC01420.JPG
146.1KB / Download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