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랑에 있어서는 이상주의자에 조금 가까운 편이었던 것 같다.
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했으며 내가 꿈꿨던 좋은 연애, 행복한 연애는 소위 괜찮은 사람들, 어느정도의 높은 사고 수준과 정신이 건강하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이 말하는 연애의 총집합이었다.
서로에게 솔직하고, 상대는 나의 '소유'가 아님을 인정하고, 다른 점은 이해하거나 받아들이거나 맞춰가고, 서운했던 점들은 대화로 풀어나가고, 상대방을 존중하고, 그때그때 연인의 기분과 상황에 맞춰 배려해주고, 서로가 서로에게 쉬어갈 수 있는 사람이 되어주고, 서로에게서 배우며 서로를 가르쳐주는 그런 연애.
갑과 을이 있을 수 밖에 없지만 갑과 을이 없도록 노력하는 그런 연애.
그런 연애를 하고 싶었고 그런 연애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24살이 되기까지 나 그리고 남들의 많은 일들을 듣고 보고 느끼고 겪었으며
결국 '타인'은 완벽히 이해할 수 없고 그 속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사실 밑바닥을 찍어봤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적어도 내가 살면서 듣고 봤던 모든 이야기들과 창작물보다 주관적으로, 또는 객관적으로.
내가 봤던 모든게 가짜였다. 내 감정, 내 사랑, 내 기억이 다 부정당하고 찢겼다.
피폐한 정신을 붙잡고 아무렇지 않은척 살았다.
드라마나 영화는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아무개들의 우스갯소리를 믿게 되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놓을 수 없는 내 소중한 것들을 위해 바보마냥 살았다.
그러나 그 끝은 결국 공허한 마음과 스스로에 대한 답답함, 넝마짝이 되어버린 내 이상이었다.
여전히 나는 사람 좋은 척, 사람이 좋은 척을 하지만 사실 비집고 들어가보면 이젠 사람이 무섭다.
앞과 뒤가 다른 사람들을 정말 많이봤다. 그게 친구든 지인이든 가족이든 애인이든.
내 가치관은 점점 이상에서 현실로 넘어왔고 여전히 현실에 치우쳐져 있다.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지만 결코 내가 바랬던 삶이 아니다.
나는 지금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연애를 하고있다.
사실 이 사람도 좀 무섭다. 여러가지 측면에서...
감정은 이미 이사람에게 가득 넘어가있다.
같이있으면 행복하다는 감정이 가득하니까.
그런데 이제 다치기가 무섭다. 머리는 아니라고 하지만 마음 속에서는 가시가 튀어나오고 벽을 쌓는다.
정말 생각이 예쁜 사람인데 가끔 이 생각이 진심에서 비롯된 생각일까라는게 떠오른다.
그 사람의 행동이 진심에서 나온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근데 그 사람의 눈을보고 내가 가득히 차있을때는 그런 생각들이 사라진다.
오롯하게 나를 담아 쳐다보는 그 눈을 보고있으면 가슴이 벅차오른다.
그럴땐 정말 형용할 수 없는 행복이 나를 감싸안는다.
아직도 나는 현실에 치우쳐져 있다.
그러나 이 사람과 이상을 꿈꾸고 싶다.
내 이상이 이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내가 그 사람에게 그대로 보여지고 그 사람이 내게 그대로 보여졌으면 좋겠다.
이 사람이 나를 다시 이상으로 데려가 줬으면 좋겠다.
그렇게 살수있으면 정말 내 인생이 행복할 것 같다.
정말 내 사람, 내 편, 내가 녹아들고 내게 녹아드는 그런 사람.
70억명 중에 한명이라도 그런 사람을 만나서 산다면 잘사는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 사람도 상처가 많은 사람이다. 말과 행동들 속에서 아직까지 낫지 않은 또는 낫지 못할 흉터들이 종종 보인다.
그리고 흉터에 손이 닿을 때마다 따끔한 가시가 튀어나오기도 한다. 끝이 뭉툭한 것 같이 생겼지만 자세히 보면 날카로운 가시다.
그것 때문에 사실 좀 서운하다는 감정을 느끼고 있지만 분명 나도 모르는새에 저 사람에게 가시들을 드러내고 있을거라 생각한다.
이 가시를 서로가 뽑아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하나하나 뽑아서 둥글둥글해진 서로가 손을 잡고 같이 걸어가는 인생.
내게 새로 생긴 이상이다.
이 이상을 이룰 수 있을까?
이루고싶다. 행복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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