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살 아재의 푸념글

명랑한 보풀2020.10.06 09:13조회 수 3014추천 수 12댓글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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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며칠 간 인생 현타가 씨게 와서 익명성에 기대어 찌질거리고 싶어서 글 남김

 

 

현재 30살 남자 9급으로 일하는 아재임

 

추석 전부터 연차 내고 이번 주말까지 2주간 휴가 중임

 

집안 사정은 굳이 따지자면 가난에 가까운 정도

 

아버지는 어릴 때 일찍 돌아가심 다행히 어머니께서 열심히 사셔서 어머니 노후문제는 걱정 없음

 

다만 어머니한테서 떨어질 건 1원도 없음 뭐 바라지도 않고 어머니가 고생해온 거 뻔히 아니까 거기에 대한 원망은 없음

 

나름 모자랄 것 없이 남들 하는 건 다 하면서 살아왔지만 그렇다고 막 풍족하게 살진 않았음

 

학교 다닐 때 주변 애들 보면 아버지가 뭐 대기업 임원에 고위공직자에 사업가에 차를 해주니 집을 해주니...

 

부모님 사업을 물려 받니 차 끌고 다니는데 주차가 힘드니 용돈을 100만원을 넘게 받았니... 어쩌고 저쩌고...

 

씌... 나는 고3 때부터 대학교 다니는 내내 알바를 손에 놓아본 적이 없었는디...

 

나랑은 전혀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이 많아서 신기할 따름

 

나는 스스로 평범한 삶을 산다고 생각했는데 어찌 보면 내가 평범보다 못 한 삶을 사는지도 모르겠음

 

 

무튼 자꾸 20대 때 열심히 살지 않았던 게 요즘 들어 너무 후회스러움

 

친구들을 잘 둔 건지 진짜 단 한 명도 빼놓지 않고 다들 이름만 들으면 아는 대기업, 공기업, 금융공기업, 전문직 일하는데

 

나만 그냥 9급 따리... 친구들 만나면 10번 중에 7번은 밥 얻어먹고 다님 공무원이 돈이 어딨냐고 하면서

 

내 주머니사정 헤아려줘서 고맙기는 한데... 요새 들어 얻어먹는 것도 쫌 싱숭생숭함

 

원래 취준은 공기업 사무직을 목표로 했었는데 1년 반 그냥 날려 먹고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9급으로 돌림... 다행히 6개월 만에 합격

 

친구들한테 말하면 9급이 어디냐면서 다들 못 해서 난리라고 요즘 시대에 공무원이 만고땡이라고는 하는데

 

즈그들은 다 결혼하고 집 있고 차 있고 애도 있음... 나만 뚜벅초임 진화를 못 함 얼마나 더 레벨업을 해야 진화함?

 

이렇다보니 자꾸 중고등학교 때 공부 열심히 해서 공과계열로 진학했으면 취업이 더 수월했으려나...

 

아님 대학교 때 쫌 정보수집도 열심히 해서 전문직이나 금융공기업을 노려봤으면 지금보다는 더 나은 삶을 살고 있었으려나...

 

하면서 쓸데없는 후회만 늘어남

 

얼마 전에 7급 쳤는데 그냥 광탈하고 연휴 기간 동안 계속 공기업 채용공고만 기웃거렸음 쓰지도 않을 거면서...

 

물론 9급 따리를 택한 것에 대해서 누구를 탓할 마음은 없음

 

내가 게으르게 살았고 졸업하고 취업준비에 들어서고 나서야 

 

금융공기업이나 전문직이란 게 있다는 걸 알았을 정도로 멍청하게 살았으니까 

 

전부 내 잘못이라고 머리로는 인정하는데 꽃 같은 대학시절을 멍청하게 날려버린 내가 너무 한심스러워서 못 견디겠다 ㅠㅠ

 

 

대학교 다닐 땐 오로지 여자 손 한 번 잡아보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음

 

제대하고 나면 여자친구 생긴다더만 다 개뻥이었음 25살 되어서야 처음으로 여자랑 말을 섞어봄

 

뭐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다고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모르겠는데 여자 손은 오지게 잡아봄 아 물론 어른이니까 손만 잡진 않았음

 

지금도 적어도 일주일에 한 명 꼴로 새로운 여자 만남 오늘도 저녁에 만나기로 했는데 갈까말까 개고민됨

 

요새 들어서 다 그 여자가 그 여자 같고 여자 만나도 밥이랑 술 몇 번 먹다가 그냥 연락 끊음

 

어차피 하는 얘기 똑같고 잠자리를 가져도 그냥 내가 알던 그 느낌이겠거니 하는 생각에 진전을 못 하겠음

 

예전엔 어떻게든 한 번 자보려고 온갖 개ㅈㄹ 떨었는데 최근엔 이게 뭔 의미가 있나 싶더라

 

걍 마음 맞는 사람이랑 진득하게 오래 만나는 게 최고인 것 같음 한 여자한테만 오롯이 집중하는 게 멋있어 보이기도 하고

 

 

뭐랄까 그냥 공무원으로서 내가 살아갈 길이 뻔히 보여서 현타가 온다 해야 하나

 

아무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더 나아질 것도 나빠질 것도 없는 인생이라 

 

결말이 훤히 보이는 영화를 보는 느낌? 뭐 이러다 적당한 여자 만나서 적당히 결혼이나 하려나 모르겠네

 

 

에휴 무튼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구요 

 

여러분들은 저처럼 아무 생각 없이 살지 마시고

 

아직 학생이나 취준생이라면 공부가 됐든 아니면 다른 길이 됐든 뭐든 열심히 하시고 

 

사회인이라면 이런 병1신도 아등바등 벌어먹고 사니까 위안 삼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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