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인생에서 어떤 큰 시련을 겪어보셨습니까?

글쓴이2015.02.08 00:13조회 수 4768추천 수 35댓글 11

    • 글자 크기
저에게 메일 보내주시는 분들중에는
정말 감당하기 힘든 어려움을 겪으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메일만 읽은 저조차 하루종일 머리속에서 계속 그 어려움이 생각날정도입니다.
 
예전에 제가 한번 말씀드린적이 있었을겁니다. 이 글은 다시한번 쓸께요
아주 오래전에 동대문구 창신동에서 야학교사를 한적 있습니다.
그때 나름 여친이랑 헤어지고 힘들었던 시기인데.
애들 가르치고 저녁 10시가 넘어
야학교사끼리 교실에 모여.
다들 돈도 없어서 소주에 새우깡을 까며, 인생의 시련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됐습니다.
저는 나름 그당시 여친이랑 헤어져서 힘들다고 이야기하려 했는데.
그날 모였던 다른 교사들의 이야기를 듣고,
제 고민이 어리석었던걸 알았습니다.
 
후배여자교사 한명은.
자기는 절대 통닭을 먹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어렸을때 집이 갑자기 기울어서 아버지가 회사를 부도내고
집을 나가 도망다니셨는데.
아버지께서 몇일간 노가다를 뛰면서 노숙을 하다가.
통닭집앞을 지나갔다고 합니다.
통닭을 보니 집에 두고온 딸들이 닭을 매우 좋아하는 모습이 생각이 나서.
아버지는 저녁을 굶고 그 돈을 모아서
만원짜리 통닭을 한마리 사서. 버스탈돈도 없어 한겨울에 새벽에 몰래
1시간을 걸어서
집앞에 도착해서.가족들이 있는 지하 단칸방으로 내려와서
몰래 문을 두드렸다고 합니다.
통닭 사가지고 왔다고...
그때 후배는 아버지 얼굴을 삼개월만에 처음 봤는데
그렇게 환하게 웃는 모습은 처음 봤다고 합니다.
근데 그 순간
갑자기 잠복했던 형사들이 사방에서 나와서
아버지를 잡아갔는데
그 친구 아버지가 잡혀가면서도 손짓하시면서
얼릉닭 식기전에 먹고 건강하라고 했답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이 친구가 아버지를 본 마지막 모습입니다.
사기혐의로 감옥생활을 6개월정도 하시다가.
몸에 이상이 생겨서 옥중에서 갑자기 돌아가셨다고 하더군요.
이 친구가 본건
그때 아버지가 웃으면서 닭 식기전에 먹으라고 하면서 잡혀간게 마지막이었고.
그 이후에 자기는 너무 울음이 나서 통닭을 못 먹는다 하더군요.
 
저는 그날 제 고민을 그 친구에게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1년전에 취업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고등학교 선배를 만났는데
자신의 부모님이 고아시고, 고아원에서 만나신 두분이 결혼해서 가족이 되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기는 결혼은 했지만 아직 몇년간 취업을 하지 못했는데
얼마전에 부모님이 취업걱정을 하는 그형 에게
"너가 취업 못한게 무슨 고민이냐? 너가 부모가 없냐 형제가 없냐? 나는 어린 시절에
밥 굶어도 좋고 집 없어도 좋고, 학교 안다녀도 다 좋은데,  부모님만 있으면 뭐든 할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하루에 수십번 했다. 너가 무슨 고민이 있냐? 어머니 아버지가 없어? 뭐가 모잘라서?세상에 너 혼자냐? 걱정하지 말고 다 잘될테니까 기다려라."
라고 하셨다고 합니다.
그 두분은 고아끼리 결혼이라 돈도 정말 많이 절약하시고, 세상에 두분밖에 없다는 공포에 항상 무슨일을 하던 신중하고 어렵게 결정했다고 하네요. 세상에는 두분밖에 없으니까요.
 
제 생각은요.
제 다리에 모기 물린 자국이, 옆에 다리부러진 사람하고 같이 있다고 안 간지럽지 않아요.
전혀요. 절대로요.
위에 말한 친구들의  상황을 제가 안다고 해서 다시 그 당시로 돌아가도 제가 여자친구랑 헤어진게 고민이 아닐수도, 안 슬프지도 않을겁니다. 저에게는 당면한 큰 고민이고 고통이죠.
 
지금의 저 역시 그린 훌륭한 사람도 아니고, 생각은 똑같습니다.
다만 한번쯤 생각해야 될건.
본인이 모기한테 물렸는데, 마치 다리부러진것처럼 생각하는건 상황을 극복하는데 또다른 어려움이 될수 있습니다.  
 
만약에 어떤 어려움과 만나게 된다면, 다리가 부러졌어도 모기한테 물린거야 라고 생각하는게 상황을 극복하는데는 분명 도움이 될거라 생각합니다.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공지 욕설/반말시 글쓰기 권한 영구 정지10 저렴한 개불알꽃 2019.01.26
공지 식물원 이용규칙 (2018/09/30 최종 업데이트) - 학생회 관련 게시글, 댓글 가능17 흔한 달뿌리풀 2013.03.04
124044 기숙사 공유기5 근엄한 연잎꿩의다리 2014.01.21
124043 이거 뭐가 정답임미까??7 청렴한 섬잣나무 2014.01.21
124042 한문학과 영어영문학과 부전공4 잘생긴 측백나무 2013.12.26
124041 .11 꼴찌 오이 2013.12.24
124040 아시는 분이 우리학교 입시에 관해서 물어봐서요. 답변 좀 부탁들요.18 태연한 달래 2013.11.12
124039 마이피누에 어나니머스가 있는거같아요!!6 점잖은 옥잠화 2013.10.26
124038 부산대 주위에 운전면허 따는곳 어디잇나요?2 꼴찌 꽃개오동 2013.10.08
124037 아놔 베를린 볼라고했는데 ㅡㅡ2 냉철한 야콘 2013.09.20
124036 사랑드림장학금7 초조한 박태기나무 2013.09.05
124035 과부들6 행복한 설악초 2013.09.04
124034 진짜... 화나네요5 야릇한 흰여로 2013.08.31
124033 전자과 공학윤리 윤ㅅㄱ 교수님6 겸손한 나도바람꽃 2013.06.30
124032 레알 우리학교 커뮤니티는 취업상담이 지독히도 활성화 되있지 못하네요.6 피로한 맥문동 2013.06.30
124031 국가장학금 받으신분들중에...6 흐뭇한 개감초 2013.06.25
124030 기숙사 더워죽겠어요 ㅠㅠ10 때리고싶은 미국미역취 2013.06.16
124029 다들 웹툰별점 한번씩 이렇게 뜨나요??7 저렴한 어저귀 2013.06.06
124028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1 적나라한 산호수 2013.05.25
124027 학교 안이나 밖에 행사있나요?? 시끄럽네요....5 세련된 비름 2013.05.11
124026 하드코어 '남녀 데이트 비용 불만 많은 남자분들? 아, 여자분들도 읽을려면 읽어요'3 쌀쌀한 까치고들빼기 2013.03.22
124025 청바지 허리도 줄여주나요?9 거대한 수박 2013.03.18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