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시험 준비중인 법대생입니다. 사시 존치 여부에 관한 글이 있길래 한 줄 씁니다.

흐뭇한 노랑꽃창포2015.04.26 14:14조회 수 8612추천 수 113댓글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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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학번이니 참 고학번 이겠군요. 군대를 다녀와서 사법시험 2차에 5번째 도전중인 사람입니다.


8지선다 답안지를 벌벌떨리는 손으로 마킹하면서 얻었던 첫 1차합격도 이제 아득한 일이되었습니다.


총 4번의 2차낙방................

저의 초라한 성적표입니다.


2014년 사법시험 2차, 4일동안의 시험에서도 역시나 같은 결과였습니다.

1000부가 넘어가는 모의고사 답안지, 500개가 넘어가는 사라사 볼펜을

손가락이 부서져라 썼고 또 썼어도

시험장에서는 온몸이 떨려서 진정제를 먹고 들어가야 했으며

4일동안 긴장으로 인해 하루 2시간밖에 자지 못하는 강행군이었습니다.


하지만

행정법 논점일탈이 다시 소숫점 차 낙방을 가져왔고

여자친구 앞에서 미안하다며 참 많이도 울었습니다.


하루 16시간 학봉정이나 독서실에 앉아있었고, 토요일 저녁6시 이후 일요일 낮 12시까지만 쉬면서

그렇게 365일을 6번 보냈습니다.

그런데도 신은 참 가혹하게도 저에게 합격의 기쁨을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


동기들이 하나 둘씩 다 붙어

어떤친구는 사법연수원에 들어가고

어떤친구는 검사임용이 되고

어떤친구는 개업도 하는 동안


저는 매년 잔인한 6월에

벌벌 떨리는 손가락을 부여잡으며 시험장으로 향했습니다.


저는 가난한 집안의 장남입니다.

그래서 남들처럼 신림동에 몇년씩 있지도 못하고

동강을 보거나 신림동 복사집에서 모의고사를 주문하여

부산에서 학봉정 친구들과 함께 풀고 채점을 하였습니다.


후배님들

저 참 못났죠?


하지만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는 않습니다.
법조인이라는 꿈 말입니다.

동기들처럼 학교에 제 이름 석자를 정문에서 법대 앞까지 붙여보고 싶고
제가 사는 동네에도 플랜카드 붙여
홀로 저를 키워주신 어머님께 한없는 기쁨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러기에 저는 오뚜기처럼 계속 사법시험장으로 걸어갔습니다.

며칠전 사법시험 1차 합격을 확인하고 또 다시 두달간의 치열한
싸움에 들어가려 합니다.

이제 몇번 남지않은 기회죠.

로스쿨과 사법시험 존치에 대해서 말이 많습니다.

저는 로스쿨을 비난하고 싶지도 않고
법대에 사시생들이 공부할 곳이 없어지는 섭섭함이 조금 있기는 하나
아무런 악감정도 없습니다.
관심이 없다는게 정확한 표현이겠지요.

그런데 로스쿨이 있다고 한들
사법시험을 폐지하지는 말아주십사 정책결정하시는 분들께
호소하고 싶은건 사실입니다.

10년을 공부해서 합격하는 사람도 봤고 3년만에 붙는 사람도 봤습니다.
그만큼 이 시험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려운 시험에 도전했다고 해서
저희 사법시험 고시생들이 다른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친건 아닙니다.
나쁜짓 한것도 없고 그저 우직하게 공부만했습니다.

좋은 회사에 취업하기 위해서 토익을 900점 받으려 노력하는 것과
사법시험에 도전해서 법조인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이
본질적으로 무슨차이가 있는지 저는 알지 못합니다.

네, 제가 2차를 붙었다면 이런 말을 할 필요가 없겠죠.
맞습니다. 다 제가 못난 탓이죠.

하지만
아직도 부산대학교에는
한쪽구석에서 자신의 꿈을 위해 젊음을 희생하는 사람들이 있고

나 자신과 그들을 위해
우리가 가장 공정한 시험이라고 신뢰했던 사법시험에서
노력한 만큼 평가받을 수 있도록 최소한의 기회는 보장되었으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을 말하고 싶습니다.

마이피누 가끔씩 눈팅 하는데
사법시험과 로스쿨 얘기가 나와서 한 줄 썼습니다.

모두들 건승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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